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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어느 가을날, 신관에서의 하루
번호 : 182 등록일 : 2013-12-13 조회수 : 2306

어느 가을날, 신관에서의 하루

 

비개인 가을 날씨, 햇빛 때문인지 평소보다 조금 일찍 눈이 떠진 아침이다. 소리 내어 기지개를 펴는데 부지런한 룸메는 오늘도 역시 보이지 않는다. 눈을 비비며 칫솔을 입에 문 뒤 냉방기를 끈다. 아직까진 선선하지 않아 약하게 냉방을 하는데, 가벼운 옷차림에 이불을 뒤집어쓰면 기분 좋게 잠에 들 수 있다. 나갈 준비를 마치고 현관문을 여는데 막 엘리베이터가 도착한 소리가 들린다. 다행히 부랴부랴 뛰어가 놓치지 않고 탑승할 수 있었다. 아침수업 직전이라 중간 중간 서는 층도 많고, 10층부터 15층은 엘리베이터가 하나 밖에 없어 더욱 그렇다. 항상 로비 앞에서 같은 수업을 들으러 기다리는 친구를 만나며 하루가 또 시작된다. 오늘도 어김없이 피곤하다는 친구. 가까운 거리도 아닌데 매일 통학을 하려다보니 그럴 수밖에. 군대 가기 전 마지막 학기에는 꼭 기숙사에 살게 해달라고 부모님께 말한단다. 열심히 공부해서 지관에서 살고 싶다는데 아마 내년에도 난 신관에서 계속 살고 있을 것 같다. 열정적인 교수님의 강의가 끝나고 친구는 디도로, 난 다시 신관으로 향한다. 오늘은 수업 사이에 공강이 많은 날이라서 만약 급한 과제나 조모임이 있다면 디도나 다른 곳에 있겠지만 별 계획이 없을 땐 편하게 기숙사에 있는 편이다. 갑자기 시원한 살랑바람이 불어온다. 일렬로 나란한 나무들 사이로 고개를 든 단풍과 딱 어울리는 가을의 조합이다. 추곤증인지 어젯밤 푹 잤는데도 왠지 모르게 하품이 새어나온다. 방으로 돌아와 오랜만에 밖이 밝을 때에 침대에 누워본다. 눈 깜짝할 새에 잠들었다가 엇하고 일어났더니 1시간 반이 지나가 있었다. 공강 시간이 많아 다행이지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그런데도 침대에서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주로 노트북으로 웹서핑을 하지만 폰을 뒤척거리며 유머영상을 찾아봤다. 신관의 좋은 점을 꼽으라면 특히 풍부한 와이파이를 빼놓을 수 없다. 방학동안 집에 내려가 있을 때는 데이터가 없어서 못 쓸 정도였다. 동영상이나 웹툰을 볼 때도 절약정신(?)을 발휘하며 사용했었는데 요즘은 데이터를 다 못 써서 아까울 지경이다. 한 번씩은 요금제를 더 낮춰볼까 하는 무리한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누워서 몇 분간 웃다가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고 마지막으로 하나 남은 수업을 들으러 간다. 수업을 듣고 있는데 다른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자기가 어제 과음을 해서 속이 안좋다며 나중에 저녁으로 해장국을 먹자는 거였다. 상황을 들어보니 술자리를 3차까지 가느라 기숙사 통금시간도 놓쳐 밤을 꼬박 샜다는 거다. 웃픈(웃기고도 슬픈) 상황에서 약속을 잡고 수업이 끝나가길 무렵 교수님께서 깜짝 과제를 내주셨다. 오늘 하루는 숙제 없이 편하게 넘어가나 했는데 역시나... 밖에서 외식을 하고 놀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해보였다. 혹시나 해서 학교 포털 스마트앱으로 식당 저녁 메뉴를 살펴보는데 운 좋게 기숙사 식단이 콩나물 해장국이다. 기숙사 식당에서 먹자는 제안에 친구도 흔쾌히 응하였고 식당 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저녁 시간 시작할 때 즈음 만났는데도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평소에 비사생인 학생들도 기숙사 식당을 자주 이용하는 듯하다. 저번에 선배들에게 듣기론 식당이 개편한 이후로 맛도 더 좋아지고 메뉴도 다양해져 인기가 많아졌다고 한다. 그리고 평일 세시 쯤 간식시간이라는 것이 있는데 라면과 과일을 제공하고 한 번씩 특별한 메뉴도 나온다고 한다. 나도 1학기 내내 모르고 지내다가 저번 주에 처음 이용해봤다. 출출한 오후 끼니를 해결하기 위한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식사를 하고 소화도 할 겸 신관 뒤쪽 산책로를 거닐었다. 밤이 되니 부쩍 공기가 많이 차가워졌다. 과제, 시험, 군대, 영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방으로 돌아왔다.

과제를 하기 위해 노트북의 전원을 꽂으려고 하는데 저 밑 깜빡한 빨랫감이 쌓여있다. 다시 지하1층으로 내려가 빈 세탁기를 찾아본다. 두 방에 세탁기는 충분하기 때문에 사람이 가장 많은 주말 저녁만 피한다면 바로 빨랫감을 처리할 수 있다. 기다리는 1시간 동안 빈 휴게실에서 오랜만에 좋아하는 예능 프로그램을 봤다. 휴게실에서 사생들이 주로 간식을 많이 먹지만 청소 아주머니들 덕분에 항상 청결해서 좋다. 딱 맞게 빨래를 챙기고 허겁지겁 과제를 하다 보니 벌써 12시다. 길고도 짧은 하루를 끝내고 마지막으로 스마트폰을 통해 날씨를 확인한다. 내일부터 점차 추워진다고 한다. 난 붉은 여름보단 새하얀 겨울을 더 좋아한다. 부산에서 살아서 그런가, 눈을 좋아하지만 직접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작년 이맘 때 쯤 수시 오티 일정으로 학교를 처음 방문했을 때를 기억한다. 하얀 입김, 앙상한 나무, 손이 시릴 듯한 찬바람이 불었지만 눈 덮인 캠퍼스는 나를 들뜨게 했다. 캠퍼스투어를 하며 학교 건물을 둘러봤는데 가장 눈에 띈 건물은 삼성학술정보관과 기숙사 신관이었다. 특히 후문에서 바로 보이는 그 건물은 학교 건물들 중 가장 높고 신설이라 눈길이 갔었다. 그리고 지금 난 1학기에 이어 2학기도 그 건물에서 지내고 있으며 마치 엊그제 일어난 일인 듯한데 벌써 2013년도 마무리되어가고 있다. 조만간 짧은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찾아오겠지? 시험공부로 골머리를 앓기 전, 하루 빨리 좋아하는 친구들과 대학교에서의 첫 눈을 맞이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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