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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신혜인
번호 : 47 등록일 : 2011-12-14 조회수 : 2068

              [ 별이 빛나는 밤에 ]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기숙사 생활을 한 지도 벌써 4년째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일 년에 고작 한 달도 안 되는 날 동안만 집에서 생활하고 나머지는 모두 기숙사에서 숙식을 해왔다. 당진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공주를 거쳐 수원으로 가족도, 친구도 없이 홀몸 시작한 타지생활이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한 걸음 씩 옮길 때마다 나는 외로움이라는 뜀틀을 넘어야 했다. 뜀틀은 생각보다 높고 길었지만 매 번 뛰어넘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뜀틀을 넘을 수 있게 앞에 놓여 져 있던 도움닫기는 바로 룸메이트였다. 나와 같은 소도시에서 홀로 올라온 학생에게 룸메이트는 새로운 친구이자, 상담자이자, 가족이다. 대학교에 올라와 처음 만난 룸메이트 역시 위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었다. 그 이름은 정아. 정아와의 한 학기는 정말 즐겁고 고마웠다.

2월 마지막 날, 만날 사람도 없이 혼자 있는 게 외로워 잠이라도 자야겠다는 심정으로 이불 속에서 밤 아닌 밤을 만들고 있던 그날, 정아가 왔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부모님과 나타난 정아는 나보다 한 살 어린 동생이었다. 같은 학번이지만 고등학교를 일찍 졸업해서 왔다는 정아, 그 날부터 우리의 동거는 시작됐다. 정아는 배울 게 많은 친구였다. 모조리 아침수업을 신청하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는 부지런한 아이였다. 게다가 공강 시간에는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는 바른생활의 선두주자였다. 반대로 나는 자고 싶을 때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종종 수업까지 빠지는 게으른 사람이었다. 그뿐이랴, 밤 새 사람들을 만나 놀면서 대학의 밤 문화에 제대로 취해있었다. 그러나 정아와 지내면서 조금씩 바뀌어 갔다. 출석 체크를 안 한다면 미련 없이 빠지던 수업도 가고, 밤을 새며 노는 버릇도 줄여 나갔다. ‘근묵자흑’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나의 검은색은 정아의 흰색에 물들여져 갔다. 덕분에 1학기를 무사히 넘기고 장학금을 지킬 수 있었다. 또한 밤 문화에 찌들어 악화되던 건강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정아가 이런 부분에만 도움을 준 것이 아니다. 정아는 나의 이야기 보따리였다. 정아에게 정말 많은 이야기를 했었다. 학교에서 겪었던 사소한 일에서부터 남들에게 할 수 없는 비밀까지 정아는 한 순간 한 순간 마다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었다. 내가 슬픈 일을 말하면 나보다 더 슬퍼하고 기쁜 일을 말하면 자기 일보다 더 기뻐해 주던 정아. 내가 학교생활에 지쳐 어두워 질 때마다 정아는 나에게 “언니, 힘내요!”라고 말하며 촛불이 되어주었다. 그런 정아를 보면서 나도 정아의 촛불이 되어주고 싶어 더 잘 해주려 노력했다. 먹을 게 생기면 나눠먹고, 팩 같은 것도 나눠하고 수업시간에 알아온 것도 알려주려고 했다. 작은 도움에도 환하게 웃으면서 정아는 좋아했다. 방 안의 촛불들은 더욱 밝아져갔다.

2월 마지막 날부터 6월 말까지 정아와 지내면서 가끔은 정아의 위로 속에 울기도, 하루 동안 겪었던 일을 얘기하면서 웃기도 했다. 정아가 보고 싶다. 앞으로도 대학을 졸업하고 떨어져 있을 때도 계속 기억에 남고, 보고 싶을 것 같다. 가끔 나를 보면서 “언니, 언니가 너무 좋아요!”라고 당돌하게 고백하던 모습. 침대에 앉아서 토지를 열렬히 읽던 모습.

가끔 짙게 화장을 하면 예쁘다고 칭찬해주면서 수줍게 웃던 모습. 사소한 모습 하나하나 까지 다 정아는 나에게 좋은 기억이다. 앞으로 만나는 룸메이트에게 나 또한 나에게 정아처럼 기억에 남고 싶다. 외로운 타지생활의 시작을 함께 해주었던 정아. 정아라는 도움닫기는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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