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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다은
번호 : 72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974

 

사랑의 징검다리

  

나는 입학 이후로 줄곧 기숙사에 살았다. 누구나 그렇듯 룸메이트가 바뀔 때가 되면 항상 기대하게 된다. ‘이번 룸메이트는 괜찮은 사람일까? 나보다 나이가 많을까? 적을까?’부푼 기대를 안고 짐을 옮기기 시작했다. 룸메이트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나는 짐을 다 정리했다. 나는 기대했지만 룸메이트는 오지 않았다.‘내일이 개강인데 안오다니..... 뭐지? 어디서 밤새도록 술마시나?’라고 생각하고 나는 잠을 청했다.

 그 다음날 늦은 저녁에 룸메이트가 왔다. 룸메이트는 나와 같은 학번, 같은 나이였고, 구면이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다 싶었는데 알고 보니 1학년 때 같은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으레 그렇듯 무슨 과인지, 고향은 어디인지, 아침엔 일찍 일어나는 지 등의 형식적인 대화를 나누었지만 구면이라 그런지 굉장히 편하고 친근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은근히 비슷한 점이 많았다. 룸메이트와 나 둘 다 재수를 했고, 충청도 사람이었으며, 요리에 관심이 많았다. 그 날 이후, 우리는 잠들기 전 배고픈 배를 쥐어잡고 맛있는 음식 이야기를 하다가 밤 늦게 잠들기도 하고 내 책장에 꽂혀있는 장식용 책들 사이에서 책을 추천해주기도 하고 빌려주기도 했고, 또 기숙사에서 마셔선 안되는 음료를 한 캔씩 마시기도 했다. (예관 조교님, 죄송합니다. 다 지나간 일이니 용서해주세요. 딱 한 캔씩 마시고 조용히 잠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여러 명의 룸메이트를 만나봤지만 이 친구처럼 편하고 잘 맞는 룸메이트는 처음이었다.

 

룸메이트와 생활을 같이 하다보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게 됐고, 20대 초반, 파릇파릇 한 11학번인 우리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연애 이야기를 하게 됐다. 새벽 늦게까지 잠들지 않고 서로의 연애 이야기를 하다가 우린 슬펐다. 우리가 있는 곳은 바로 자연과학 캠퍼스!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은 바로 이 곳!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대체 왜! 연애를 못하고 있는 것인가? 사실 나는 방학동안 이곳에 구구절절하게 적을 수 없는 나의 개인적인 연애사가 있었기 때문에 딱히 연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아무튼 나는 그렇다 쳐도, 내 룸메이트는 달랐다. 이렇게 착하고 순진하고 귀여운 애가 왜 지금껏 평생 모태 솔로로 살아왔는지 난 이해하기 힘들었다. 주변에 좋은 사람이 없을까....생각하던 찰나, 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한 사람이 있었다. 저번 학기에 같은 수업을 듣다가 만나게 된 오빠였는데, 나의 폭발적인 친화력으로 친해졌다. 저번 학기에 이 오빠는 아픈 연애사를 가졌었다.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지는 않겠지만, 아픈 연애사 이후, 학교에 아는 여자가 별로 없는 이 오빠는 나에게 주변에 좋은 여자 없냐고 푸념을 늘어 놓았다. 2학기 개강 후부터는 신관에 있는 휘트니스 센터에서 운동도 같이 하고 밥도 같이 먹고 도서관에서 공부도 가끔 했다. 그럴 때도 역시나, 주변에 괜찮은 여자 소개 시켜 달라는 이야기는 우리가 자주 하는 이야깃거리 중 한가지였다. 그래서 이 오빠에게 내 룸메이트 한번 만나보라고, 소개시켜 준다고 이야기를 했다. 너무 부담갖지 말고 좋은 사이로 발전하지 않더라도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낼 수도 있는 거 아니냐며 살살 꼬드겼다. 룸메이트에게도 내가 아는 오빠가 한 명 있는데 한번 만나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룸메이트에게도 부담갖지 말고 그냥 한번 만나보라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이때까지도 몰랐다. 설마 이 둘 사이가 그렇게 되리라고는.

 

나는 룸메이트를 만난 지 3일 만에 이 오빠를 소개시켜준다고 이야기를 했고, 룸메이트를 만난 첫 주 주말에, 이 오빠에게 룸메이트 연락처를 알려줬다. 그렇게 둘은 시작됐다.

둘이 처음 만나고 온 날, 룸메이트와 그 오빠보다 내가 더 들떴다. 룸메이트가 방에 오길 학수고대했고, 드디어 룸메이트가 돌아왔다. 룸메이트의 이야기를 잘 들었는데 나쁘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좋다는 이야기도 역시 하지 않았다. 나는 그때 까지만 해도 ‘아, 둘이 그냥 아는 오빠 동생 사이로 지내겠구나....’싶었다. 그 오빠 얘기도 들어봤는데 그 오빠는 좋게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그 오빠에게 너무 기대하지 말라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빙빙 돌려서 이야기를 했다.

  그냥 아는 오빠 동생 사이로 남겠거니 했지만, 여자의 마음은 갈대라고 했던가. 둘이 만나는 빈도가 점점 잦아지더니,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하기 시작했다. 한강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근사한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기도 했다. 나는 왠지 모를 위기감을 느꼈다. ‘뭐지...? 둘이 진짜 사귀려나?’ 둘이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소개시켜주긴 했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사건이 터졌다. 그 전부터 그 오빠가 언제 고백할까 고민했었는데 정식 데이트는 두 번을 했고, 세 번째 만날 때 승부를 봐야한다는 주변 사람들의 진심어린 조언에 힘입어 드디어 고백을 결심했다. 일요일 밤으로 기억한다. 룸메이트가 오빠를 만나기 전에 방에 잠시 들어왔고, 모든 사실을 다 알고 있는 나는 룸메이트에게 넌지시 일러줬다.“오늘 만나면 몇 번째 만나는거지?”부터 시작해서 나가는 길에 “쌍쌍바 사다줘!”라고 이야기 했다. 그리고 약 한 시간 후, 룸메이트가 방 문을 열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나에게 말했다. “너! 다 알고 있었지!?”그렇다. 난 다 알고 있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려 어떻게 됐냐고 물어보니 룸메이트는 수줍게 이야기 했다. “오늘부터 1일”아, 유치하다. 오늘부터 1일이라니. 정말 유치했다. 중학생도 그렇게 이야기 하지 않았을거다. 하지만 사랑을 하면 모두 유치해지는 거라니 이해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 쌍의 커플이 탄생했다.

 

문제는 바로 나였다. 엄마가 그 오빠도 알고 내 룸메이트도 모두 알고 계셨는데 엄마랑 이야기 하다가 그 둘이 사귄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엄마가 “야 이 기지배야! 너나 잘해야지! 네 코가 석자야!”라고 하셨다. 듣고보니 그랬다. 내 코가 석자였다. 나는 도대체 내 룸메와 그 오빠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내 일이나 제대로 할 것이지, 내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다른 사람 일을 손수 나서서 대신 해 준 격이었다. 그 순간, 난 알 수 없는 이상한 감정에 빠졌다. 난 도대체 왜 그랬을까, 난 왜 이렇게 바보 같았지.......?

  하지만 뿌듯했다. 내가 모태솔로 두 명을 동시에 구제하다니! 그리고 둘이 참 잘 어울린다. 실명을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둘 다 자그마하고 성실하고 착하다. 내 주변에 있는 좋은 사람들끼리 좋은 만남을 이어가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나와 내 룸메이트가 같은 방을 쓰지 않았더라면, 그 오빠에게도, 내 룸메이트에게도, 연애라는 것은 다른 사람 일이 되어있을 터였다. 난 그 둘의 사랑의 결실을 핑계로 두 명 모두에게 근사한 밥을 얻어 먹었고 지금 이렇게 수기도 쓰고 있다.

 

나는 원래 이 룸메이트와 같은 방을 쓰기로 했던 게 아니었다. 나는 원래 신관을 배정받아서 방 번호까지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예관 자리가 나서 급하게 예관으로 방을 옮긴 것이었다. 이 얼마나 기가막힌 하늘의 뜻인가. 봉룡학사와 내가 맺어준 인연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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