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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룸메이트는 안녕하십니까?
번호 : 227 등록일 : 2016-11-14 조회수 : 3464

당신의 룸메이트는 안녕하십니까?

생명과학과 15학번 윤남주

 고등학교 때부터 센다면 벌써 5, 나는 5년째 기숙사에서 살고 있는 프로 기숙사생이다. 고등학교 기숙사에서 대학교 기숙사로 오면서 가장 크게 변한 건 아무도 내가 뭘 하든 신경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감선생님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가방에 몰래 야식을 넣어오고, 배달 주문한 음식을 창문으로 라푼젤 마냥 받던 시기는 이제 지났다. 바야흐로 자유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처음엔 갑작스럽게 주어진 자유에 굉장히 어리둥절했지만, 이제는 서서히 적응해나가는 대학교 기숙사 2년차가 되었다.

예관의 모습. 여자 기숙사, 남자 기숙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도 고등학교 때와 다른 점이다.

자유로운 야식을 즐기게 해준 휴게실 

 대학교 기숙사와 고등학교 기숙사가 다른 점이 또 한 가지 있는데, 바로 룸메와의 친밀도이다. 고등학교 때는 진짜 하루 종일, 말 그대로 정말 하루 종일 룸메를 보고 살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41실로 이층침대가 두 개 있는 구조였는데, 안 볼래야 안 볼 수가 없었다. 아침에 기상음악에 맞춰 다 같이 일어나고, 인원점검을 하러 나가야되기 때문에 눈도 못 뜬 룸메를 붙잡고 운동장으로 뛰어나갔다. 인원점검이 끝나면 같이 아침을 먹고, 기숙사에 다시 들어와서 학교 갈 준비를 하고, 학교에 가서는 같이 수업을 듣고 밥을 먹고 공부했다. 야자를 마치고 기숙사에 들어오면, 가위바위보로 그날의 씻는 순서를 정하고 점호를 하고 잘자~’라는 인사로 하루를 끝마쳤다. 토요일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다가 토요일 저녁쯤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갔다가 일요일 저녁에 다시 돌아오기 때문에, 정말 하루라도 룸메를 안 보고 사는 날이 없었다. 사실 부모님보다도 룸메를 더 많이 보고 살았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끔 추석이나 휴일이 껴있을 때면 한 이삼일을 안 보는데, 그러면 엄청 오랫동안 안 봤던 사람들처럼 되게 오랜만이다라든가 이게 얼마만이야같은 말을 나눴다. 집에 갔다가 간식을 가져오면 나눠먹고, 오늘 수업은 어땠고 선생님이 뭐라 하셨고 등의 하루일과를 나눴다. 밤새도록 이런 얘기, 저런 얘기로 이야기꽃을 피운 적도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고등학교 때는 세탁기는 전혀 쳐다도 안 봤는데 지금은 일주일에 두 번은 이용한다.

 이런 고등학교 기숙사 생활 때문에 내 머릿속에는 대학교 기숙사 생활도 이렇게 전개될 것이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황은 내 예상 밖으로 흘러갔다. 처음 만나서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는데 그 어색함이 풀리지 않는 경우가 종종, 아니 많이 있었다. 안녕하세요. 무슨 과에요? 몇 학번이에요? 몇 시에 일어나요? 몇 시에 자요? 등의 기본적인 조사를 마치면 더 이상 룸메와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냥 잘 때 불 끌게요라든가 아침에 누구야, 알람 좀 꺼줄래?”같은 정말 필요한 말이 아니면 안 하게 된다. 고등학교보다 사람도 훨씬 많고, 이과, 문과뿐만 아니라 여러 전공이 있는 대학교에서는 룸메와의 공통 관심사 찾기조차 어려움을 겪었다. 정말 공통사라도 있으면 좋을텐데 과도 다르지, 나이도 다르지, 동아리 활동도 전혀 다르면 어떻게 얘기를 진행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1학년으로 기숙사를 살았던 작년의 룸메들은 모두 다 선배들이었다. 사실 고등학교 때는 룸메가 다 같은 학년이여서 이번에도 동갑, 아니 적어도 동기면 좋았을텐데 3,4학년 언니들이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첫 룸메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기숙사에 짐을 가지고 들어왔을 때 짐을 배치하는 위치가 첫 룸메의 영향을 받아서 계속 가기 때문이다. 나 같은 경우에도 입사했을 때 룸메언니가 먼저 들어와 있었는데 몇 번째 책장에는 화장품을 놓고 몇 번째 책장에는 책을 꽂고 하는 등의 배치를 많이 참고했었다. 3학년 언니는 기숙사에 되게 자주 있었는데, 둘이 방에 같이 있더라도 도통 대화를 하는 일이 없어서 , 원래 대학교 기숙사 룸메는 이런 존재인가싶었다. 같이 야식도 시켜먹고 얘기도 도란도란 나누고 하는 나의 대학교 로망이 부서지는 순간이었다. 한 학기를 같이 살면서 그렇게 정말 불을 끈다느니 하는 얘기 말고는 나누지 않고 룸메로써의 기간이 끝났다. 다음 룸메는 4학년 언니었는데 4학년이라 그런지 엄청 바쁘셨다. 짐을 다 옮기고 룸메가 언제 들어오려나, 들어오면 인사는 뭐라고 하지 한참을 고민했지만 그날 룸메언니는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입사한지 이틀째인가 잠깐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계절학기 룸메와 내가 다른 룸메라는 것도 내가 인사하고 나서 깨달았다. 자주 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안했지만, 정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들어올까 말까했다. 도대체 어디서 자는 걸까란 궁금증이 있었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하고 학기가 끝났다. 내가 새내기가 끝나고 나서야 대학원생의 삶과 밤을 새고 잠을 잘 수 있는 곳이 기숙사 뿐만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처음 룸메 언니의 영향을 받은 책상 배치.

  2학년이 되고 나서 지난 1학기의 룸메와 지금의 룸메는 모두 신입생이다. 사실 선배든 후배든 별 차이가 있겠어? 싶었는데 다르다. 너무 편하다. 그리고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진짜 애기 같고 해서 엄청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내가 먼저 말도 걸고 간식도 주고 하니까, 룸메도 먹을 거 있으면 나눠주고 오늘 학교에서 어떤 일이 있었더라 하는 얘기도 많이 나눌 수 있었다. 그래, 이게 바로 내가 꿈꾸던 바람직한 기숙사 생활! 굉장히 감격스러웠다. 비록 퇴사할 때까지 같이 야식을 시켜먹거나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어마어마한 발전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건, 퇴사할 때였다. 룸메는 아직 시험이 안 끝났었고, 나는 시험이 끝나서 먼저 짐을 빼서 퇴사를 했다. 부득이하게 인사를 못하고 나가게 돼서 아쉬운 마음에 초콜릿이랑 쪽지를 책상에 놔두고 갔었다. ‘나는 먼저 갈게. 인사 못하고 가서 아쉽다ㅠㅠ 이거 먹고 시험 잘 봐! 방 청소를 하고 나가긴 하는데 너 퇴사할 때 한 번 더 해야 될 거야. 한 학기 동안 잘 지냈고 룸메해서 정말 좋았어ㅎㅎ이런 쪽지를 남기고 갔는데, 그 날 저녁에 룸메가 쪽지를 읽었는지 카톡으로 답장을 했다. ‘언니, 저도 언니랑 룸메해서 너무 좋았어요!’라고 카톡이 왔는데, 그걸 읽고 나니까 , 정말 기숙사 살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일 년 동안 기숙사라는 곳이 삭막한 사막이었다면, 이번 년도는 마치 꽃이 피는 봄 같았다. 오늘은 어떤 꽃이 피어날까 설레는 맘을 안고 기대하며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 지금 살고 있는 룸메와는 아직 진행형이고, 졸업할 때까지 여러 다른 룸메들을 만날 일은 미래형이다. 어떤 룸메를 만나서 어떤 한 학기를 보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불모지라도 내가 꽃을 피워내고자 하는 노력이 있으면 한 송이의 꽃이라도 날 기다리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가끔 문을 열자마자 있는 룸메에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런 건 왜 빨리 적응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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