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닫기
통합검색
 

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COMMUNITY

  • home
  • 커뮤니티
  • 콘텐츠 공모전
  • 과거 수상작
  • 2018년 이전

커뮤니티

과거 수상작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글의 상세 화면
기숙사에서 살아남기
번호 : 250 등록일 : 2017-11-24 조회수 : 2483

<기숙사에서 살아남기>

 

ep1. 기숙사와의 첫 대면(in G House)

 

 곧 3월임에도 아직 찬바람이 쌀쌀한 날, 나는 무거운 여행용 가방을 끌고 처음 오는 이 낯선 도시의 길을 걸었다. 인터넷 지도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한참을 걸어 한 건물 앞에 도착했다. 건물 입구에 보이는 은행잎 마크가 내가 길을 잘 찾아왔음을 알려주었다.

 

 기대하고 있는 만큼 두려움도 앞서는 서울에서의 대학생활에서 나의 보금자리가 되어줄 기숙사에 도착한 것이다. 기숙사에 들어오지 못했다면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는 건 포기했을 지도 모른다. 대학 합격의 순간보다 기숙사가 배정된 순간 더 기뻤다. 다른 대학에 붙은 친구가 기숙사에 떨어져서 자취방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는 나도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너무도 다행이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나는 낯선 도시와 나의 새로운 자리에게 작게 인사를 건넸다. 설렘과 두려움을 가지고서.

 

* * *

 

ep2. 충격과 공포(feat. 학점 컷)

 

 “3.97... 4.17... 4.4?!”

 

 내가 이 숫자들을 본 건 여름방학 때, 고향에 잠시 내려와 있을 때였다. 2학기부터는 학점으로 기숙사의 당락이 결정되기 때문에 작년의 학점 컷을 공지해준 것이었다. 작년 2학기의 학점 컷을 보았을 때 내 성적 정도면 2학기 기숙사 입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내년 1학기이다. 1학기는 신입생에게 많은 자리를 주기 때문에 재학생의 경쟁률이 높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하지만 학점 컷이 이렇게나 차이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너무도 높은 학점 컷을 본 나는 2학기에 국제어 수업에서 모두 A+ 학점을 받고 최저 성적이 B+이어야만 내년 1학기에도 기숙사에서 살 수 있다는 결론을 냈다.

 

 ‘기숙사에 못 들어가면 자취할 돈이 없으니 돈 벌려고 휴학을 하거나 저 멀리 경기도에 사는 이모 집에서 통학을 해야 하는데... 휴학을 하면 돈 버는 것 말고는 별다른 계획이 없으니까 시간 낭비고 이모 집에서 통학을 하면 얹혀사는 눈칫밥 먹는 것도 싫을뿐더러 왕복 3시간이고 그러면 내 개X같은 체력이 못 버틸 거고 그러면 성적이 더 떨어질 거고 그러면 기숙사에 다시 들어갈 가능성이 없고 그럼 계속 이모 집에 있을 거고 성적은 또 떨어지고 내 전체 학점이 망하고 그러면 취직도 못하고 그러다가 노처녀 백수가 되어 혼자 늙어 죽는 거 아냐??’

 

 머릿속에서 생각이 나비효과마냥 꼬리를 물고 물어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면 노처녀 백수가 된다는 극단적인 결론에 도달하였다. 물론 과장된 생각이라는 것을 나 스스로도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찌되었건 간에 내년에 기숙사를 반드시 들어가기 위해서는 아주 좋은 성적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완전히 지배했다.

 

 “내가 서울에서 태어났어야 했는데...”

 

 이 순간 나는 원래 서울에 사는 친구들이, 특히 학교 근처에 사는 친구들이 너무도 부러웠다. 하지만 절망만 하고 남을 부러워만 해서는 결코 결과가 바뀌지 않는다. 두 눈을 부릅뜨고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기숙사 붙고 만다아아아아아!!!”

 

 “, 누나 시끄러워!”

 

 내가 소리를 지르자 방에서 공부를 하고 있던 고등학생인 동생이 짜증을 냈다. 하지만 동생의 짜증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앞으로도 계속 서울에서 대학생활을 이어가기 위해 나는 기숙사에서 살아남아야 했다.

 

 “아 대학가면 공부 안 해도 된다는 말 누가 한 거냐고!”

 

 옛날이야 대학 진학자가 적었으니 대학만 가면 취직도 곧잘 되었을 것이다. 기숙사도 지금처럼 부족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학진학률이 70%가 넘는 현재에 이르러서는 겨우 대학만 들어가서는 취직도 안 될뿐더러 살아남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다.

 

 ‘요즘 애들은 세상 살기 편해졌단 말은 또 누가 했어. 내 몸 하나 뉘일 공간도 없는데.’

 

 나는 괜한 억울함이 밀려왔다. 악착같이 버텨보자. 정말 살기 편한 세상을 만나기 위해. 이 날 이후 나의 2학기 목표가 정해졌다. 기숙사에 살기 위해 공부하자!

 

* * *

 

ep3. 시험기간(feat. Creative Zone)

 

 ‘으어어어엉...’

 

 기숙사 1층의 다목적실에서 공부를 하던 나는 더 이상 공부 하다가는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버릴 것만 같았다. 국제어 수업에서 A+을 받기 위해 교안을 열심히 해석하고 있건만 해석만 하고 내용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다. 이번 중간고사는 3주 전부터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왜 이렇게 머리에 들어오는 내용은 없는 건지 모르겠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저히 좋은 성적을 받기 힘들 것 같았다.

 

 “오늘은 그만하자...”

 

 벌써 시간은 새벽 2시였다. 더 이상 해도 오늘은 공부하기 글렀다는 생각에 교안을 정리했다. 퀭한 얼굴로 짐을 챙겨 방에 들어와 보니 룸메이트도 없었다.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더니 아직 들어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책과 교안을 정리하고 자려고 불을 켜보니 아주 개판이 된 방이 눈에 들어왔다. 밀린 빨래는 건조대 위에 널브러져 있고 책상 위도 노트북과 정리하지 않은 물건들로 어지러웠다. 확실히 사람 사는 공간은 아닌 것 같다. 원래 공부하기 싫으면 청소가 참 잘 된다고, 나는 갑자기 이것들을 다 치우고 싶어졌다. 평소엔 어질러 놓아도 한번 청소를 하면 완전히 빤짝거릴 때까지 치우는 내 성격 상 오늘 밤은 자기 글렀다.

 

 “청소를 해서 깨끗해지면 방에서 공부도 더 잘 될 거야!”

 

 원래 시험기간의 대학생은 그 어떤 행동(이라기보다는 딴 짓)에도 좋은 변명을 붙일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법이다.

 

* * *

 

ep4. 운동을 하자!

 

 기숙사 다목적실에 살다시피 하면서 공부를 한 결과 청소를 해도 3일이면 원상복구 되는 방과 불어난 살, 그리고 그럭저럭 괜찮은 성적을 얻었다. 나쁘지는 않았다. 단지 기숙사에 들어올 정도로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지를 알 수 없을 뿐...

 

 “...살이나 뺄까?”

 

 먹는 걸 줄이려고 하도 사놓은 식권이 잔뜩이라 E집밥은 먹어야겠으니 나는 본관에 있는 헬스장을 활용하기로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 운동을 하고 E집밥을 먹고 학교 가서 군것질 한 번도 안하다가 저녁에 기숙사 와서 또 다시 E집밥. 이렇게만 생활하면 삼시세끼 다 챙겨먹고 군것질까지 하면서 운동도 안하던 시험기간에 비해서는 살이 빠질 것이다. 너무 완벽한 계획이었다. 식비도 굳을 것이 분명했다.

 

 

 

 너무 완벽한 계획에 신이 난 나는 바로 계획을 실행에 옮겼다. 편한 츄리닝을 입고 별관을 나가 본관에 있는 헬스장으로 향했다. 1학기 때 있었던 G하우스에서는 같은 건물 지하에 헬스장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건물로 이동해야 했다. 다소 귀찮았지만 이것도 운동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기숙사 헬스장은 항상 느끼지만 있을 건 다 있다. E하우스가 G하우스보다 기구가 더 많아 좋았다. G하우스는 여학생 기숙사라 그런지 근력운동 기구가 없어 늘 아쉬웠었는데 E하우스에는 근력운동기구까지 다 갖추어져 있었다.

 

 “헬스장도 공짜로 쓸 수 있는데, 종강까지 바싹 살 빼야지!”

 

 물론 이 다짐은 일주일이 채 못 갔다.

 

* * *

 

ep5. Final episode.

 

 벌써 11월 말이 되어버렸다. 무슨 시간이 이렇게나 빨리 가는지 중간고사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그 많던 팀플도 거의 다 끝나고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 말은 나의 20살이, 새내기 생활이 끝나간다는 뜻이기도 했다. 1학기, 여름방학, 2학기를 전부 기숙사에서 보낸 나는 이번에도 겨울방학 기숙사 신청을 했다. 사실 서울이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추워서 겨울에는 고향으로 피신을 갈까 생각 했지만 집에 내려가면 엄마에게 의존해 너무 잉여로운 생활을 할 것 같아 남기로 결정했다. 서울에 오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놀러 다닐 줄 알았는데 내 여가시간은 대부분 이 기숙사에서 보냈던 것 같다. 처음에는 그렇게나 낯설던 공간이 이제는 너무나도 편해져 버렸다. 이제 슬슬 지난 중간고사처럼 공부를 하기 시작해야 한다. 이 따뜻한 공간에서 내년에도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남들은 취직을 위해, 전공진입을 위해, 장학금을 위해 공부를 하던데 나는 기숙사에 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 조금 웃겼지만 지방에서 올라온 나는 이 기숙사가 무척이나 소중하다. 서울에서의 첫 생활이 어색하고 걱정이 많았던 나에게 그래도 편안히 쉴 수 있는 공간이 되어준 기숙사에게 많은 정도 들었다. 자 이제 다시 공부를 하러가자. 앞으로도 여기서 지내고 싶으니까!

 

-Fin.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긱순이의 라스트 위캔드 2017-11-24
이전글 통금.. 2017-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