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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문인호
번호 : 70 등록일 : 2012-11-23 조회수 : 1872

스무 살의 첫 번째 기숙사

 

지금 저는 08학번 기계공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이 정도 소개를 끝으로 저의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전 지난 여섯 학기 내내 인관에서만 생활하였는데 아직도 맨 처음 입사하였을 때가 가끔 생각납니다. 모든 게 맨 처으이 설레고 긴장되고 새롭기 때문인가 봅니다.

 

스무 살 먹도록 광주에서 부모님 밑에선 하루도 떠나서 살아본 적 없었던 저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고 어머니가 개어논 옷을 입으면 됐었으니까요. 거기다 이 곳엔 친구는커녕 절 아는 사람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 절 더 불안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비로소 집을 나가서 살게 되었구나를 실감하게 된 것입니다. 전 개강 날 바로 하루 전에 올라왔는데 일단 짐이 너무 많아 무작정 제 방으로 찾아갔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살며시 열었는데 거기엔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형이 한 명 계셨습니다. “반가워요. 전 04학번 이윤종이라고 해요. 잘 지내봐요~” 절 본 형이 먼저 인사를 하더라고요. 저도 이름을 말하고선 말 편히 해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 때 당시에는 네 살 차이가 왜 그리 크게 느껴졌었는지 한 참은 어른 같아 보였거든요. 지금 제 나이가 그 때 윤종이형 나이니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옵니다. 형은 이제 막 복학했다면서 머리가 돌이 되었으니 파릇파릇한 신입생인 너한테 자주 물어봐야겠다고 농담처럼 말했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 그 말이 농담이 아닌 줄 알았지만요. 나중에 가서는 속으로 ‘이 형은 도대체 어떻게 성균관대에 온거지.’라고 생각했을 정도였거든요. 군대를 다녀온 지금 저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서로 이것저것 물어보는 와중에 나머지 두 명의 룸메이트들도 들어왔습니다. 인관은 한 방에 네 명이 살거든요. 한 명은 지수형이라고 매우 조용하고 얌전한 형이었고, 나머지 한 명은 나랑 동갑이었는데 이름은 준혁이었고 강원도에서 왔다고 했습니다. “이야, 반갑드래이. 난 강원도에서 왔어야~” 영화나 드라마에서 보던 말투를 실제로 보니 왠지 웃기고 신기했습니다.

 

그 날 저녁 짐 정리를 어느 정도 끝내고 있던 찰나 윤종이형이 다 모인 것 같으니 입방식을 하자고 했습니다. ‘응? 입방식이 뭐지?’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뭐 먹고싶냐 너네들. 형이 비싼 건 못 사주겠고 치킨 좋아하냐? 성대다니면 삼족계 먹어봐야지. 괜찮지?”라며 말했습니다. 사실 입방식은 별 거 없었습니다. 그냥 룸메이트들끼리 처음 만나서 같이 밥이나 야식을 먹으면서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입방식을 하는 분들이 있나 궁금할 정도로 지금은 그 때에 비해 룸메이트들끼리 소통하고 가까이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쨋거나 그 날의 형이 사주었던 치킨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공짜였던 것도 있거니와 무엇보다 먼저 그렇게 다가와 준 게 고마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뒤로도 꽤나 저희들은 윤종이형에게 졸라서 많이 얻어먹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드는군요. 그렇게 그 학기가 끝날 때까지 우리 네 명은 즐겁게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 학교를 다니는 분이라면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는 학부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1학년 때에는 과가 없습니다. 그래서 신입생 때 인맥을 쌓을려면 학교에서 직접 짜주는 LC조 아니면 동아리를 들어가야 합니다. 전 활동적인 편이 아니었던 터라 동아리는 들어가지 않았고, LC사람들과도 딱히 어울리지 않아서 거의 기숙사에 있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룸메이트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게 되서 정말 많이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있는 조용한 기숙사의 모습이 아니라 항상 시끌시끌하고 웃고 지낼 때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렇게 기숙사생활을 끝내고 전 군대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작년에 복학을 하고서 벌써 삼학기가 흘렀습니다. 매번 방이 바뀌고, 룸메이트들이 바뀔 때마다 전 예전 윤종이형처럼 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상대방 분들의 차갑고 경계스러운 모습에 저도 어느 샌가 벽을 쌓고 있더군요. 그래도 몇 달간 같이 생활을 할 사람들인데 말이죠. 제 친한 친구도 인관에서만 살아서 이런 이야기를 가끔하곤 하는데 공감한다고 말합니다. 예전처럼 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되기 쉽지 않다고요.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지 못한 제 잘못도 있지만 그렇게 상대가 먼저 다가와 줄 때 기쁘게 받아주는 태도가 조금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또 언제나 그랬듯이 룸메이트들이 바뀌게 되겠죠. 이유가 무엇이든 같은 학교 학생이고 같은 방을 쓰게 된 처지인데 저 뿐 아니라 봉룡학사에 사시는 모든 사생분들이 아무쪼록 친하게 지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시 한 번 제가 처음 기숙사에서 생활했던 그 때처럼 웃음소리가 들리는 방이 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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