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룡학사

기숙사 컨텐츠 공모전 출품작 - 시 부문
주제: 요즘 것들
2017312642 정호정

겨울이 없습니다

성균관대 기숙사엔
겨울이 없습니다.

평범한 성대 기숙사를
호그와트로 만들어 주시는
청소 마법사 아주머니와
따뜻한 말을 주고받는
성균관대 기숙사엔

함께 쓰는 공간에서
함께 쓰는 물건을
함께 쓸 만 하게 남겨두고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는
성균관대 기숙사엔

종이는 종이끼리
캔은 캔끼리
비닐은 비닐끼리
모여 살게 해주는
성균관대 기숙사엔

따뜻한 겨울만 있고
추운 겨울은 없습니다.


철야

햇볕에 눈을 붙이고
달볕에 광합성을 합니다.

달볕에 힘을 얻고
달기운에 잠을 깹니다.

달기운에 눈을 뜨고
달무리에 소원을 빕니다.

그렇게, 월몰(月沒)의 시작부터
일출(日出)의 끝까지
계속 소원을 빕니다.

아직 어린 새끼 제비는오늘도,
둥지에서 하룻밤을 꼬박 지샜습니다.

소원이 간절할 때, 새끼 제비들은
야행성인가 봅니다.


치킨

치킨 냄새 함부로 풍기지 마라
너는 옆 방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퍽퍽살 줘 본 사람이었느냐


합동 콘서트(ft. 401호, 402호)

401호 샤워실은
콘서트장입니다.

샤워기를 마이크 삼아
음악소리를 반주 삼아
울림을 에코 삼아
후두둑 후두둑 소리를 비트 삼아

401호 남자는
샤워실 콘서트 중입니다.

402호 화장실도
콘서트장입니다.

핸드폰을 마이크 삼아
조르르륵 소리를 반주 삼아
울림을 에코 삼아
퐁당 퐁당 소리를 비트 삼아

402호 남자는 화장실 콘서트 중입니다.

벽 허물고
콜라보 하시지 그러세요?


작은 사회

기숙사에서  
작은 사회를 봅니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사람
안 일어나는 사람

오전 수업 오전에 가는 사람
오전 수업 오후에 가는 사람
안 가는 사람

빨래하는 사람
청소하는 사람
안 하는 사람

치킨 먹는 사람
라면 먹는 사람
다 먹는 사람

암만 봐도
완전 똑바로 사는 사람은 없습니다.


질투 1

룸메 입이 귀에 걸렸다.
또 전화 받으러 나가나 보다.

나가다 돌부리에나 걸렸으면.



질투 2

룸메 입이 턱에 걸렸다.
또 싸웠나 보다.

내 입이 귀에 걸릴 것 같다.


가출 대회

만약 세상에
‘가출 대회’가 있다면
나는 코치로 출전할 것이다.

금메달은
망할 내 양말이 딸 거니까.


질투 3

룸메가 나라 잃은 표정을 하고 있다.
헤어졌는지, 자꾸만 그 친구를 찾는다.

그 친구 찾을 시간에
집 나간 니 양말 한 짝이나 찾아.


E-하우스 고양이

E-하우스에는
고양이가 여러 마리 삽니다.

수줍음 많고
그늘을 좋아하는
호랑이무늬 고양이.

쾌활하고
햇볕이 만들어준
벤치 파라솔을 좋아하는
점박이 고양이

비 오는 날
주차장에서
개구리를 가지고 놀던
흰갈색 얼룩무늬 고양이


이 친구들에게
이름을 지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