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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당신은 기숙사에 살면 안 된다
No : 201 Date : 2014-11-20 Views : 3883

2006학년도 영어발표 시간, 나는 과감히 이렇게 발표했다. “여러분, 기숙사에 살면 안 됩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도서관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 ‘룸메때문에 힘들다’, ‘벌레가 나온다등을 이유로 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연히그 때 기숙사에 살고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기숙사에 지원할 예정이다. 모순적인가? 지금은 어렴풋한 발표 내용과 함께 기숙사에서의 생활을 더듬으며 내 생각을 전해보려 한다.

도서관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 이 무슨 맹랑한 이유인가. 집에서 학교까지 한 시간 넘는 거리를 통학하며 다니는 친구들에게는 참 어이없는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당시 나는 이렇게 주장했다. 통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시간적 여유가 생겼을 때 보통 도서관을 찾게 마련이다. 카페 같은 곳은 금전적 지출이 필요하고, 강의실에서 집보다 도서관이 훨씬 가깝지 않은가. 반면 기숙사생들에게 도서관은 가까이 하기엔 매우 먼 당신이다. 강의가 끝나면 편안하게 쉬기에도 공부하기에도 쾌적한 기숙사방을 놔두고 도서관까지 힘든 발걸음을 옮기겠냐고. 이래서 기숙사에 살면 성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캠퍼스맵까지 보여주며 진지하게 주장하던 모습에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실제로 나와 함께 입학한 동기들 중 다수가 우연히도 다른 지방에서 온 친구들이었고, 대부분 기숙사에 살고 있었다. 하루 세 끼를 거의 기숙사 식당 혹은 방에서 둘러앉아 각자 사투리로 떠들어대며 왁자지껄하게(물론 다른 사람에게 방해는 되지 않게) 먹는 걸로도 모자라 공강시간에는 다같이 티비시청을 하거나 휴게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이렇게 쓰고보니 놀기만 한 것 같은데 시험기간에는 기숙사 식당을 열람실로 운영하는 것을 이용하여 함께 열심히 공부하면서 새벽을 맞이하기도 했다. 또 룸메가 소개해준 덕분에 알게 된 다른 방 신입생과 친해졌는데 같이 9시 수업을 들었던 터라 가끔 아침 855분에 놀라서 허겁지겁 강의실로 달려가면 조식 때 주는 우유를 챙겨줘서 고마웠던 기억도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생애 첫 타향살이였는데도 외로움이 무엇인지도 모르게 지냈을 만큼 참 재밌었다.

이렇게 내가 근거로 든 첫 번째 이유였던 도서관까지의 거리가 너무 멀다는 아침 9시 수업에 밥을 먹고 갈 수 있는 부지런함과 아늑한 침대 대신 책상을 선택할 수 있는 의지만 있다면, 거기에 휴게실에서 같이 수다를 떨 수 있는 친구들까지 있다면 어쩌면 당연히 기숙사에 살아야 할 이유로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기숙사를 꺼려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 중 다수가 룸메이트를 잘 못 만나면 어쩌나 하는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내 친구는 룸메이트가 청소를 잘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어떤 선배는 알람을 여러번 맞춰놓고 일어나지도 않는 룸메이트 때문에 잠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럴때마다 나는 다행히도 룸메이트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서 문제가 없다고 이야기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처음부터 좋은 사람을 만났고 문제있는 방의 룸메이트가 나쁜 사람인 것이 아니라 우리 방에서 서로 기본적인 예절을 지켰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처음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어 아무것도 모르고 두려움만 많았던 1학년 1학기, 같은 방에 배정된 룸메이트 언니의 배려는 알게 모르게 내게 전해졌고, 나는 느꼈던 대로 또 다른 룸메이트들을 배려하면서 함께 지내며 크게 부딪히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룸메언니는 학기 초부터 내게 시간표를 물어보고 기상시간을 확인해서 내가 늦게 일어나는 날이면 드라이기도 밖에서 쓰고 내가 좀 일찍 잠들면 방에 불을 끄고 스탠드로 공부하기도 했다. 이 후로도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수업이 적은 날은 함께 청소하고 때때로 다른 방에 사는 언니친구들과 그 방 룸메이트들과 함께 만나 놀기도 했다. 덕분에 나는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어 좋았다. 언니가 아니었다면 표를 미리 예매하는 것도 몰라서 추석 때 집에 가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신입생으로 첫 학기를 보내면서 룸메언니에게 배운 소소한 정보와 배려를 통해 학교도 기숙사도 좀 더 빨리 적응하고 잘 생활할 수 있었다. 그래서 나도 반대로 그런 룸메이트가 되려고 노력하였고, 룸메동생과 함께 아침을 먹으면서나 자기 전에 자주 이야기를 나누어 서로 불편한 점은 고치려고 했다. 그 덕분인지 룸메가 누군지도 모르고 지나간다44실에 들어가서도 서로 배려하며 규칙을 세워 지키고 함께 과일도 나눠먹고 운동도 하면서 잘 지낼 수 있었다.

마지막 벌레 문제는 시설과 관련해서 이야기하는게 나을 듯 하다. 사실 앞서 말한 두 가지 문제와 달리 영어발표 당시 들었던 세 번째 근거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1학년 1학기 빈 방에서 처음 만난 그 다리 많던 벌레가 잊혀지지 않고 이와 관련해서 기숙사의 시설에 대해서 말할 거리가 있어 선택했다. 어느 오후 한가한 시간 혼자 기숙사에 들어와 문을 연 순간 바닥에서 무언가 굉장히 빠른 속도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다리가 엄청 많던 벌레. 나는 기겁하여 바로 경비아저씨께 호들갑스레 하소연했다. 당장 조치하지 못 한다고 오히려 미안해하시며 아저씨는 내게 에프킬라를 주셨고 나는 온 방안에 뿌려놓고 피신해있었다. 이 후 종종 (내가 아닌!)벌레의 안부를 물으시던 아저씨는 항상 밝은 미소로 인사를 건네며 학생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앞장서서 노력해주셨고 이는 사실 기숙사의 다른 모든 분들도 다 마찬가지다.

기숙사에 살면서 시설 측면에서 문제를 겪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인터넷이나 냉난방이 고장나거나 전등이 잘 안 켜지는 등 당장 사생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여러 문제들. 기숙사 생활의 단점에서 빠질 수는 없다. 물론 예전에 비해 시설 측면에서 더 발전한 것은 당연하다. 일단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점은 기숙사가 신축되었다는 것. 그리고 요즘은 청소기 대여 서비스나 매트리스 청소, 주기적인 방역, 그리고 카드출입시스템도 실시하면서 기숙사가 전보다 훨씬 더 안전하고 더 쾌적한 환경이 되어가고 있어 정말 많이 발전했음을 느낀다. 하지만 앞서 말한 문제들이 없어지진 않는다. 그래도 그 문제들이 생겼을 때 수리신청만 하면 단시간내에 해결하고, 그 결과를 통보해주는 시스템에 굉장히 만족한다. 올해의 경우 기숙사 주변이 시끄럽다는 항의에 정숙 캠페인이라는 방법의 대처를 보면서 사생들의 이야기를 무시하지 않고 해결하려 노력하여 사생들을 존중해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재입학해서 기숙사에 입사하자마자 동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며 내가 다시 율전동 주민이 되었음을 온전히 느낀 날. 오랜 여행 끝에 내 집에 돌아온 느낌에 우리 동네’ ‘우리 집침대에 누웠던 그 편안함은 내게 학교에 다시 돌아왔다는 기분 좋은 설렘을 주었고, 나는 복학 후 잘 지낼 수 있었다. 내가 느낀 그 편안함과 즐거움 그 모든 감정과 추억이 담긴 기숙사에서 앞으로도 더 많은 친구들이 나름의 추억을 쌓으며 함께 잘 살 수 있으면 좋겠다. “여러분, 기숙사에 살면 좋습니다!”

 

기숙사 식당 열람실에 있던 칠판예관

예관

 

 

신관풍경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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