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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에서 보내는 첫 해: 절약하면서, 그리고 주변의 동물들을 보면서 지내기
번호 : 241 등록일 : 2016-11-28 조회수 : 2318

 제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 사람들은 잘 먹고 잘 사는 법, 웰빙에 많은 관심을 쏟았습니다. 그러나 불황이 찾아왔기 때문인지 요즈음 사람들은 웰빙보다는 가성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먼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한 달 동안 생활비로 사용할 수 있는 금액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그런데 혹시 심즈라는 게임을 아시나요? 심즈는 ‘인생 시뮬레이션’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게임을 재미있게 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어떤 규칙을 정해놓고 심을 키우는 챌린지입니다. 저는 한 달, 한 달을 그 챌린지를 한다고 생각하며 지냅니다. 유일한 규칙은 한 달 생활비로 책정한 것을 넘어서서 생활비로 돈을 사용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드물게 예외가 있는데요, 교재를 사는 것이 그 중 하나입니다. 어쨌거나 한 달 생활비로 책정한 금액을 한 달 동안 마음대로 다 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휴대전화 요금과 단말기 할부금(내년 2월까지), 그리고 주택청약 통장으로 매달 자동이체 되는 금액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는 돈을 계산해보면 한 달 동안 사용할 총 금액의 대략 27.4퍼센트가 나옵니다. 즉 한 달 동안 남은 72.6퍼센트를 가지고 생활해야 합니다.
 생각보다 꽤 적은 액수를 가지고 살아야하므로 저는 일단 월 초부터 식비를 아끼기 시작해서 월 말까지 식비를 아낍니다.


 
 사진 속 컵라면은 기숙사 취미강좌(조리 강좌)에서 마지막 주에 했던 경연대회 때 받은 상품입니다. 여섯 개 들이 한 상자를 받았죠.
 저는 1일 1.5식을 신청했기 때문에 우선 아침을 기숙사 식당에서 해결하고, 점심과 저녁은 상황에 따라 기숙사 식당에서 먹거나, 밖에서 사먹거나, 편의점이나 매점에서 적당히 해결하거나, 이번학기에는 화요일 오후 3시부터 기숙사 취미강좌(조리 강좌)를 들었기 때문에 가끔 조리 강좌 시간에 만든 음식으로 저녁을 해결했고, 혹은 마테차(1학기 때 티백을 사두었습니다.)로 버팁니다. 보통 마테차로 버티는 경우는 시간표 때문에 식사하기 애매한 월요일 점심입니다. 그리고 커피나 간식도 잘 먹는 편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끔은 돈을 약간 더 들여서 맛있는 것이나 간식을 사먹거나 커피를 사 마실 때도 있습니다. 너무 장기적으로 돈을 아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라면만 먹고 살면 심각하게 우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분의 생활비를 돌발상황에 대비한 예비비로 어느 정도 할당하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예를 들면 10월 달에는 갑자기 이어폰이 망가지더니, 그 다음 주에는 방의 전등 세 개 중 두 개가 나가버리는 바람에 스탠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껴(물론 전등은 수리 신청 했습니다.)1학기 때에도 사지 않고 버텼던 스탠드를 구매하는 바람에 월말에 생활비가 아슬아슬 했습니다.
 또한 10월 31일에는 열쇠와 태그를 한꺼번에 잃어버린 바람에 하루 종일 넋이 나가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우여곡절 끝에 둘 다 찾긴 했지만, 그 일을 겪고 나니 열쇠를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열쇠가 매달려 있는 갈색의 천으로 만든 무언가가 보이시나요? 지난 학기 취미 강좌(프랑스 자수)시간에 강사님으로부터 재료를 얻어 만든 카드 지갑입니다. 카드 지갑을 만들면서 공그르기를 더 잘 할 수 있게 되었고, 또 그 수업 자체가 자수만 놓는 것이 아니라 자수를 놓고 또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박음질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것 덕분에 옷의 단추가 떨어졌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잘 꿰매 입고 다니고 있습니다.


 
 기숙사에서 두 학기 째 사는 중이지만, 여전히 빨래할 때 세제의 양과 섬유유연제의 양을 맞추는 것은 어렵습니다. 여러 번 빨래를 해보며 감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빨래를 엄청 자주할 만큼 빨래가 많이 나오는 편이 아닌데다, 세제와 섬유유연제는 꽤 비싸기 때문에 실수로라도 양을 너무 많이 넣으면 무척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저는 모 업체를 통해 한달에 한 번 정도 하는 공동구매를 통해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구매했습니다. 그 결과 이제는 심리적인 부담이 덜 들어 오히려 적당한 양을 좀 더 잘 맞출 수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양을 맞추는 것에 너무 집중을 한 나머지 필요 이상으로 세제(액체 세제)를 넣을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꽤 빡빡하게 느껴지는 생활이지만, 긴장이 풀어지는 때가 있습니다. 지나가다 동물들을 보게 될 때입니다.


 
 지난 학기 예관에 살 때 어느 주말 조식을 먹으러 의관 식당에 가던 도중 고양이를 보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작은 야산이 하나 있는데, 그 야산에 사는 고양이들을 가끔씩 보러 갔었고 또 집 근처에도 고양이 여러 마리가 사는 만큼, 그 고양이들에게 정이 많이 든 탓에 기숙사에서 살며 그 고양이들을 많이 보고 싶어합니다. 그러므로 학교에서, 특히 기숙사 근처에서 고양이들을 보게 되면 무척 반갑습니다. 꼭 집 근처에서 고양이들을 보는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끔 지나가다 고양이를 보게 되면 너무 바쁘지 않은 이상은 멈춰 서서 고양이를 지켜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청설모 사진은 이번 학기에 신관A동 지하1층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마찬가지로 어느 주말, 조식을 먹기 위해 태그를 찍고 식당 쪽으로 가던 도중, 무심코 출입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청설모가 들어온 것을 보았습니다. 밖으로 나가려고 이리저리 빠르게 돌아다니지만 유리 벽 때문에 나가지 못하는 청설모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계속 보다 그 청설모가 무사히 밖으로 나간 이후에야 밥을 먹으러 갔습니다.


 이렇게 가끔씩 예상치도 못하게 동물들을 보게 되면 가만히 멈춰 서서 따뜻한 시선으로 한참 보다가 가던 길을 가게 됩니다. 혹은 지난 학기에 의관 앞 공터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다 청설모가 나무 사이를 거의 날아 다니다시피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친구에게 생중계를 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기분이 별로 안좋다가도 누그러지곤 합니다.


이렇게 저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생활비를 하루에 어떻게, 또 얼마나 써야할 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며 지냅니다. 그렇지만 때때로 동물들을 지나가다 보게 되면 고민이나 걱정들이 잠시나마 잊혀지고 그저 따뜻한 시선으로 그들을 보게 됩니다. 제 인생에서 처음으로 집을 떠나서 사는 건데, 그래도 이만하면 꽤 잘 지내고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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