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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학년도 생활수기 응모작 - 김동석
번호 : 15 등록일 : 2011-12-12 조회수 : 2376

  [ 나의 또 다른 집, 가족 ]

 

2학년 여름방학 때까지 거의 1년 반을 신관에서 보냈었다. 하지만, 집에서 감당하기에는 다소 부담되는 가격과 원래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성격으로 인해 2학년 2학기에는 인관에서 살아보기로 결심했다. 기숙사를 옮기는 날, 신관에서 바리바리 짐을 ㅆㆍㄴ 뒤, 인관으로 이사를 했다. 운영실에서 방번호와 같은 방 룸메이트 학번,학과를 확인한 뒤 드디어 방에 들어왔다. 그런데 방번호와 위치가 굉장히 익숙했다. 알고보니 작년 여름방학 때 미식축구부 합숙을 위해 10일간 인관에서 합숙을 했던 바로 그 방이었다. 그렇게 기분 좋은 우연으로 인해 왠지 이번 학기 기숙사생활이 즐거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저녁 모든 룸메들이 모였고, 서로 통성명을 했다. 이렇게 나의 인관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내가 꿈꾸던 기숙사 생활은 룸메이트들과 같이 야식도 먹고, 농구도 하고, 같이 샤워도 하며 친해지는 것이었다. 이러한 나의 바램들이 한번에 이루어졌다. 신기하게도 우리 방 룸메이트들은 모두다 농구를 잘한다. 마침 방에 농구공도 있고 해서, 어느 날은 다 같이 농구를 하러 의대농구장에 갔었다. 마침 나의 생명과학과 농구동아리팀 훈련시간이랑 겹쳤기에, 우리 룸메팀과 동아리팀 간의 시합을 하기로 했다. 4대4로 시합을 하는데, 상대팀은 우리동아리 최고의 에이스들이 모였었다. 반면, 우리는 오늘 처음 맞춰보는 룸메이트 팀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 룸메이트 팀은 정말 최고의 호흡을 보여줬다. 그 결과, 상대팀을 가뿐히 이길 수 있었다. 그렇게 농구를 재밌게 하고, 다같이 야식을 먹으러 갔다. 야식으로 치킨을 먹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알아가게 되었다. 방에 들어와서는, 인관의 공동샤워장으로 다 같이 샤워를 하러 갔다. 역시 남자들은 서로 샤워하면서 친해지는 이상한 전통 같은 것이 있나보다. 우리는 샤워를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서로 한층 더 가까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뒤로도, 자주 농구, 야식, 샤워 이런 식으로 우리끼리의 친목을 다졌다. 거의 매일 한 방에서 같이 생활을 하고, 이런 식으로도 더욱 활동을 하니 우리는 거의 가족, 형제나 다름없었다. 또한 전혀 의견마찰이 없었고, 항상 많은 얘기를 통해서 방의 규칙, 청소주기 등 생활수칙들을 잘 정할 수 있었다. 이제는 서로 먹을 것도 있으면, 나눠 먹는다. 한번은 최고학번 룸메형이 자기의 여자친구로부터 받은 팩우유 세트를 방 가운데 두고, 모두에게 하사해 주셨다. 나 또한 집에서 가져온 귤들을 우렁각시 마냥 룸메들의 책상에 몰래 2개씩 올려놓기도 했다. 그러면, 또 서로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 식권으로 바꾼 음료수 박스도 항상 방 한가운데서 개봉이 됨과 동시에 공동소유가 된다. 그럼에도 전혀 손해 본다는 생각,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오히려 맛잇는 것은 모두와 함께 나눠먹고 싶다는 정말 가족같은 사상이 우리의 머릿속에 들어온 것이다. 그렇게 인관 1507호는 나의 또 다른 집, 우리 방의 룸메는 나의 또 다른 가족이 되어 가고 있다.

어느 날, 우리 중에서 나랑 동갑이지만, 제일 낮은 학번인 룸메가 술에 잔뜩 취해서 힘겹게 방에 들어왔다. 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에 다이빙을 하였다. 나랑 룸메형들은 본능적으로 무언가 불안감을 느꼈지만, 별일이 없기에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누워있던 룸메가 용수철처럼 튕겨서 문을 열고 복도로 뛰쳐나갔다. 눈치 빠른 우리들은 바로 문을 열었는데...아니나다를까 룸메가 조금 전까지 먹고 왔던 음식물들이 복도에 쫘악 퍼져있는 것이었다. 그것을 보고, 냄새를 맡은 다른방 사람들은 다들 방에서 나와 우리 룸메를 욕하고 있었다. 그들은 치울 생각은 전혀 하지 않은 채 화만 내는 것이었다. 얼른 상황을 파악한 룸메형들과 나는 각자 일을 분배하고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한명은 휴지로 일단 대충 치우고, 다른 한명은 대걸레로 닦고, 또 다른 한명은 그 뒤에서 대걸레로 2차 청소까지 했다. 그렇게 싹 치우고 각자 소지하고 있던 페브리즈를 들고 복도 끝에서부터 끝까지 칙칙 뿌리며, 상황을 종료했다. 술에 잔뜩 취해 토를 한 룸메는 우선 화장실에서 씻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 씻고, 홀로 치울 생각이었던 룸메는 복도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우리 셋이서 거의 말끔히 치운 것을 본 룸메는 너무나 감동을 받고,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했다. 계속 미안하다 미안하다 죄송하다 죄송하다 하며, 옆에서 같이 치우려고 도와주었다. 만약 우리 룸메이트가 아닌 다른 사람이 복도에 토를 했으면, 어땠을까? 아마 나또한 다른 사람들처럼 욕하고 화를 내며 누군가가 치워주기를 기다렸을 것이다. 이래서 한방을 함께 쓰고 생활하며 생긴 끈끈한 우애가 무서운 것 같다. 나뿐만이 아니라 다른 룸메형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우리는 토가 더럽다는 사실보다, 술에 취해 사고를 친 룸메이트의 심정을 먼저 헤아리고, 공감한 것이다. 우리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룸메는 홀로 복도를 청소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가족이자 형제이기에, 전혀 거리낌 없이 묵묵히 치워주었다. 그리고 실수를 한 룸메가 당황하지 않고, 민망해 하지않기 위해 웃으며 다독여주었다. 너무나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룸메이트의 표정을 본 나는 너무나도 뿌듯했다. 다음 날 룸메이트는 음료수와 과자를 사가지고 우리에게 선물해 주었다. 이 날을 계기로 우리는 우리의 우애를 확인할 수 있었고, 나아가 우리의 우애를 더욱 쌓을 수 있었다.

다른 기숙사를 비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인관에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기숙사 생활의 진정한 맛을 느낀 것 같다. 신관에서는 무언가 단절되고, 딱딱하게 느꼈었지만, 인관에서는 정말 사람 사는 맛, 인심을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아쉽지만, 이번학기가 끝나면, 지금의 룸메이트들과도 이별을 해야 한다. 졸업을 하는 형도 계시고, 군대를 가는 룸메도 있다. 몸은 서로 떨어지겠지만, 우리의 끈끈한 정, 우애, 추억들은 떨어지기 않을 것이다. 앞으로 퇴사 후에도 서로 연락을 하면서 오래오래 친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나에게 이런 귀중한 사람을 만나게 하고, 귀중한 추억을 간직하게 해준 인관이 정말 고맙다. 나는 앞으로도 계속 인관에서 살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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