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닫기
통합검색
 

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COMMUNITY

  • home
  • 커뮤니티
  • 콘텐츠 공모전
  • 과거 수상작
  • 2018년 이전

커뮤니티

과거 수상작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글의 상세 화면
긱순이의 라스트 위캔드
번호 : 251 등록일 : 2017-11-24 조회수 : 1591

긱순이의 라스트 위캔드

2017년, 나는 지방에서 상경해서 우리학교를 다니게 되었다. 절대안전을 외치시며 자취를 결사반대하시는 부모님 말씀에 기숙사에 사는, 이제 막 1년차가 되어가는 긱순이다. 그래서 사실 아는 친구가 없다. 근데, 요즘 대세는 뭐? 혼밥, 혼술, 혼영! (룸메가 주말에 자주 없다………혼….방…..) 이런 면에서 기숙사는 최고의 내 공간이다. 원래도 나는 주말을 온전히 나만의 시간으로 보내야 평일을 무난하게 보낼 수 있기 때문에 기숙사는 내 안식처이다. 처음 기숙사에 입사했을 때 낯설었던 느낌은 금방 사라지고 한 10년산 것 마냥 주소는 입사 첫날 외우게 되었다. 내가 일주일에 택배를 3개씩 받는 건 비밀이다. 이렇게 내 집이 된 기숙사에서의 내 주말은 아주 알차다. 미리 예고하자면 금요일은 시간상 짧으나 길고, 토요일은 아주 길고, 일요일은 아쉽다.

내 주말은 금요일 저녁부터 시작된다. 하루 일과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나는 항상 방에 가서 이것 저것 밀린 할 일들을 하기로 다짐하지만, 솔직히 많은 긱순이들이 공감할 거다. 할 일 펼쳐 놓고 딴 짓 하기. 그래서 나는 내가 읽어야’만’하는 논문을 펼치고 평일에 못 봤던 드라마를 경건하게 몰아서 본다. 왜냐하면 내일(토요일)은 늦잠자도 되니까! 이 때 시간이 제일 빨리 순(간)삭(제)되고 가장 즐겁다. 드라마 보다가 갑자기 정신차리면 빨래를 한다. 다음 주 월요일에 입을 옷이 없으니까 안 할 수가 없다. 세탁기는 전쟁이다. 여성전용 세탁실은 쳐다보지 않은 지 오래다. 그래도 내가 나는 착한 긱순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세탁이 끝나자 마자 가지러 간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빨래가 꺼내 져 있는 것이 싫기 때문에 타이머 맞춰 놓고 또 드라마 본다. 아직 고민중이긴 하지만 내가 만약 빔 프로젝터를 산다면 기숙사는 영화관이 될 거다. 아무것도 없는 기숙사 벽이 아주 좋다. 금요일은 보통 3-4시인 토요일이 되고 나서야 끝난다.

토요일 아침은 12시에 시작한다. 일주일 아침 중 가장 행복한 시간으로 배고파서 눈떠지는 시간이다. 일단, 배고프니까 아점으로 밥 먹는다. 밥은 사실 햇*컵*이 젤 간단하고 맛있다. 솔직히 이건 진짜 아마 나만의 노하우 일 것 같은데, 먹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예를 들어 짜장 컵반은 즉석밥과 짜장 소스를 따로 전자레인지에 데운 뒤 종이용기에 넣고 비벼 먹으라고 되어있다. 근데 여기서 반찬으로 미트볼을 먹고 싶다면 굳이 종이용기에 밥이랑 짜장을 넣고 섞지 말고 그냥 그 즉석밥위에 짜장 소스를 잘 끼얹으면 딱 맞다. 그럼 종이용기에 미트볼을 붓고 전자레인지에 데우면 끝. 이때부터 나는 기숙사 휴게실의 전자레인지가 없었다면 기숙사에 살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기숙사에 들어와서 노가스렌지 요리사가 된 듯하다. 전자레인지로 밥부터 시작해서 계란찜, 맥앤치즈, 브라우니, 찐고구마, 심지어 아직 생각도 안 해봤지만 파스타까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전자레인지로만 할 수 있는 음식이 이렇게 많을 줄은 기숙사에 와서 알았다. 요즘 이렇게 눈 내리는 추운 겨울에는 고구마생각이 절로 난다. 어느 날,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인터넷 쇼핑을 즐기는 밤12시에 나는 G** 슈퍼딜에서 고구마 3kg를 9,900원에 구매했다. 마침 집에서 가져왔던 전자레인지용 찜기도 제기능을 못하고 수납장에 모셔 두고 있었다. 이건 계시였다. 고구마는 절대로 그냥 전자레인지에 넣으면 아주 큰일난다. 안내문에도 적혀 있다. 전자레인지에서 고구마 찌는 방법은 고구마를 씻어서 찜기에 넣고 거기에 물을 자작하게 넣은 후, 전자레인지에 넣고 10분동안 옆에 앉아 TV를 본다. 그러면 고구마 완성. 방에서 침대 위 이불 속에서 먹는 고구마는 진짜 대박 맛있다. 슈퍼 그뤠잇. 전자레인지로 밥도 해봤다. 전자레인지로 하는 깊이가 있는 그릇이나 접시안에 씻은 쌀을 넣은 머그잔을 넣는다. 물은 검지손가락 한마디만큼 넣고 그 위를 접시로 덮은 후 전자레인지에 3분을 돌린다. 3분 뒤 빼서 1분 뜸을 들이고 다시 3분을 돌리면 완성! 쌀은 20kg를 사서 1년을 묵힐 수 없으니까 지난번에 집에서 한 주먹 가져왔다. 많아서 남았지만, 첫 전자레인지밥은 고두밥이었다. 근데 즉석밥이 아니라는 생각에 울 뻔했다. 간장에 참기름도 넣어서 계란 없는 간장계란밥을 먹었는데 진짜 대박 맛있었다. 다음엔 계란후라이 만드는 방법도 찾아봐야겠다. 이렇게 먹었으면 사실 양심상 운동은 쫌 가줘야 된다. 내가 기숙사에서 가장 놀랐던 점은 헬스장이 방 바로 아래층에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 집 앞에 있는 헬스장이 가까워서 갈 줄 알았다가 두 번 가는 바람에 호객이 될 뻔 해서 걱정이었는데 기숙사 지하 1층에 헬스장이 있어서 더 이상 지방을 축적하지 않을 수 있었다. 심지어 기숙사생은 만원 할인도 해준다. 그래서 3월부터 꾸준히 현재 몸무게를 유지라도 할 수 있는 큰 축복을 받았다. 토요일엔 헬스장이 3시까지라서 자주 2시 55분에 시계를 보며 아쉬운 척을 해본다. 오후에는 솔직히 논문 한페이지를 읽을 법도 한데, 읽기 싫으니까 영화를 본다. 어떤 초록 사이트에서는 ‘영화선물’이라고 며칠에 하나씩 무료영화를 선물로 준다. 가끔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숨은 보석 같은 영화를 많이 볼 수 있어서 좋다. 그 중에 맘에 드는 영화를 늦게까지 보다 보면 가끔 일요일 아침이 되기도 한다.

(고구마는 최고다.)

(첫 전자레인지 밥!)

일요일엔 하루 종일 책을 읽는다. 갑자기 독서하는 척하는 건 아니고 주말 낮엔 방이 조용해서 책읽기에 너무 좋다. 금요일 저녁에 잊으면 안되는 일 중에 하나가 기숙사오는 길에 도서관에 들리는 것이다. 서고를 훑다가 눈에 딱 꽂히는 제목의 소설책을 두 권 빌려온다. 절대 2권만 빌려야 한다. 안 그러면 월요일이 더더욱 피곤하니까 참아야 된다. 하루에 소설책 두 권을 읽다 보면 하루가 훌쩍 지나가버린다. 이렇게 아쉽지만 알차게 보내는 일요일이 지나면 조금 덜한 월요병을 앓을 수 있다.

 (추천하는 책!!)

이렇게 주말을 잘 보내면 평일을 그나마 잘 보낼 수 있다. 기숙사 휴게실에서는 나처럼 혼밥하는 긱순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마 다들 이런 주말 생활을 공감할 거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 주말에는 휴게실에 고구마 냄새가 풍기길 기대해 본다.

(작년 여름방학기간과 봄~가을을 기숙사에서 지냈는데 눈오는 기숙사는 처음이었다. 아주 예뻤다.)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생활의 성장, 삶의 성장 2017-11-24
이전글 기숙사에서 살아남기 2017-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