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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천유상
번호 : 14 등록일 : 2011-12-12 조회수 : 2044

[ 그 형은 내가 본받고 싶은 사람 중 한 명 ]

 

아직도 2학년이지만 입학한지는 어느덧 4년이 다 되어간다. 4년 전 합격통지서를 받고, 개강하면 어디서 지내야할지 생각했을 때, 기숙사 외에는 별다른 방안이 떠오르지 않았다. 다행히 기숙사 신청에 성공해서 나의 대학생활은 기숙사 입사와 함께 시작되었다. 매학기와 방학마다 기숙사에서 지냈기 때문에 함께 생활했던 형들이 여럿 된다. 대부분 인관에서 생활했는데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은 나는 배정될 때 마다 제일 막내였다. 하다못해 동기도 없다는 것을 입사 확인란에 서명하면서 알게 되면 왠지 모르게 쓸쓸했다.

1학년 1학기 인관에 처음 입사했을 때 나는 3명의 형들과 3개월가량을 함께 보냈다. 고 학번 순으로 이야기 하자면, 그해 졸업을 앞둔 4학년인 형, 그 형과 나이는 같지만 3학년인 형, 나보다 3살 많고 그해 복학한 2학년 형, 그리고 나 이렇게 넷 이다. 4학년 형은 날 포함한 룸메이트 세 명과 일체의 대화를 하지 않으며 자기 수양에 힘쓰셨다. 3학년 형 또한 바빠 보이셨고, 얼굴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나마 세 살 위인 2학년 형이 신입생이던 내게 다정하게 대해주셔서 위안이 되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넷은 정말 대화가 없었다. 웃음 없이, 그렇다고 별다른 갈등도 없이 무난히 3개월이 지나갔다.

여름방학을 지나 2학기가 되어 또다시 인관에 입사했을 때, 방 배정 결과 내 룸메이트는 모두 나보다 먼저 입학한 형들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쩌면 또 다시 침묵과 고요 속에서 3개월을 지내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입사 첫날 같은 방을 쓰는 네 명이 모두 모였을 때 괜한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두 성격이 좋았고, 유머감각도 있어서 이야기를 하면 재미있었다. 그래도 세 형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형은 그해 졸업을 앞둔 4학년 형이다. 졸업반이라서인지 취업준비로 매일 바빠 보였다. 아침이면 제일 먼저 나가시고 거의 잘 때 즈음 되면 들어오시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형이 미소를 띠며 방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그리고 날 보더니

“유상아, 형 삼성 취직했다! 오늘 다 같이 저녁에 닭이라도 먹자.”

라며 어린아이처럼 기뻐하셨다. 나 역시 진심으로 축해해 드렸고, 무엇보다도 그 소식을 나에게, 그리고 같이 생활하는 룸메이트들에게 알려주며 기쁨을 함께 나눈 형이 고맙기도 했다. 난 평소에 흐트러짐 없이 열심히 생활했던 형이기 때문에 그 형이 졸업 전 대기업에 취업한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녁에 기숙사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시켜먹는다는 00음식점의 파닭을 푸짐하게 시켜주셨다. 맛있게 파닭을 먹으며, 형으로부터 취업에 대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이번 면접에서 합격하는데 가장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는 것을 이야기 해주셨다. 형은 인터넷에서 여러 기업의 행사 일정을 살펴보다가 우연히 입사 지원한 부서와 관련된 것을 발견했다. 어느 도시에서 제품 홍보를 하는 행사였는데 거리도 멀고 특히나 평일이라서 직접 가는 게 부담이 되었다. 그래도 나중에 면접 볼 때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행사를 보러 내려갔고 이런 저런 정보를 얻어왔다. 그리고 실제 면접에서 직접 다녀와서 본 사실을 보태어 조리 있게 이야기를 했고, 그 점에서 같이 면접을 본 지원자들과 차이를 나타낼 수 있었다. 면접관으로 오신 분들도 형이 행사에 직접 가보았다는 말에, 이 부서에 정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느끼셨고, 그 점을 좋게 보신 것 같다고 했다. 그 뿐 아니라 형은 방학 기간에도 인턴도 해보신 모양이다. 인턴 면접을 볼 때 소위 SKY로 일컬어지는 고 학벌 지원자들이 많아서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면접관으로 오신 분이 ‘나도 성대 출신이야.’ 라며 열심히 하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한다. 물론 학교 때문이 아니라 형이 그만큼 남들보다 더 능력이 있기 때문에 인턴 면접을 통과했다고 본다. 그 외에도 라면 면발이 꼬불꼬불한지에 대해 묻는 질문, 돈을 몇 백 만원 줄 테니 무엇을 할 거냐는 질문, 그룹면접에서 처음 보는 사람들이지만 이름을 모두 외웠고, 상대를 직접 호명하며 토론해서 눈에 띄었던 지원자 등 조금은 황당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다. 특히 인터넷 사이트를 잘 찾아보면 공모전이나, 인턴과 같은 좋은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이 많다며, 작은 경력이라도 많이 쌓아두면 취업할 때 많이 도움이 된다는 충고도 해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나에게 혹시 연구실에 갔다 왔는지 물어보셨다. 1학년인데다 아직 연구실이란 곳을 가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이해하질 못했다.

“어? 내가 연구실에서 실험 지원자 모집하니 한 번 가보라고 문자 보냈는데, 못 받았나 보네. 그냥 가서 글자 몇 번 읽는 건데 실험 참가비를 준다니까. 잘 찾아보면 좋은 거 많은데 아쉽네.”

그 말을 듣고 문득 형으로부터 왔던 문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문자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닌데다, 내용도 연구실에 관련된 것이라서 잘못 보낸 것이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결국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한 게 되어버렸다. 형이 내게 문자를 보낸 건 손쉬운 아르바이트를 발견해서 나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학교를 반년 넘게 다니면서도 그런 실험이 있다는 것은 그때서야 처음 알게 되었다. 어느 연구실에서 실험을 통해 결과를 내야하는데 여러 사람이 필요해서 공개적으로 모집을 하는 것이었다. 참가비도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었는데, 단순히 글자를 읽는 수준의 노동에 비하면 많은 금액이었다.

돌이켜 보면 그 형의 문자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사소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작은 배려를 베푸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4학년이라 취업과 졸업 준비로 바쁘고, 더군다나 학과도 다르고 나이차이도 많이 나지만 사소한 것 하나라도 챙겨주었던 그 마음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나도 이제 점점 학년이 올라가고 나보다 나이 어린 룸메이트와 생활하게 될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그 형처럼 열심히 생활하는 것은 물론이고, 같은 방을 쓰는 동생들을 배려할 줄 아는 그런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그 이후로 꽤 많은 시간이 흘렀을 때, 우연히 학교 근처에서 직장인으로서 학교 동기들과 함께 모교를 방문하는 형을 만났다. 더 여유롭고 자신감에 차있지만 여전히 친절하고 호의적인 모습은 그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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