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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민규
번호 : 33 등록일 : 2011-12-14 조회수 : 2190

        [ 병사와 간부는 친해질 수 없다? ]

 

작년 11월 군대를 전역하고 복학을 알아보았습니다. 2년 전 08년도 때는 서울 경기 지역 사람들은 기숙사에 입사가 힘들다라는 얘기를 듣고 편도 평균 2시간 10분, 하루 왕복 평균 4시간 30분, 교통비 4000원을 내고 통학을 하였습니다. 군대 입대할 때 쯤 용관, 신관 이름에 대해 논란이 많았던 신축 기숙사가 완공되었고 그 결과 우리 학교 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기숙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집이 그렇게 넉넉하지 않은 저는 가장 싼 인관을 신청하였고 1313호 합격의 영광을 누렸습니다. 4인 1실이라는 말을 하면 불편하지 않겠냐 잘 맞지 않아서 다툼이 일어나면 어쩌냐 걱정 해 준 친구들과 부모님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군대라는 곳에서 이미 내무실생활을 해 보았고 그 내무실에서 분대장이라는 것도 해 보아서 룸메이트간의 트러블은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기숙사 짐을 옮기려고 3월 1일 날 처음 인관이라는 곳에 와 보았는데 치열하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창가 쪽 자리, 1층 침대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경쟁이 느껴졌습니다. 저는 군대 전역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당연히 학번순위 인줄 알았습니다. 합격자 발표에 이미 1313호 방 룸메이트들의 학번이 나와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습니다. 저보다 학번이 높은 사람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장 문쪽에 2층 침대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1학기를 살아 보았습니다.

 

제가 수기에 적을 내용은 2011년 2학기의 기숙사 생활입니다. 기숙사 생활이 통학보다 훨씬 편함을 인식한 저는 2학기에도 기숙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2학기 때는 모두 저와 같은 학번인 08이었는데 1학기 때의 노하우도 살려서 최대한 빨리 입사해서 창가 쪽 자리와 1층 침대를 사수하는 것이 저의 기숙사 생활 첫 단추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목표를 이루었습니다. 그런데 룸메이트 친구들이 하루가 되도 이틀이 되도 일주일이 되어도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다 2주일이 되는 월요일 한명씩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었는데 그 친구와 인사를 하면서 “어, 우리 방은 다 RT아닌가?!”라고 하는 것입니다. 다음날에도 한명, 그 다음날에도 한명, 결국 네 명이 다 모였습니다. 룸메이트 친구들은 학군단에서 동남아시아 쪽으로 여행을 다녀오느라 이제야 입사했다고 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저를 처음 보는 룸메들은 모두 하나같은 반응이었습니다. RT아닌 사생이 왜 우리 방에 있는지 의아한 것. 그들 중 한명은 기숙사 배정 시에 전산 상 오류가 생겨 저 대신 다른 RT생이 있어야 하는데 그 친구대신 너가 있는거 라고. 바꿔줄 줄 알았는데 안 바꿔주는 것 같다고. 저 역시 뭔가 신기해하면서도 찜찜했습니다. 다들 RT인데 저 혼자 유대감 없이 잘 지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생각이 들어맞았는지 룸메들과 밥도 같이 먹고 야식도 같이 먹고 싶었는데 이들의 생활 패턴과 저는 너무도 달랐습니다. 아침 7시에 기상해서 단복을 입고 세 명 모두 방을 나갑니다. 그리고 저녁에 일찍 와서 11시나 12시 쯤 취침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저는 아침 9시에 일어나 1시쯤 들어와서 새벽에 잠이 들다 보니 인사할 시간도 없고 당연히 밥 먹을 시간도 없는 것입니다. 매일 세 명의 룸메이트는 아침 점심 저녁을 같이 먹고 친해지는데 저는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기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기숙사에 잘 들어가려 하지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한번은, 약속이 없어서 수업 끝나고 낮에 기숙사에 들어갔는데 방 문 앞에서 룸메이트 한명이 나오는 겁니다. 저는 “어디 나가? 잘 다녀와”라는 인사와 함께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방에는 2명의 룸메이트가 있었고 저는 제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 쪽에 앉아 있는 두 명의 RT룸메들이 킁킁거리는 겁니다. 그러더니 한명이 “꼈냐?”라고 물어봅니다. 저도 모르게 킁킁거렸습니다. 정말 고약한 냄새였습니다. 다른 한명의 RT친구는 “아니거든, 너가 꼈잖아!”라고 맞받아 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냥 숨을 참아가며 인터넷을 하고 있었는데 그 둘의 대화가 계속 마음에 걸렸습니다. 주고받는 대화가 들렸는데 “야 그럼 누가꼈냐”라는 말을 듣고 잠깐 숨죽이고 있는데 뭔가 4개의 따가운 눈총이 저의 뒤통수를 겨냥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한명이 제 쪽으로 다가 오더니 킁킁거리면서 창문을 열고 가는 것입니다. “야 에어컨에서 냄새나는 것 같아”하고 자기 자리로 가는 것입니다. 저는 민망하고 얼굴이 붉어져서 컴퓨터를 종료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뭔가 소외되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날 저녁 늦게 저는 늦게 들어왔는데 친구들이 안자고 있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침대로 갔습니다. 잠자기 전에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역시 병사와 간부는 친해질 수 없는 것인가...’

이 사건이 있고나서 서운함을 느낀 저와 RT친구들이 인식하는 저 사이의 괴리감 때문에 몇 일간 말도 없이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저와 이름도 비슷하고 순수하게 생긴 룸메이트 한명만 방에 있게 되어서 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는데 저는 정말 놀랐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는 서울 구석에 있는데 얘기를 해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서 “얘기하면 잘 모를거야, 청량리 쯤이야”라고 했는데 룸메 역시 “나도 그 쯤인데?” 룸메와 저는 설마설마 하다가 동시에 말이 나왔는데 같은 동네에 살고 있었던 겁니다. 우린 정말 반가워했고 제가 알고 있는 친구를 그 친구가 알고 있고 그 친구가 알고 있는 친구를 제가 알고 있었습니다. 서로 너무 반갑고 신기해서 많은 말이 오갔습니다. 그 지역에서 대학교 가기 힘들다는 것을 서로가 더 잘 알기에 반갑고 신기하고 놀랐던 것입니다. 그렇게 얘기하던 때에 저는 지난번 방구사건을 꺼냈고 “지난번 그때 그거 나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었고 그 친구도 “알아, 우리도 장난 친거야”라고 했습니다. 그날부터 이제 급격하게 가까워진 룸메와 저를 계기로 다른 RT룸메들과도 얘기도 하며 밥도 같이 먹게 되었습니다. 밥 먹으면서 항상 군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올해 2학기를 끝으로 이제 졸업을 하고 학사 장교로 군대에 가는 룸메들이 군대에 대해서 궁금해 하거나 힘든 점 같은 것을 많이 물어보았습니다. 병사로 군 전역을 한 제가 본 군대와 간부가 생활하는 군대는 확실히 다를 것이기 때문에 크게 말은 못해주지만 간부로서 병력 관리 방법에 대해 병사 입장에서 상세하게 얘기해 주는 정도로 서로 얘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군대 얘기 소재가 다 떨어져갈 때 즈음 어느 날 위닝이라는 화제가 나왔고 저도 위닝을 좋아한다고 하니 컴퓨터로 시합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로 한 게임 한 게임 할 때마다 이기고 짐에 있어서 더 친해지는 것 같았고 친해지니 서로서로 조금씩 챙겨주고 관심을 가져 주고 밥 먹으러 가기 전에 한번 물어보기도 하며 뒤늦게 마음이 활짝 열린 것 같았습니다. 2학기의 절반쯤인 중간고사 때에 와서야 친해진 저희 방은 앞으로 남은 시간에 더 많은 추억이 생기고 즐거운 기숙사 생활을 할 것 같습니다. RT 룸메 친구들이 군대 가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고 몸 건강히 전역하길 바라며 이상 수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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