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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처음 접한 기숙사
번호 : 191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678

처음 접한 기숙사

 

-첫 기숙사

 

내가 기숙사에 처음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2013년 9월이다. 1학년 1학기 내내 경기도 시흥에서 하루 세 시간씩 통학을 하다가 2학기부터 기숙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9월 1일, 기숙사 들어오기 전날 밤, 나는 매우 떨려서 잠을 설쳤다. 나는 그 전까지 1주일 이상 우리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가 3개월씩이나 익숙한 내방을 떠나 생활하게 되었다니! 새로운 생활에 대한 기대 반, 낯설음에 대한 걱정 반이었다. 개강 전날인 9월 1일, 나는 여행용 캐리어와 커다란 백팩에 필요한 짐들을 잔뜩 싣고 내 새로운 방, 신관 A동 236호에 왔다.

 

-4인 1실?

 

나는 원하던 2인1실에 탈락하고 4인1실을 배정받게 되었다. 게다가 대부분의 친구들이 신관B동을 배정받은 반면, 나는 혼자 A동이었다. 재수가 없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지만 내 저조한 학점 때문이니 누구를 탓하랴. 그래도 내 방 문을 처음 열어본 후에 이런 단점들은 별것 아닌 것이 되어 버렸다. 방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생각보다 넓고 아늑한 방의 모습에 놀랐다. 가운데 복도를 기점으로 하여 좌우로 커다란 이층침대 두 개와 네 개의 옷장, 네 개의 책상이 일렬로 정렬되어 있었다. 그리고 복도의 끝에는 블라인드가 반쯤 쳐져있는 유리창 너머로 베란다와 학교 밖 전망이 보였다. 신발장 좌우에는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는데 매우 깨끗하여 사용하기에 쾌적했다. 바로 내가 원하던 기숙사 방의 모습이었다.

 

-룸메이트

 

방에 들어왔을 때 나보다 먼저 기숙사에 도착한 룸메이트 두 명이 침대에 누워 있었다. 나는 룸메이트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짐을 풀었으나, 내가 방문을 열었을 때부터 이미 깨어 있었던 모양이다. 우리는 매우 어색한 첫 인사를 나누었다. “안녕하세요.” 지금도 왜 그때 마치 도서관 안에 있는 것처럼 소곤소곤 인사를 나누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날 밤, 나머지 룸메이트 한 명도 방에 도착하여 인사를 나누었다. 이렇게 개강 전날 밤 우리 4명의 236호 룸메이트들은 역사적인 첫 인사를 나누었다. 그 후 약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는 서로 더 이상 한 마디도 하지 않고 생활하고 있다. 아마 기숙사를 떠날 때쯤에야 “안녕히 계세요.”하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게 될지도 모르겠다. 원래 이런 걸까?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려 보면 같은 반 친구들이 좋든 싫든 매우 가까워졌다. 아마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대부분의 생활을 공유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왜 대학생이 되어 매일같이 함께 지내는 룸메이트들과는 좀처럼 가까워지지 못하는지 의문이다.

 

-정전

 

때는 10월 중순이었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저녁을 먹고 방에 올라와서 레포트를 작성하고 있었다. 한 교양과목의 과제인 논평문을 열심히 써내려가기 시작해서, 80%정도를 만족스럽게 완성했을 때였다. 갑자기 “탁!“ 소리가 났다. 동시에 천장의 형광등이 꺼지고, 내 책상 스탠드 불이 나가고, 전원 연결 없이는 단 1초도 버티지 못하는 내 낡은 노트북도 함께 죽어버렸다. 그리고는 사방이 어둠에 휩싸였다. 태어나 처음 접해보는 당황스러운 상황이었지만, 그다지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내가 쓰고 있던 글을 저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한치 앞이 안 보이는 방에 있으면서도 머릿속은 하얗게 붕괴되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마음을 추스르고 방에서 나오니 복도에 있는 사람들은 평소와 다름이 없다. 아무래도 내 방 236호에만 정전이 일어난 모양이었다. 로비에 내려가서 경비아저씨께 말씀드리고, 그날 밤에는 홀로 캠퍼스를 정처 없이 계속 거닐었다.

 

-기숙사 밥

 

나는 기숙사 밥이 굉장히 만족스럽다. 고등학교 때의 급식은 다 똑같이 생긴 철 식판에, 2주를 주기로 반복되는 빈약한 메뉴를, 좁고 협소한 공부용 책상에 앉아 먹어야 했다. 그렇게 3년간 급식을 먹어오다가, 대학교에 와서 기숙사 밥을 먹으니 매일같이 외식을 하는 기분이다. 특히 아침, 점심을 두 가지 식단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든다. 또한 고급 음식점처럼 식당이 깔끔하며 운치 있어 좋고, 항상 친절하게 “맛있게 드세요.”하고 말씀해주시는 아주머니들이 계셔서 기분도 좋다. 올해에는 1.5식을 신청했는데 학기말에 다가갈수록 식수가 매우 부족하다. 이렇게 기숙사 밥이 좋은 줄 미리 알았더라면 더 많이 신청했을 텐데.. 내년에 기숙사를 신청할 때는 식수를 늘려야겠다.

 

-통학? 혹은 기숙사?

 

이제 다시 통학을 하기는 힘들겠다. 만약 내가 기숙사에 살아보지 않았더라면 통학을 할 수 있겠지만, 한 번 기숙사에 살아본 이상 다시 통학은 불가능할 것 같다. 이제는 집에 있는 것보다 기숙사가 더 익숙하다. 매일 아침 2층침대 위에서 일어나는 것, 방문을 계단 두 층을 내려가 식당에서 아침을 먹는 것, 공강 때면 방에 들어와 낮잠을 자거나 과제를 하는 것, 밤마다 운동복을 입고 신관헬스장에 가는 것 등. 기숙사가 내 생활에 들어와 주를 이루게 되었다. 다른 학교들은 기숙사가 낡고 또 적어서 말썽이라는데, 우리학교는 이렇게 좋은 기숙사가 많이 있어서 참 좋다. 남은 대학교 생활도 반드시 기숙사와 함께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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