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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오재호
번호 : 42 등록일 : 2011-12-14 조회수 : 1899

 

                                       [ 기숙사와 통제 ]

 

 

생각해보면 4년 가까이 되는 시간을 기숙사에서 살았다. 고등학교를 기숙사제 고등학교를 다녔고, 또한 대학교에서도 세 학기를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내 나이가 스물하나이니 거의 인생의 1/5 가량 되는 시간을 기숙사에서 보냈던 것이다. 그런 만큼 내가 기숙사에 갖는 심정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 생활은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통제였다. 아침 7시에 방송을 듣고 잠에서 일어나 운동장에서 체조와 아침 운동을 하고, 들어와서는 공용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식당에서 아침식사를 한 다음 학교에 간다. 이후 저녁식사를 하기 전 까지는 기숙사에 들어갈 수 없다. 수업이 다 끝나고 나면 다시 식당으로 돌아가 저녁식사를 하고, 기숙사의 독서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취침 시간이 되면 잠들었다. 기숙사의 사감은 통제가 심했고, 그 때문에 자주 마찰도 있었다. 가끔씩 그의 통제에서 은밀히 벗어나는 날들은 기숙사 생활의 가장 큰 낙이었다.

나는 그런 꽉 짜여진 생활에 불만이 많았다. 그래서 사감에게 자주 항의도 하고 그 때문에 불려가기도 많이 불려갔다. 사실, 비인간적이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수업을 하고 들어가면 피곤하기도 많이 피곤한데, 독서실에서 잠시 졸거나 하면 어김없이 체벌이 따랐던 것이다. 불만이 생기지 않을 수 없는 구조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가장 기뻤던 것 또한 그 통제에서 풀려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후 첫 학기는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버스 정류장으로 몇 정거장 떨어진 고시원에서 보냈다. 그리고 나서야 그 통제가 얼마나 자신을 절제하게 만드는 지 알 수 있었다.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것 때문에 수업에 못 들어간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제한시간이 없으니 방에도 늦게 들어가거나 컴퓨터를 하면서 밤을 새게 되었다. 또한 정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서 물건들 또한 제자리에 있는 일이 없었다. 자연히 내 생활리듬은 깨졌고, 성적도 떨어지게 되었다.

결국 학점은 별로 좋지 않았고, 다음 학기에 나는 기숙사에 들어가서 나 자신을 다잡기로 결심했다.

사실 대학교 기숙사는 고등학교 기숙사만큼 통제가 심하지 않다. 제한이라고 해봤자 기껏해야 통금, 주류반입 금지, 외부인 출입 금지 등 기본적인 것 들 뿐이다. 하지만 기숙사에서는 룸메이트와 같은 공간을 사용하게 된다. 그것이 일종의 통제로 작용하게 된다. 밤새 컴퓨터를 하지 않는다던가, 공간을 정리한다던가, 떠들지 않는다던가.

기숙사의 식당 또한 일종의 통제이다. 식권이 의무적으로 정해져 있고, 식당이 열리는 시간 또한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비교적 자유로웠던 이전과 달리 규칙적으로 밥을 먹게 되는 것이다. 그런 것들로 인해 나는 내 삶의 균형을 점점 잡아나갔고 좀 더 정돈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런 통제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학 생활 중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는 것인데, 새벽 한시라는 통금 시간 때문이 다른 자취하는 사람들보다 먼저 기숙사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때는 그런 통제가 불만스럽기도 하다. 또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은 시험을 2주일 앞둔 시점인데, 이럴 때 도서관에서 새벽까지 공부하다가 들어오지 못한다는 점도 다소 불만스럽다.

최근에는 이런 일로 인해 유리문이 깨어지는 사고가 있었다고 한다. 통금이 학생들을 안전하게 하기 위한 조치임은 알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불이익이 오거나, 더 위험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통금 시간에 잠시 늦어서 들어가지 못한다면 그만큼 기숙사 바깥에서 지내야 할 시간이 길어지고, 그렇다면 또 다른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물론 이런 불만을 가지고 있지만 나는 기숙사 생활에 만족한다. 시설도 좋고, 식당 메뉴도 좋다. 특히, 화장실이 깨끗하다는 점이 매우 마음에 든다. 이렇게 기숙사 생활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나는 다음 학기에도, 그 다음 학기에도, 졸업할 때까지 기숙사에서 떠나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대학생으로 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교에서 졸업하고 나면 기숙사를 떠나 혼자서 살게 될 때가 올 것이다. 진정 외부에 의한 통제가 사라지게 되고, 나 자신에게 모든 것을 맡길 때가 오는 것이다. 나는 그 때가 오기 전에 기숙사에서 좀 더 자신에 대한 통제를 배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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