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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이은혜
번호 : 17 등록일 : 2011-12-13 조회수 : 2711

[ 기숙사 생활, 어렵지 않아요~ ]

 

고등학생인 나에게, 대학교는 자유와 사랑이 넘치는 꿈의 공간이었다. 대학생들은 우리에겐 허락되지 않는 술도 마실 수 있고, 절대로 고등학생은 누리지 못하는 아침잠도 실컷 잘 수 있고, 또한 맘대로 연애를 하던 늦게 귀가를 하던 부모님이 크게 나무라지 않는 그런 자유가 있다고 마음속에 동경을 품어왔다. 시간이 흘러 난 정말 대학생이 되었고,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난 지금 내가 꿈꾸었던 그런 대학생이 맞지만 어릴 적에는 생각지 못했던 대학생만의 고충도 존재하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고등학교를 다녔던 3년 내내, 나는 기숙사에서 생활했고, 그 기숙사는 6인 1실로 서로의 관계가 매우 밀접했다. 나의 룸메이트들과 학교에서도 기숙사에서도 항상 함께였고, 눈을 뜰 때부터 잠에 들 때까지 부모님보다 더 가까웠으며 지금까지도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친구로서 서로를 아껴주고 있다. 처음 경험하는 대학교 기숙사는 그때와 많이 달랐다. 두 명이 방을 쓴다는 것부터가 나에겐 매우 큰 혁신이었고, 1시 통금이라는 자유는 정말 크게 느껴졌다. 그러나 삶에서 빛과 어둠이 서로 분리될 수 없듯이, 그 자유는 외로움과 단절됨이라는 커다란 짐을 나에게 안겨줬다.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한 곳에 살다가 갑자기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는 사실에 적응하는 것은 매우 힘들었고, 룸메이트와 스케줄이 많이 달라서 고등학교 때 룸메이트와는 다르게 친해지기가 더욱 어려웠다. 입학하고 나서 한참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었고, 앞으로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을 후배들에게 이 시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준 하나의 에피소드를 이제는 웃으면서 말해주고 싶다.

2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때였다. 방학동안 늦게까지 자던 버릇 때문에 또 늦잠을 자고 아침수업에 부랴부랴 갔다 와서, 씻으러 공동 세면장으로 갔다. 그런데 씻고 와보니 문이 잠겨있었다. 아직 친해지지 못했던 룸메언니는 내가 또 수업에 간 줄 알고 문을 잠그고 나갔던 것이다. 그 순간, 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때는 여름이었고, 씻으러 가는 나의 옷차림은 밖에 나가기엔 너무나도 민망했다.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법은 경비아저씨께 열쇠를 받아 방에 들어가는 것이었지만 마침 점심시간이어서 아저씨가 계시지 않았다. 게다가 나에게 있는 것이라고는 오직 수건과 샴푸뿐이었다. 그 때만큼 핸드폰이 절실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축축하게 젖은 머리로 일층과 이층 사이를 서성이며 모르는 사람이지만 핸드폰을 빌려볼까, 친구의 방에 찾아가볼까, 잠시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았지만 뾰족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고, 난 너무나도 소심했다. 그렇게 고민하던 사이, 경비아저씨께서 들어오셨고 아저씨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아저씨도 어이가 없으셨는지 허허 웃으시더니 열쇠를 주셨다. 약 20분간의 나의 방황은 이렇게 마무리되었고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 이후로 나는 잠깐 외출할 때도 항상 열쇠를 가지고 다니며 문을 잠그는 습관을 만들게 되었다.

이 에피소드는 어떻게 보면 서로가 서로를 잘 살피지 않아서 생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외출할 때 문단속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만약 내가 그때 룸메언니와 친했고 씻기 전에 잠시 대화라도 나누고 나갔다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내가 꿈꾸었던 대학교생활의 자유를 얻은 대신에 지불한 친밀한 관계라는 대가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내가 지금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때 잠깐의 짜증으로 끝내지 않고 그 이후로 언니와 더욱 친해지도록 노력했고, 거의 한 학기가 끝나가는 이 시점에는 꽤나 친밀한 관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대학교에 새로이 입학하고 기숙사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게 되는 신입생들은 많이 낯선 환경과 고등학교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힘들 것이다. 나는 비록 입학한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막내지만, 그래도 앞으로 입학할 12학번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조언을 해주고 싶다. 대학교라는 곳이 홀로 외로운 곳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개인의 노력에 따라서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을, 내가 한 학기가 지나고서야 알게 된 이 값진 깨달음을 먼저 알고 어려움을 덜 겪었으면 한다. ‘혼자라서 힘들어. 외로워.’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먼저 다가가는 마음가짐을 갖는다면 대학생활도, 기숙사 생활도 멋지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의 후배들은 멋지게 적응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아, 그리고 문단속은 철저히, 열쇠관리도 철저히: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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