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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한 자리 9개월! 여기는 내 자리다
No : 198 Date : 2014-11-20 Views : 3463

한 자리 9개월! 여기는 내 자리다

- 인관에 들어갔습니다. 또 들어갑니다. 아직도 들어가 있습니다.



인관. 가격은 가장 싸지만 의외로 경쟁률은 높지 않은 기숙사. 돈이 많지 않은 대부분의 대학생들에게 싼 가격이란 정말 엄청난 메리트이지만, 지관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경쟁률은 이 기숙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기본 4인 1실인 데다가 옆에 우뚝 서있는 신관에 비해 한참 떨어지는 외관이 학생들을 걷어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대한민국의 군필자. 군에서의 열악한 주거환경을 발판삼아 오로지 가격 하나만 보고 과감히 인관을 선택했다. 그리고 정말로 진짜로 의도해서 이렇게 된 건 아니지만 이 자리에 지박령마냥 콕 박혀버려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있다. 나는 아직도 이곳 인관에 있다.

- 의리와 연관된 글? 의리를 지키기 위한 글!

나는 지금 여기... 그러니까 9개월 동안 단 한번도 바뀌지 않은 ‘내 자리’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같은 기숙사, 같은 호실, 같은 자리. 나 같은 경우가 많은지 적은지는 알 수 없지만 내게는 이 기숙사라는 특수한 장소에서의 장기투숙이 상당히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온다. 그도 그럴 것이 방을 옮겨야 하는 때 마다 나만 그대로 있고 룸메이트만 계속 바뀌었기 때문. 이런 생활이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이제는 진짜로 여기가 ‘내 집’같다. 경북 예천군에 있는 집에 가끔 내려가 있을 때도 ‘내일 학교로 돌아간다’, ‘내일 기숙사로 간다’ 가 아니라, ‘내일 집에 간다’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것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내가 어떻게든 이 글을 잘 쓰려고 용을 쓰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이 자리를 정말로 좋아하긴 하는 것 같다. 내년 기숙사 우선선발도 물론 솔깃한 이유가 되긴 하지만 내가 이 글을 쓰는 진짜 목적은 당장에 닥쳐올 겨울방학 때도 자리를 옮기지 않기 위함이다. 나는 당연히 다시 인관을 신청할 것이기 때문에, 이 글이 눈에 띈다면 봉룡학사에 어필할 수 있지 않을까! 진정한 알박기도 가능하지 않을까! 혹시 불쌍해서라도 겨울방학 때 다시 이곳으로 넣어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인 것이다.(학기->방학으로 넘어갈 때는 기숙사 연계가 원칙적으로는 안되는 것으로 알고있다.) 정말 이렇게 까지 했는데 겨울방학 때 자리 옮기게 되면 진짜로 삐질지도 모른다. 의리를 주제로 글을 써야 하는데, 나 같은 경우는 내 생활을 의리와 연관시켜서 글을 쓴다기 보다는 이 글 자체가 내 자리를 계속 사수하여 내 자리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쓰는 것이다. 살짝 느낌이 다르기 때문에 글의 방향이 제대로 흘러갈지 걱정이 된다. 그저 내 진심이 전달되길 바랄 뿐이다.

- 너희들을 위해 내가 이런 글까지 쓴다!



무엇부터 할까? 당연히 내가 이런 글까지 쓰게 만든 ‘내 자리’부터 소개하는 것이 순서인 것 같다. 9개월 동안 함께한 책상부터 소개하겠다. 뭐 사실 좀 더러워 보이긴 하지만 지금 이 상태가 제일 편하니까 베스트라고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신기한건 9개월간 거의 바뀐게 없다. 보기만해도 욕이 절로 나오는 전공서적과 함께라면 침대보다 나를 더 잘 재워주는 녹색 의자도 눈에 띈다. 사실 고백하자면 1학기에는 책상에 잘 앉지 않았다. 시설이 좋지 않다던가 룸메이트와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냥 노트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1학기 말에는 집에서 노트북을 가져오면서 진정한 방콕을 보여주었다. 지금 생각해도 정말 가관이었는데, 내가 시험공부를 시작하게 되면서 인터넷 강의를 듣느라고 몇 주동안은 정말 귀신 체험 하듯 방구석 지박령 처럼 생활 했었다. 어쩌면 침대보다도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음에 소개할 것은 9개월 동안 편안한 숙면을 제공해준 공중정원이다.(안타깝게도 이 사랑스러운 녀석들을 한번도 빨아주지 못했다!) 나는 이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1층 침대가 비어있었지만 당연하게도 2층을 선택했는데, 천장이 가까운게 더 좋았기 때문이다. 3년전에 신관에 거주했을 때도 2층침대가 있던 4인1실에서 주저없이 2층침대를 선택했었다. 최근에 집이 이사를 해서 2층침대가 없어졌는데 그래서인지 요즘은 기숙사에서 잠이 더 잘 온다. 솔직히 말하면 집보다 편하다.

진짜로 ‘내 자리’라 할 만한 곳은 딱 이 두 곳이 전부 인 것 같다. 좁은 공간이지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시간을 내서라도 사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덕분에 적절한 가격에 잘 공부하고 잘 쉬고 있다.

- 도서실에 갈 필요가 없다!

우리학교 도서실은 정말 시설이 좋기로 유명하다. 우리학교 학생의 상당수가 이곳에서 공부를 한다. 그러나 나는 여기 입사한 이후로 도서관에 가질 않는다. 솔직히 여기가 정말 편하고 조용하기도 하고 딱히 방해 될만한게 없는지라 기숙사에 살면서도 공부하러 굳이 도서실까지 이동하는 룸메이트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과제도 공부도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도 모두 내 책상에 앉아서 한다. 물론 이 글도 내 책상에서 쓰고 있다. 여름방학 때는 가끔 집으로 일 도우러 내려 갈 때 말고는 그냥 계속 방안에서 모든 걸 해결하며 지냈다. 밥먹을 때만 식당 내려가는 정도? 집에서도 해본 적 없는 진정한 지박령, 방구석 폐인, 은둔자 생활을 기숙사에서 하고 앉아있다. 이번 여름엔 냉방이 되는 방안에만 있어서 그런지 더운 걸 모르고 지낸 것 같다. 이번 겨울에는 추운 걸 모르고 지내야지!

- 대학생에게도 교복이 있다!



9개월간 함께한 것은 내 자리뿐만 아니라 내 기숙사 전용복장도 있다. 그렇다. 나는 다른 사생들과 차별되는 ‘기숙사 교복’도 소지하고 있다. 당신이 인관 2층에 거주하고 있다면 위의 사진에 보이는 넝마를 입고 다니는 괴한이 한번쯤 눈에 띄었을 것이다. 그게 당연한 것이 계속 저것만 입었기 때문.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자. 빨지 않는게 아니라 같은 옷이 4벌쯤 된다. 물론 4벌 다 넝마다. 이 녀석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 옷은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원래 집에서만 입는. 그야말로 편안함에만 초점을 맞춘 옷이었기 때문이다. 아.. 정확히 말하면 집에서는 이 옷밖에 안 입는다. 마치 지금 인관에서 이 옷만 입고 다니는 것 처럼 말이다. 기숙사에서 하도 많이 입다보니 가져올 때보다도 많이 상했다. 나는 정말 편한 곳에서만 입는 이 옷들을 집에서 가져와서 이제는 기숙사에서 교복처럼 입는다.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나는 그저 내가 이곳을 얼마나 편하게 생각하고 있는가를 말하고 싶다. 여기가 정말 집보다 편하다는 상징적인 녀석이다. 이 비주얼을 보라! 밖이라 생각했다면 이런 걸 어떻게 입겠는가?

- 나는 내 자리와의 의리를 지킨다!

이 자리에 계속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내가 이 방을 사용한 것이 1학기->여름방학->2학기 순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데 여름방학->2학기는 조기입사 신청만 하면 연계가 가능하지만 1학기->여름방학 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번에는 운 좋게도 ‘옮길 필요 없다’는 문자와 함께 자리를 옮기지 않아도 되었지만 이번 2학기 마치고 겨울방학 때는 계속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가 없다. 그러나 행운은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찾아가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이, 내가 이런 스토리를 쓰고 이게 운 좋게도 눈에 좀 띄어 준다면 내 노력이 가상해서라도 겨울방학 때 같은 자리를 넣어주지 않을까? 솔직히 내 절망적인 글솜씨를 보았을 때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지만 나는 뭐라도 해보고 싶었다. 내가 다른 생활수기를 읽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내가 쓴 글은 봉룡학사가 의도한 것과는 다른, 매학기 진행된 평범한 생활수기 같은 별 창의성 없는 글일 가능성이 높다. 거기다 글솜씨도 엉망이다 보니 여기까지 읽는 사람도 힘들 것이라는 걸 안다. 하지만 나는 지금 내 자리가 정말로 편하고, 운과 학점이 허락하는 한 졸업할 때 까지 여기 있고 싶다. 나는 정말 내 자리와의 의리를 지키고 싶고, 이 글은 이런 내 진심을 전한 것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계속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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