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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가족의 손길이 느껴지는 곳, 지금 여기의 유학
No : 207 Date : 2014-11-27 Views : 4710

가족의 손길이 느껴지는 곳, 지금 여기의 유학

 

<프롤로그>

 

義理

(옳을 의, 다스릴 리)

 

1 .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비슷한 말] 예의

 

2 .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지켜야 할 바른 도리.

 

의리? 의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친구 사이의 의리이다. 아마 의리의 사나이 김보성씨 덕분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한 차원 더 나아간(?) 혹은 또 다른 엉뚱한 의미에서의 의리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옳을 의’ ‘다스릴 리곧이곧대로 해석하면 옳게 다스린다.’라는 의미이다. 기숙사를 생활하면서 우리를 옳게 다스리시는 분들, 즉 우리와 의리관계를 맺고 있는 분들께 전하는 의리, 단순히 우정으로서의 의리를 넘어 그 도리와 예의에 관한 스토리이다.

 

<어서와 지관은 처음이지?>

2014224일 나는 이상한 궁전 같은 노란색 건물 앞에 섰다. “여기가 지관...?”이라고 하면서 말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머물렀던 신관 기숙사보다 오래된 것 같은 느낌이어서 그런지 약간의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무거운 짐을 끌면서 들어가자마자 나에게 인사를 건네셨던 분은 바로 경비 아저씨이다.

 

오늘 입사하는 거야?” “1학년이구나?” “조기입사해서 뭐 하려고?”

 

쉴 틈 없이 나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시면서 특별히 제 방까지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하셨다. 재미있으시기도 하고 방을 못 찾던 나에게 직접 안내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마지막까지 부모님께서 기숙사 옷장과 침낭 수건 등을 모두 정리해주시고 방안에는 나 혼자 남았다. 혼자서 지관을 둘러보니 지관에서의 내공이 가득한 군대용 깔깔이를 입고 다니시는 분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마치 처음 들어오는 신입을 보는 말년병장의 시선을 받으면서 약간 소심해지기도 하였고 나도 하루 빨리 적응해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이젠 정말 부모님의 곁을 떠나 잔소리 없는 자유로움에 대한 생각에 너무 설레고 행복했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몰랐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의 방은 이렇게 되었다. 침대에 널브러져 있는 옷들, 하나도 개지 않은 수건, 자고 일어난 그대로의 침대는 그야 말로 정말 더 럽 다. 한 평생 19년을 부모님의 곁에서 지내던 습관들이 한 순간에 사라지기는 어려웠다. 직접 빨래부터 쓰레기통 비우기 등 사소한 것 하나하나 직접 할 때마다 부모님의 손길이 그리웠고 결코 쉬운 것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런 생각을 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얼마나 집안일을 안했는지 누가 봐도 짐작할 만하다. 항상 집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비울 때마다 항상 투덜거리면서 하던 과거의 나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부모님의 곁을 떠나 이곳에서 느낄 수 없었던 그리운 엄마의 손길을 나는 최근에 느끼게 되었다.

 

<우렁각시 엄마>

 

201410월이다. 이때도 나는 여전히 남자만 생활하는 지관에서 살았다. 밖에서 있다가 기숙사에 들어오면 아무 생각 없이 돌아다니다가 잠들고 다시 수업을 들으러 기숙사를 나가곤 했다. 이렇게 1학기를 생활하였지만 나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우리 기숙사를 위해서 항상 힘쓰고 계셨던 분들의 감사함을. 어느 날 10, 평소보다 늦게 일어나서 부랴부랴 샤워하기 위해서 화장실을 들어갔는데 이상하게 온 바닥에 거품이 있었고 모든 세면대에 물이 틀어져 있었다. 나는 순간 뭐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평소와 같이 머리를 감고 나왔다. 그러나 매번 같은 시각 모두가 수업을 들으러 나가고 아무도 없는 그 시각! 그 곳에는 항상 거품과 함께 모든 세면대에 물이 틀어져 있었고 그 곳에는 호스로 물을 뿌리면서 청소하시던 아주머니께서 계셨다. 생각해보면 매일 밤, 술을 많이 마시고 소변기나 바닥에 토를 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걸 누가 치우나 생각하면서 밤이 되면 그 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원상복귀 되어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제대로 펴지도 않은 채 버려진 박스, 쓰레기로 가득 찬 쓰레기통, 음식물 쓰레기로 가득 찬 싱크대 음식물 쓰레기 이 모든 것들이 항상 다음날이 되면 깨끗하게 다 비워져있었다. 사람이 없는 시간 혹은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지관 전체 11층까지 있는 모든 층을 그렇게 관리하고 청소해주시는 우렁각시 아주머니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위에서 말한 엄마의 손길을 바로 여기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이미 한 학기를 생활하였지만 이때까지 전혀 느끼지 못했는지 의아해하였다. 돌이켜 보니 최근까지도 그랬다. 지관에서 생활하다 보니까 공용 화장실이어서 사용할 때도 그냥 막 사용하고 또한 청소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집에서처럼 아직도 그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기숙사에서 잠만 자고 휙 사라지면서 지나가는 아주머니 분들께 제대로 인사 한 번 하지 않고 지나쳤던 것이었다. 우연히 화장실 구석진 곳에 있는 이상한 문을 열어보니 그 안에는 아주머니 분들께서 사용하시는 청소용구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구석에 있는 이 문을 하루에 몇 번씩 열고 닫으면서 엄마 같은 손길로 화장실 및 지관 전체를 청소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을 생각하면서 엄마가 생각났다. 지금 이 시간에도 청소를 하시고 항상 남은 밥을 드시던 어머니에 대한 이 감사한 마음을 잊지 않도록 반성하고 다짐하였다. 지나가면서 인사하고 사용할 때 최대한 깨끗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청소 아주머니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이자 그 도리인 것 같다. 지관의 어머니이신 청소 아주머니들이 이곳에서 계시기에 지금도 엄마의 손길을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잔소리 대마왕 아빠>

 

우리 기숙사에는 1시라는 통금 제한이 있다. 이 통금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5시까지 들어오지 못해서 곤란한 상황에 있어야한다. 새벽 1시 근처가 되면 사람들은 다 뛰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 문 앞에는 경비 아저씨가 지키고 계시기 때문이다. 조기입사 첫날, 친절히 방까지 안내해주셨던 경비 아저씨는 통금시간이 되면 우리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문을 굳게 잠그시고 근엄한 표정으로 기숙사의 입구를 지키신다. 1학기 초에 이러한 통금문제 때문에 여러 사람들이 경비 아저씨와 말다툼을 벌이는 광경을 몇 번 보았다. 경비 아저씨의 입장에서는 그 시간을 지키는 것이 당연한 것이고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몇 분 차이로 못 들어간다면 잘 곳이 마땅치 않은 곤란한 상황이 되어 서로의 의견차이로 인해 자주 문제가 있었다. 그래도 아침이 되면 1교시에 나가는 학생들에게 밖에 추우니까 따뜻하게 입어.”라고 퉁명스럽게 얘기하시면서 모든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말을 거시는 것 자체가 좋았다. 우리 아빠는 경상도 남자여서 그런지 항상 퉁명스럽게 얘기하신다. 그냥 걱정 되서 하시는 말도 오랫동안 계속 되면 잔소리로 들려서 철없던 시절 나는 이것 때문에 주로 아빠와 싸우곤 했다. 아침마다 학생들에게 말을 하시는 경비 아저씨를 보면 아빠의 잔소리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잔소리로 들리는 경우 때문인지 모두가 바쁘거나 귀찮아서 그저 지나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나도 예외가 아니다. 나도 바빠서 인사도 하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퉁명스럽게 말씀하셔도 우리에게 악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빠처럼 우리가 걱정이 되어 하시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치는 모습을 볼 때 마다 죄송스럽다. 그래도 항상 미소를 띠시면서 기숙사로 들어오는 저희를 맞아주실 때마다 나도 반갑게 인사를 해야겠다고 다짐하였다. 최근에는 통금 시간이 넘었지만 학생들에게 빨리 들어 와라고 좀 더 허용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조금만 더 경비 아저씨에게 따뜻하게 다가가 따뜻한 인사나 말 한마디를 먼저 건네 보고 싶다.

 

<인사로 시작하여 인사로 끝나는 남매>

 

지관의 지하 1층에는 매점이 있다. 나는 주로 밤마다 야식을 먹기 위해서 매점을 애용한다. 이렇게 혼자 매점에 가서 라면을 살 때면, 라면은 몸에 해롭다고 하시던 엄마의 잔소리와 항상 우리 가족을 위해서 야식을 사오던 누나의 빈자리가 느껴진다. 그러면서 매일 밤 맛있는 것들을 사고 인사하면서 폭식을 할 생각에 즐거워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밝게 인사해서 그런지 우리 남매는 인사성이 좋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가끔 일반 편의점의 알바생 중에 손님이 들어와도 반응이 없고 가격만 계산하고 다시 자리를 앉아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인사라는 것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는 손님은 주인에게, 주인은 손님에게 대하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예의이다. 항상 지관 매점에 가면 어서 오세요.”라고 하시고 계산이 끝나며 감사합니다.”라고 하신다. 아무리 손님이 많아도 항상 인사하시면서 누구든지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게 된다. 손님에 대한 도리와 그 쌍방향이 이루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또한 매점에 주인이 아무도 없을 때도 다들 줄 서서 기다리고 물건을 훔치거나 그런 경우는 없었다. 이것이 매점과 지관 사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굳어진 상호간의 의리라고 생각한다. 이미 이러한 매점과 이렇게 관습이 형성된 것 같아서 더 의미 있는 의리인 것 같다.

 

<끝으로, 지금 여기의 유학>

말 그대로 지금 여기의 유학을 하면서 가족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서 더 값진 기숙사 생활이었다, 사실 지금 여기의 유학이것은 처음 입학했을 때 학교에 신청하여 자녀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행사에서 아빠가 나에게 선물한 첫 번째 책이었다. 부모님의 곁을 떠났지만 부모님의 손길을 많이 그리워하던 나였고 그때 당시 나를 걱정하시면서 적으신 한편의 긴 편지와 책을 선물을 받았다. 항상 나에게 퉁명스럽게 잔소리하시던 아빠의 손 편지 안에 그 속마음을 알게 되면서 가슴이 뭉클하였다. 물론 아직까지 그 책은 읽지 않았지만 지금까지도 나를 걱정하시는 부모님의 마음이 여기까지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생각해보면 이 지관에서 우리의 생활과 안전을 위해서 옳게 다스려주시는 많은 모든 분들과의 의리 속에서 가족의 손길을 느낄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 1년 동안 길면 길고 짧으면 짧은 시간을 지관에서 보내면서 생각해보면 사소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한 것 같다. 청소아주머니, 경비 아저씨, 매점 알바하시는 이 모든 분들이 지관을 관리하고 있어서 이젠 이곳을 떠나고 싶지가 않다. 어쩌면 나는 이미 이 지관 생활과의 의리를 맺고 있는 것 일지도 모르겠다.

끝으로 기숙사 사생회와 서로에게 의리를 지켜주시는 지관에 사는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서로에 대한 예의 및 도리와 그것을 넘어 의미 있는 의리를 통해 속이 빛나는 지관에 관한 속 스토리였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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