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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동상] 룸메야, 너 이상해
번호 : 208 등록일 : 2014-12-10 조회수 : 5578

룸메야, 너 이상해


  군대를 다녀온 후로 이제 두 학기를 기숙사 4인 1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제대 후에만 벌써 6명의 룸메이트를 만났습니다. 근데 그 룸메이트 6명 모두 처음에 이상한 사람으로 보였고, 제 눈엔 이상한 사람이었습니다. 4인 1실 특성상 좁은 공간 안에 4명이 살다 보니 서로가 어떤 생활 패턴으로 사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자세하게 무엇을 하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언제 나가고, 언제 들어오는지, 또 언제쯤 집에 가는지 정도는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행동들을 서로 대화 한마디 없는 상황에서 보게 되면 룸메이트들이 이상하게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목적지와 취미를 모르는 상황에서 룸메들의 생활방식이 어떻게 보이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6명 모두 이상했지만, 그 중에서 제일 이상했던 3명만 얘기해보겠습니다. 룸메들은 이렇습니다.

  한 룸메는 생활 패턴이 이렇습니다. 아침에 나갔다가 저녁까지 보이지 않더니, 잠시 들어왔다가 저녁 늦게 다시 나갑니다. 그러고는 아침에 쥐 죽은 듯이 들어왔다가 다시 나갑니다. 어떤 날은 잘 때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자고나니 빨래가 널려져 있기도 합니다. 일주일에 적어도 3~4번 이러한 숨바꼭질이 반복됩니다. 같이 산지 거의 3달이 다 되어 가는데 얼굴이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과연 룸메는 매일 밤 어디를 가는 것이며, 잠은 어디서 자는 것일까요?
 또 다른 룸메는 이렇습니다. 처음 입사하고 들어오니 짐은 반만 풀어져 있고, 푼 짐은 의자를 옷장삼아 사용하여 의자에 옷을 너저분하게 걸어놓았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정작 편히 앉지도 못하고, 걸터 앉거나 침대를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긱사의 필수품인 노트북마저 없었고, 책상은 매우 너저분하게 책상인 듯 아닌 듯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 상황을 일주일 넘게 지속합니다. 도대체 긱사에 사는 건지 아니면 그냥 잠만 자는 곳 여기는 건지, 혹시 반수 준비해서 퇴사할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별의 별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으로 한 룸메는 방을 나갔다가 들어 왔다가를 반복합니다. 무엇을 하는지 알 수도 없습니다. 분명 옷도 다 입고, 가방도 다 챙긴 듯한데 우산을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외투를 챙기는 것도 아닌데, 계속 왔다 갔다 합니다. 나갈 때랑 들어올 때랑 무언가 바뀐 거 같긴 한데 알 수는 없고, 소리만으로 판단할 뿐입니다. 물론 물어볼 수도 있지만 친하지 않기에, 서먹서먹하기 때문에 궁금해도 질문은 못하고 눈치만 봅니다. 그냥 이상하다고 생각만 할 뿐입니다.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그냥 머 저럴 수도 있지 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니면 저처럼 이상한 룸메라고 생각하셨나요? 아마 입사 초기에는 서로 다른 룸메를 보고 ‘쟤 좀 이상하다’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꽤 있을 거라 생각됩니다. 이제 앞서 말한 룸메들이 어떤 친구들이었는지 말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룸메는 흔하디 흔한 2학년이었습니다. 방학 끝나고 입사해서 오랜만에 친구들이랑 다 같이 모여서 술도 마시고 게임도 한 판하는 그런 흔남이었습니다. 저녁도 친구들이랑 먹고 싶어서 밖에서 먹고, 들어와서 잠시 숙제 좀하다가 지루해서 카톡으로 할 일 없는 친구들을 모아 술을 먹으러, 혹은 게임하러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잠은? 아시다시피 술과 게임이 있다면 잠은 포기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듯 이 친구도 그런 친구들 중 하나였습니다.
 두 번째 룸메는 만사가 귀찮은 귀차니즘 병에 걸린 룸메입니다. 입사할 때부터 짐이 널부러져 있던 것은 짐을 의자에 펼쳐놓은 것이 아니라 조기 입사를 하고 정리를 안했던 것입니다. 그럼 노트북은 왜 없던 것일까요? 그냥 멀 살지 정하지 못했답니다. 그래서 고르고는 있는데 그것도 귀찮아서 그냥 사야지라고 생각만 하고 있답니다. 귀찮은 거 하나 빼면 매우 평범한 친구였습니다.
 마지막 룸메는 어떤가요? 제일 이상해보이지 않았나요? 저 룸메는 패션니스타입니다. 옷도 다 입고 가방도 다 챙기고 방을 나서서는 마지막으로 엘리베이터 앞에서 자기 모습을 보고, 마음에 들지 않아 옷을 다시 입으러 들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이상하면 또 갈아입고 다시 보고를 반복하는 거였지요. 별거 아니었습니다.

 읽고 나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이제 좀 이해하셨나요? 제 룸메이트들은 모두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매우 평범한 학생들이었습니다. 처음에 읽을 때는 도대체 어떤 이상한 룸메가 있는 것일까 하고 기대를 많이 하셨을 거 같은데 아닌가요? 무언가 엄청 이상한 걸 기대하지는 않았나요? 만일 그랬다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신 겁니다. 룸메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한 이상한 상상으로 룸메를 이상한 사람으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저희도 룸메에게는 이상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저 사람은 왜 침대에 누워서 히히덕거리지? 저 사람은 도대체 무엇을 하길래 매일 기타를 치는 것일까? 쟤는 무엇을 하기에 왜 책상에 앉아서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본인은 알고 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자신이 무엇 때문에 그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친하지 않은 룸메는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벌써 당신을 이상한 사람으로 판단했는지 모릅니다. 룸메이트라는 존재가 비록 처음에는 모르는 사람이지만 곧 친해질, 곧 알게 될 사람입니다. 이상한 사람으로 판단하기 전에 먼저 말을 건네고, 친해지는 건 어떨까요? 혹은 친하지 않다면 이상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전에 이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좀 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의리? 사람으로서의 의리를 지키는 것은 간단합니다. 그 사람에 대한 믿음을 갖는 것입니다. 아직 신뢰가 쌓이지 않은 사이라면 오해하지 않는 것입니다. 친해지는 것, 서로 가까워지는 것이 의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지금이라고 친해지지 않은 룸메이트가 있다면 먼저 다가가서 친해지길 바랍니다. 룸메도 다가와주길 원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먼저 다가가서 말 한마디 하는 것이 힘든 일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조금의 노력으로 당신은 룸메에게 정상인이 될 수 있습니다. 한마디 먼저 하는 것으로 룸메와의 의리를 다질 수 있습니다. 모두 정상인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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