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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익숙함, 그리고 나의 두 번째 집
번호 : 206 등록일 : 2014-11-26 조회수 : 5816

 

익숙함, 그리고 나의 두 번째 집

 이민정            

   두려웠다. 2014년 2월의 나는, 새로움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나이 앞에 ‘2’자도 달았고, 나름대로 큰 시험인 수능도 태연작약하게 치고 나왔고, 입학 전까지 서울 곳곳을 이리저리 혼자서 누볐는데도 불구하고 익숙함을 벗어나는 것은 무서웠다. 평생을 가족과 함께 살면서 외박이라고는 수련회나 수학여행이 전부였던 나에게 갑작스런 독립 아닌 독립 선고가 떨어진 셈이다. 엄마는 그래도 혼자 방을 쓰는 게 아니니 다행이라고 했지만 나는 오히려 내가 모르는 낯선 사람과 함께 방을 쓴다는 것이 가장 막막한 부분이었다. 기숙사 입사 대상자 발표가 나고 입사일이 다가오면서 혼이 나간 것처럼 살림들을 챙겼다. 그러면서 입 밖으로 낸 두근거린다는 말과는 다르게 룸메와 안 맞으면 어쩌지, 혼자 잘 살 수 있을까 등등의 걱정으로 밤잠을 설치곤 했다. 입사 당일,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짐을 정리하고, 부모님이 집으로 돌아가신 후 오롯이 홀로 되었을 때의 그 막막함은 이루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그렇게, 나는 기숙사에 입사했다.

   처음 만난 룸메 언니는 친절했다. 낯선 곳에 대한 어색함과 다음날 있을 수업에 대한 막연한 공포 때문에 패닉이 되어있는 내게 이것저것 말해주었고 먼저 밥이나 한 번 먹자고 했다. 학교 지리를 잘 모르는 나를 위해서 강의실이 어딘지도 일일이 다 설명해 주었다. 덕분에 내가 낯을 많이 가림에도 불구하고 쉽게 적응하고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 먼저 입사한 친구들이 누누이 이야기했던 룸메이트의 중요성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올빼미 같은 생활 패턴도 비슷해서 편했고, 1교시로 도배된 내 시간표와는 상반되게 룸메 언니는 오후에 첫 수업이 있어서 화장실 쓰는 것도 편했다. 가끔 늦잠 자는 언니를 깨워주기도 했고, 상대적으로 집이 가까웠던 내가 챙겨온 과일을 나눠 먹기도 했다. 기숙사에 살면서 새롭고 좋은 인연을 만났다는 것이 참 기뻤다.

   기숙사에 살면서 알게 모르게 익숙해 진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샤워하고 나면 항상 가운이나 큰 수건으로 몸을 감싸고 나오는 것이 습관이었다. 여름이고 겨울이고 따뜻함은 물론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느낌이랄까. 당연하게도 나는 기숙사에 입사하면서 가운을 챙겨왔다. 그것도 아주 큰 가운을 말이다.

 

                                                                

 ▲ 내가 쓰는 샤워가운. 이제는 내 방의 명물이 되었다.
       한 번 쓰기 시작하면 그 편안함 때문에 끊을 수 없다.

 

   내 방에 놀러왔던 친구들과 선배들은 하나같이 이 가운을 보고 놀란다. 나도 처음에는 살짝 민망하기도 하고, 뭔가 유별난 것 같아서 쓰는 것을 망설였다. 그런데 룸메 언니도 놀란 것 같았지만 이내 적응했는지 익숙해진 것 같아 나도 이제는 아무 생각 없이 가운을 입고 나오곤 한다. 샤워시간이 겹치는 일이 발생했을 때 빠르게 씻고 가운 입고 나올 수 있어 언니도 나도 확실히 편했다. 결국 룸메 언니의 적응이 나의 적응으로 이어진 것이다. 만약 룸메 언니가 여전히 이상하다는 눈으로 쳐다봤으면 나는 가운을 고이 접어 옷장 안에 넣어놓고 집에 돌아갈 때까지 꺼내지 않았을 것이다. 아무튼 기숙사 생활은 서로 이해 못할 부분이 있어도 흔쾌히 이해해 줘야 할 것 같다. 같이 사는 사람끼리 서로서로가 이해해 주고 배려해 줘야 한 학기를 무사히 버틸 수 있을 테니까.

 

                                                       

                                                  ▲ 기숙사 안전 지킴이. 이제는 키를 놓고 오는 일이 거의 없다.

   또 하나 익숙해 졌던 건 기숙사 카드키와 열쇠다. 집에서도 카드키는 한 번도 써 본적이 없었고 열쇠는 초등학생 이후로 쓴 적이 없었다. 처음에는 카드키와 열쇠가 마냥 불편하기만 했다. 일일이 문을 잠가야 하는 것, 그리고 잠깐 밖에 나갔다 오려는 것인데도 카드키를 들고 나오지 않으면 다시 들어가서 가져와야만 하는 것 등 사소한 것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적응의 동물답게 이제는 자연스럽게 카드키와 열쇠를 챙기게 되었고 카드키가 없어 다시 돌아오는 일은 없어졌다. 생각해보면, 카드키는 미연에 사고를 방지하고자 하는 수단이니 기숙사에 꼭 필요한 조치인 것 같다. 누군가 술을 잔뜩 먹고 들어온다거나, 기숙사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올 수 있다면 지금처럼 편하게 잠들지는 못할 것 같다. 물론 여전히 집에 다녀오면서 카드키와 열쇠를 놓고 올 때가 있긴 있지만, 이제는 경비실에서 키 보관 서비스를 한다니 자주 깜빡하는 나는 앞으로 열심히 이용할 생각이다.

 

                                                    

▲ 저녁의 신관 A동 앞.
   점점 귀가시간이 빨라진다. 이때는 7시 반에 귀가했다.

 

    통금도 이제는 완벽하게 적응이 된 것 같다. 기숙사 입사 후 내게 주어진 가장 큰 변화는 통금이었다. 부모님이 귀가시간에는 굉장히 엄격했던 탓에 나의 통금 시간은 10시 30분이었다. 집이 바로 학교 옆이어서 5분이면 통학이 가능했고 야간자율학습이 10시에 끝나면 어떤 일이 있어도 30분까지는 들어가야 했다. 그런데 기숙사에 살면서 통금이 1시로 늘어나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처음에는 어떻게 1시까지 놀 수 있지? 라는 생각부터 했으나 1학년이라 술자리도 잦았고, LC모임도 많아서 거의 매일을 통금시간에 맞춰서 들어왔고 아주 가끔은 외박도 했다. 물론 점점 약속이 뜸해지고, 기숙사에서 자는 게 제일 편하다는 걸 깨달았고, 과제가 폭풍처럼 밀려들면서 귀가시간은 점점 더 빨라져서 통금이 의미가 없게 되었지만. 그래도 기숙사는 어쩌면 폐쇄된 삶을 살고 있었던 내게 신세계를 열어주었고 나름대로 즐거운 기숙사 생활을 만들어 주었다.

   마지막으로 익숙해진 건 ‘내 방’ 이다. 1학기에는 전망도 좋고 햇빛이 잘 들어오는 앞쪽의 방이었다. 그러나 지금 살고 있는 방은 전망은 좋지만 햇빛은 잘 안 들어오는 뒤쪽의 방이다. 햇빛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탓에 2학기 입사발표가 날 때 쯤 앞쪽 방이길 간절히 바라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뒤쪽 방을 배정받았다. 심지어 복도 끝 방이라 엘리베이터까지 한참을 걸어야 하고 점점 날씨가 추워지면서 햇빛도 안 드니 방이 추운건가 라고 의문을 가지기도 했지만 이제는 익숙하다. 따끈따끈한 전기장판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도 가끔 하지만 나는 굉장히 덜렁대는 사람이므로 분명히 전원을 끄지 않아 사고가 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숙사라는 공간이 단 한 번의 실수라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공간이니까 그런 상황을 금지시켜서라도 아예 만들지 않는 것이 낫다. 어쨌거나 지금은 긴 복도와 약간은 쌀쌀한 방 그리고 좋은 전망까지 완벽하게 적응해서 나름 편하게 잘 살고 있다.

 

  

현재 내 방에서 본 전망. 낮과 밤. 전망이 정말 좋다.

 

▲ 현재 내 방은 이 복도의 끝이다.    
   정말 멀다. 그래도 요새는 적응이 되어 좀 낫다.

 

   이제 2학기도 거의 마무리가 되어간다. 공포에 휩싸여 기숙사에 입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몇 달만 지나면 후배가 들어올 것이고, 나는 전공에 진입해서 또 무언가에 적응해야 할 것이다. 아마 그 때도 나는 기숙사에서 살고 있을 것이다. 기숙사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고, 그 사람과 친해지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또 가끔은 지친 얼굴로 들어오거나 기쁜 마음으로 기숙사에 들어올 것이다. 앞으로의 나의 집은 지금처럼만, 내게 익숙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는 익숙하고 편해진 기숙사에서 좋은 사람과 안전하고 즐거운 생활을 하는 것이 나의 현재, 그리고 미래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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