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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수빈
번호 : 45 등록일 : 2011-12-14 조회수 : 2241

 

                                             [ 그 여름날의 이야기 ]

 

어느덧 내가 예관에 입사한지 3년이 다 되어가다니, 저학년 땐 몰랐는데 요즘 들어 세월이 참 빠르다는 걸 느낀다. 가만히 돌이켜 생각해보니 근 3년 동안 크게 부딪힌 적 없이 잘 지내 온 룸메이트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했던 추억들이 내가 기숙사 수기를 쓸 수 있게 된 가장 큰 동기인 것 같다. 그 동안 한 학기 또는 그 이상을 함께 보냈던 룸메이트들이 새삼 그립다.

 

2009년, 새내기로서 부푼 꿈을 한아름 안고 성균관대학교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을 때, 갓 준공된 신관 대신 굳이 구관인 예관을 택한 이유는 하나였다. 새집증후군. 직접 가본 건 아니지만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고 있던 터라 매일 같이 새로 지은 기숙사에서 맡을 독성물질들의 냄새와 왠지 모르게 존재할 것 같은 먼지들 등에 의한 새집증후군이 걱정스러워 구관인 예관을 택하게 된 것이, 지금까지 3년째 살고 있다.

내가 근 3년간 기숙사에 입사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보다도 여름방학만 되면 찾아오던 곰팡이들의 습격이다. 내가 곰팡이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 처음으로 느꼈을 때가 2학년 여름방학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당시 내 룸메이트는 ‘무한도전’ 프로그램 출현으로 더욱 유명해진 ‘최현미’ 선수였다. 룸메이트가 최현미 선수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땐 너무 신기하고 들떠서 동네방네 자랑을 하고 다녔다. 하지만 그 기대와 설렘도 잠시, 방학이 시작하고 며칠이 지나도 최현미 선수는 볼 수 없었다. 초창기 나의 가뜩이나 텅 빈 듯한 기숙사에서의 방학은 예상치 못한 독수공방에 더욱 외로웠지만, 갈수록 너무나 편한 혼자 쓰는 방에 익숙해져갔다. 문제는 당시 합숙훈련에 들어갔었던 최현미 선수가 짐을 챙기러 잠시 들렀던 그 오 분을 제외하고는 여름 방학 내내 오롯이 내 차지였던 그 상황 때문에 더 심각해지지 않았나 싶다. 유난히도 장마도 길고 비도 많이 내렸던 작년 여름엔 친구들과 장기간으로 여행도 가고 집에도 자주 내려갔었다. 나무에 가려 햇빛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고 땅의 습기가 올라오는 듯 한 예관 1층의 환경, 하루가 멀다 하고 내리던 비. 나는 빨래를 널어놓은 지 3일이 지나도 마르지 않던 빨래들을 보고 뭔가 심각한 낌새를 좀 더 빨리 눈치 챘어야 했다. 어느 날, 우연히 점심을 먹고 옷장에 걸어놓은 겨울옷들을 보게 되었는데, 검은색 자켓을 노란 꽃가루 같은 게 덮고 있었다. 20년간 살면서 곰팡이를 그렇게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에 나는 그것이 정말 꽃가루인 줄 알았다. 한 여름에 꽃가루라니 이상한 것 같아 냄새를 맡아보니, 그 노랗고 예쁜 게 퀴퀴한 냄새가 나는 곰팡이였다. 그 길로 당장 겨울옷들을 챙겨 세탁소 아저씨께 부탁드렸더니 한 번 세탁해서 될 게 아니라고 하셨다. 겨울옷들을 한 벌 당 거의 두 번씩 세탁을 하다시피 했고, 곰팡이에 대해서 잘 몰랐던 나는 곰팡이가 생긴 옷들을 세탁하기만 하면 곰팡이들이 제거되는 줄 알았다. 최현미 선수에게는 아직도 곰팡이들로부터 방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하지만, 그렇게 나는 새 학기가 시작하고 곰팡이의 습격을 당한 그 방에서 4층으로 옮기게 되었다.

 

처음으로 만나 아직은 어색한 룸메이트 언니와 인사를 하고 짐을 하나씩 풀려는 순간, 얼굴이 빨개진 채 정말 미안하다는 표정의 룸메이트 언니가 이불에서 곰팡이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정말 내가 살면서 그렇게 큰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있나 싶다. 약 두 달 간 나와 함께하던 이불에서 곰팡이가 함께 살고 있었다니……. 어쩌면 그 냄새에 적응할 수 있는 건지, 내 코가 야속했다. 그렇게 이불을 택배로 부치고, 집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얼마나 착잡하던지, 개강이 주말을 건너 있던 게 정말 다행이었다. 그러던 내가 정말 눈물을 글썽이게 되었던 건, 짐 옮기고 바로 내려오느라 아직 휴대폰 번호를 교환할 겨를이 없었던 룸메이트 언니가 내 번호를 운영실에 물어본 뒤 걸려온 전화를 받은 다음이었다. 언니는 또 한 번 조심스럽게 정말 미안하다며 옷에서도 냄새가 나는 것 같으니 내가 집에 가있는 동안 언니가 빨아줘도 되겠냐고 했다. 핸드폰 너머로 벌겋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숨기며 애써 태연한 척 언니께 미안하지만 부탁드린다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언니가 미운 건 아니었지만 왠지 모를 야속함이 들어 눈물이 그렁해졌다.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이 오죽했으면 남의 옷을 빨아 준다고 번호를 찾아서 물어봤을까 싶었다. 그렇게 새로 산 이불과, 방은 괜찮을 지에 대한 걱정과 함께 다시 학교로 돌아온 나는, 그 많았던 내 옷들이 큰 건조대 3개와 방에 걸린 2개의 건조대들을 총 동원해서 마르고 있는 광경을 보며 다른 사람에 비해 유난히도 가냘프던 언니의 손목이 새삼 존경스러워짐과 동시에 말로 하기는 힘든 감사함을 느꼈다. 집에 내려가면서 느꼈던, 방학동안의 내 불찰로 인해 이번 룸메이트 언니와 맞이하게 될 새 학기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학교에 돌아오고 나서는 시작부터 액땜을 하고 나서 인지 더 이상 언니랑 어색하지도 않았다. 공동구매하는 걸 좋아했던 언니 덕에 룸메이트와 과일도 박스채로 사서 나눠먹어보고, 당시 이성 친구가 챙겨주던 과일들을 나눠 먹으며 언니에게 연애상담도 하고, 언니에게 곰팡이가 생기게 않게 하기 위한 기숙사에서의 생활 습관들도 배우며 정말 친하게 지냈고, 각자 다른 방에 살게 된 지금까지도 우리의 사이는 돈독하다. 그 뒤, 또 한 번의 여름을 맞은 올해 여름 방학에는 곰팡이에 대해 여러 지식들도 찾아보고 미리 곰팡이 대비를 했지만, 안타깝게도 곰팡이의 습격은 피할 수 없었다. 흡습제를 방 곳곳이 구비해놓고, 에어컨을 최대한 틀지 않으며, 창문과 방문을 하루에도 몇 번씩 환기할 수 있게 열어 놓았는데도 곰팡이는 어느 샌가 생겨서 방구석에도, 책상 벽에도 자리를 잡았다. 제거제도 사다가 없애려 노력했지만, 자연스레 피어나는 곰팡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결국 나와 룸메이트는 방학이 끝나기 전 운영실에 방을 옮겨 달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당시 친절히 우리의 고민을 들어주시고 해결하기 위해 신경써주시던 운영실 선생님과, 즉각적으로 에어컨 필터 청소를 해주시고 사생들에게 올바른 곰팡이 제거 법을 알리려 노력해주신 시설팀 분들께 감사하다.

 

이 수기를 통해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앞으로의 후배들은 여름 방학 동안만은 예관 1층에 배정해주지 않았으면 한다. 올해 여름 당시 우리 방 말고도 1층의 꽤 많은 사생들이 곰팡이의 습격을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곰팡이가 없는 것 같다는 친구들도 있었지만, 여름의 예관 1층은 방을 오래 비우거나, 입사자의 부단한 노력이 없으면 곰팡이를 피해갈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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