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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꿈만큼 사람도 중요해
No : 169 Date : 2013-12-13 Views : 2096

꿈만큼 사람도 중요해

 

출필곡 반필면(出必告 反必面).

밖에 나갈 때는 반드시 부모님께 알리고 돌아와서는 얼굴을 비추고 인사

드리며 안부를 눈여겨본다는 뜻이다. 대학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집을

떠난 적이 없던 나로서는 부모님께 출필곡하고 반필면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고 또 그렇게 해왔다. 공부에 스트레스를 받던 어렸던 나

는 괜히 투정부리면서 항상 가까이에 있던 가족에게 화풀이하고 어리광

을 부렸다. 집에서 언제까지나 어리고 작은 막내아들이었던 나는 그렇게

대학 진학을 위해 집을 떠났다.

그렇게 타지에서 생활한 지도 벌써 만 4년이 다 되어간다. 군대에서 있었

던 시간을 제외해도 2년이란 시간을 바로 여기, 기숙사에서 지냈다. 요즘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나는 우리 대학 기숙사가 처음이다. 그래서 더 각별한 기숙사 생활이었

고, 지금도 그렇다. 이제 기숙사는 내 집이다. 한 번씩 고향에 내려갈 때

면, 난 ‘다시 학교로 올라간다.’는 말 대신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한다.

나에게는 두 곳의 집이 있다. 내가 사랑하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우리

가족이 있는 고향집과 내가 마음 편히 몸 건강하게 편안하게 공부하게

해주는 기숙사가 내 집이다. 하지만 이렇게 기숙사가 내 집이 되기까지

는 하루 이틀 만에 되는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대학에 입학할 때만 해도 나는 혼자였다. 고등학교 선배도 아는

이 한 명 없었다. (솔직히 고등학교 선배가 우리 대학에 있는 지도 잘 모

르겠다.) 그렇게 나 혼자 우리 대학으로 진학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사람을 사귀고 친구를 사귀어야 했던 나에게 가족이 되어준 사람들은 기

숙사 친구들이었고, 룸메이트였고, 또 기숙사에 살고 있는 동아리 선배

님들이었다. 술자리를 함께 하고, 밥을 함께 먹고, 강의실까지 같이 걸어

다니며 그렇게 나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처음 기숙사 생활을 시

작할 때만 하더라도 출필곡하고 반필면할 사람이 없다는 사실은 나에게

너무나 크게 다가왔다. 집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마치 마마보이 마냥 부

모님께 당연히 의지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러워진

다.) 기숙사는 그럴 수 없었다. 집에 돌아와 오늘 있었던 일들을 어머니

께 말씀드리곤 했던 당연한 모습도 사라졌고 기껏해야 안부를 전하는 전

화 몇 통이 전부인 듯했다.

그러던 나에게 슬럼프가 찾아왔다. 생각이 많아졌던 탓일까, 부담을 많

이 느꼈던 탓일까? 국방의 의무를 마치고 복학생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부푼 마음으로 다시 학교로 돌아온 나에게 장애물이란 없을 것 같았다.

(흔히 남자들 사이에서 복학 버프라고들 한다.) 내려놓았던 펜을 다시 집

어 들고 이제는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준비하고 고심해야한다는 관념

에 사로잡혀 혼자 각박하게 지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학생들이 얼마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

로는 중심을 잡지 못하는 내 모습이 남들이 보기에 비웃음거리가 될 것

같기도 하다. 수업을 듣고,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기숙사 방문을 열고 들

어올 때면, 아침에 방을 나설 때 그대로 놓여 있던 물건들을 깊은 한숨과

함께 정리할 때면 복잡한 생각이 동시에 스쳐지나가면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책상에 앉아서 또는 침대에 벌러덩 누워서 하루

를 돌아보고 반성할 때면 반복되는 일상이 지겹게 느껴지면서 공허함과

함께 오만가지 생각을 하곤 한다. 이런 경험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을 입

밖으로 내뱉었던 어릴 적과는 다르게,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내

자신 스스로에게 되뇌는 시간이 많아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사람 사는 일은 그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 사람이 마음먹기에

달린 것 아니겠는가. 똑같은 결과를 내놓고도 그 것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에 따라서 기분이 좋고 나쁜 게 아니겠는가. 슬럼프가 찾아올 때도

내가 돌아올 수 있는 곳은 기숙사였다. 내가 잡생각을 버리고 마음 놓고

이불 속에 얼굴을 파묻을 수 있는 곳은 기숙사였다.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들도 결국 기숙사에 살고 있는 나의 또 다른 가족이었고, 매일

을 함께하는 룸메이트였다. 과장을 좀 보태자면, 내 대학 생활에 있어 기

숙사 생활을 빼고 말한다면 말할 것이 하나도 없을 정도인 것이다.

부모님의 품을 떠나 멀리 홀로 타지에 와서 생활을 한 지 4년. 짧다고도

할 수 있지만 꽤 긴 시간 지내오면서 내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이 생

겼다. 꿈만큼 사람도 중요하다. 어떨 때는 꿈보다도 사람이 더 중요할 때

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꿈과 목표를 가지는 것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중요하지만 내가 만나고 함께하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

는 사람들이 옆에 그리고 뒤에 있기에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 아

닐까? 나도 아직 슬럼프를 완전히 다 이겨냈다고 할 만큼 아직 결과가 나

온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내 인생 그래프는 상승곡선을 그

리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다.

내가 지금 이렇게 수기를 편안히 앉아서 쓰고 있는 것도 기숙사라는 보

금자리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수기를 쓰면서 4천여 명의 사생들이 둥지

를 틀고 하루 세 끼 맛있는 밥을 먹고, 밤에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매일 같은 자리에서 고생하시는 분들에게 다시 한 번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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