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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동상] 외부인들은 몰라요, 기묘한 봉룡인의 삶
번호 : 222 등록일 : 2016-03-28 조회수 : 11925

< 외부인들은 몰라요, 기묘한 봉룡인의 삶 >


불안감 반, 설렘 반으로 시작한 10학번 노땅 뇨자의 막학기 이야기이다.
1, 2학년 때 무릇 모름지기 그러하듯이 학점을 밥 말아먹었다. 통학 거리가 거진 두 시간이 된다는 것은 비겁한 변명이라고 쳐도, 일단 기숙사에 입성하자마자 학점의 앞자리가 바뀌었으니 본인은 저조한 학점의 원인이 고된 통학에 있다고 늘 주장하고 있는 바다. 각설. 아무튼, 기숙사의 편의성과 고마움을 잘 아는 소위 ‘기숙사파’다.

기숙사를 들어갈 때에는 보통 2인 1실을 선호하는 편인데, 이유는 따로 없다. 한 명하고만 생활 패턴이 맞으면 생활하는 데 만사 문제될 것이 없으니까 편히 살 확률이 늘어난다고 해야 할까? 방에 드나들 때 가볍게 인사하고, 먹을 게 많으면 나누어 주는 딱 그 정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적지 않은 배려를 베푸는 그 느낌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2인 1실 여기숙사의 풍경이다.
그러던 내가 기숙사 또한 ‘하나의 사회'라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줄이야? 이 사건은 앞으로 이야기할 기묘한 경험담들 중 일부일 뿐이다.


(쾌적한 엘리베이터)


(안락한 휴게실)

 

1. 2인 1실, 두 명의 룸메이트(?)

이사 첫 날. 룸메이트인 사람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나는 룸메이트 없이 예관에서의 적막한 하룻밤을 지냈다. 신관에서 살다가 처음 생활하게 된 예관은, 뭐랄까 다소 휑한 느낌이었다. 다음 날, 문이 열리고 여행용 가방을 드륵드륵 끌며 예쁘장한 아가씨 한 명이 어머니와 함께 들어왔다. 눈이 정화된다는 표현이 떠오를 정도로 아리따운 룸메는 나와 동갑이었고 외국에서 지내다 온 엘리트이며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패턴 또한 나와 잘 맞았다. ‘새벽 2시 넘어서 취침’에 체크하고 들어왔으니 뭐 당연한 이야기이긴 했다. 시작치고 괜찮았다. 가끔 영어로 대화하자고 하면 어떨까? 나는 영어를 배우고, 그녀는 영어를 까먹지 않고. 서로에게 win win이 아닌가.

그리고 그녀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며칠 뒤 기숙사를 나갔다.
기분이… 기묘했다….

뭐, 인생사 새옹지마 전화위복! 그리하여 새로 들어온 룸메이트는 나보다 한 살 어린 약대 입시 PEET 준비생이었다. 귀엽고 애교 많은 그녀는 룸메와는 거의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나의 생활 방식을 확실히 바꿔 놓았다. 애교 살살 넘치는 목소리로 ‘언니 다녀왔어요?’ 라고 반기면 나도 모르게 ‘응~ 넌 수업 끝났어?’ 하며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어지는 것이다. 괜찮은 기분이었다. 새로운 룸메가 더 나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는 매일 밤 11시가 되면 침대에 골인하여 색색 잠에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일찍 소등하고 남은 일과는 추운 휴게실에서 해결했다.
기분이… 기묘했다….

2. 기숙사 = 정보통

반전으로 아웃사이더가 아닌 어엿한 활동파인 나는, 줄곧 예의주시하는 한 남녀가 있었다. 바로 친한 여자 후배 한 명과 평소 나를 많이 괴롭히는 짓궂은 동기 녀석. 심증은 없는데 물증이 없는 상황. 사귀는 것이 확실한데? 그들은 당연히 부인했다. 밝혀내기만 하면 특종감이었다. 동기 녀석이 매일 나를 약 올리는 녀석이라 더 절실했다.
여기에서 내가 봉룡학사란 참 기묘한 사회라고 느낀 일이 발생한다.

“언니, ㅇㅇ 전공이라고 했죠?”
“응, 왜?”
“그럼 ㅇㅇ 오빠 알아요?”
“응! 어떻게 알아?”
“제 남자친구랑 같은 동아리 친구셔서요. 여자친구도 같은 과죠? 같이 본 적 있는데.”
“여자친구를 데려왔다고? 혹시… 얘?”

빙고.
그러했다. 룸메이트는 결국 두 다리만 건너면 닿을 수 있는 존재였던 것이다.
성균관대 내부는 좁다. ―고로 봉룡학사는, 더 좁다. 소위, 犬利得.



(혼자놀기 1. S.Y. 울타리에 손으로 발자국 모양 만들기)

3. 하루의 끝에서도 긴장을 놓치지 말아야!

예관으로 넘어가 볼까?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예관은 신관과 달리 공용 욕실을 쓴다. 그렇기에 신관과는 다른 에피소드가 넘쳐난다. 예를 들면, 새벽에 칸막이 옆 칸에서 물 소리가 계속 들리기에 나 말고 누가 있는 줄 알았는데, 문을 열고 나와 보니 아무도 없더라(알고 보니 내가 쓴 물이 긴 하수구에서 빠져 나가는 소리였음)….

씻으러 갈 때 욕실 바구니, 갈아  입을 옷, 치약 칫솔, 수건까지 들고 가면 손이 모자랄 지경이라, 룸메가 방에 있다면 방 열쇠는 놓고 다니는 게 보통이다. 룸메의 욕실 바구니가 원래 있던 장소에서 사라져 있으면 금방 돌아오겠거니, 하고 문을 잠그지 않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개운하게 샤워를 마치고 머리카락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털레털레 방으로 향했다.

철컥 철컥.
“…….”

옷도 갈아입지 못하고 젖은 생쥐 꼴로 경비 아저씨께 열쇠를 부탁드렸다.
“자, 시간 잰다. 앞으로 열쇠 반납까지 5분!”
이곳은 분명히 대학교 기숙사일 텐데…. 기묘했다.




(혼자놀기 2. 방에서 창밖 풍경 사진찍기)

4. 제일 친한(?) 봉룡인

내가 경비 아저씨와 친해지게 된 것은 나로서도 의외였다. 무뚝뚝해 보이는 것과 다르게 제법 위트 있으셔서 말장난이 통한다는 것을 알게 되자 어느새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고, 뒤뜰의 모과를 한 무더기 선물 받거나 로비에서 잠시 수다도 떠는 기묘한 우정이 생겨났다.
옆집 할아버지마냥 털털하다가도, 갑자기 정색하며 벌점을 주겠다고 겁을 주시는 만만찮은 캐릭터의 경비 아저씨.
알고 보니 그는 왕년에 대기업 제약회사에 다니던 모두의 워너비였다.
사람이란 기묘하다….

5. 긱밥(기숙사밥)

‘긱밥’. 기숙사에 살아본 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기숙사밥’의 줄임말이다. 각자 생활 패턴에 따라 1일 몇식(食)을 할지 선택하여 모바일 식권을 구매할 수 있다. 나는 돈을 아끼자고 마음먹었으므로 대차게 1일 2식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생각대로 잘 지켰으나, 학과 생활이라는 것이 인간관계, 사회생활에 따라 어찌 될지 모르는 일. 점점 바깥 입맛에 길들여진 나는 기숙사 밥의 존재를 잊게 되었다. 못된 MSG의 노예 같으니라고…. 어쩔 수 없이 간식으로라도 식권을 쓰자- 생각하여 정해진 간식 시간에 식당을 찾아 라면을 호로록 호로록 흡입했다. 생각보다 맛있었다. 게다가 일찍 가면 비싼 모둠 과일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었다!
어느새 내 식권은 간식 전용으로 전락했다. 심지어 밥을 먹어도 간식은 꼭 챙겼다.
내 위가 기묘했다….

보통 기숙사에 살며 기숙사밥을 애용하는 이들이라면 혼자 먹게 되는 일이 잦다는 것에 공감할 것이다. 재미있는 건, 늘 먹는 시간에 먹으므로 여기저기에 낯익은 얼굴들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것. 내가 자주 보던 이는 대머리에 키다리 아저씨였다. 어떤 이유로 그 나이에 학교에 남아 있으며, 전공은 무엇이며, 친구들은 없는지 묻고 싶었으나 그럴 수 없었다. 눈도 몇 번 마주쳤지만 결국 한 마디도 섞지 않았다. 우리는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언어의 장벽이란 기묘했다….

6. 예의는 지키고 삽시다!



(조용한 복도 풍경)

기숙사에 살면서 라면을 그렇게 자주 먹었다. 예관에는 휴게실이 있지만 난방이 항시 되는 것이 아니라 추울 때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룸메가 오기 전에 컵라면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우고 환기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어놓았다. 방에서 라면 냄새가 풀풀 풍기는 것은 예의도 아니거니와 불쾌감을 줄 수 있으니까. 빨리 흡입하느라 사레에 들리고, 냄새를 지우기 위해 큰 문을 열었다 닫았다 반복하여 부채 역할을 시키고, 팔을 크게 휘젓고 다니며 방 안 공기를 억지로 더 순환시켜도 보고. 달밤의 체조를 거의 끝냈을 무렵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언니, 저 오늘 안 들어가요!ㅎ」
타이밍이 기묘했다….

이렇듯, 별거 아닌 듯해도 혼자 겪기에 더욱 기묘하게 와 닿는 봉룡학사의 나날들. 들어와 보지 않는 이상 알 수 없는 이런 일상들은, 성대인이라면 한 번쯤 겪어봐도 될 만한 학교의 또 다른 사회인 것 같다.
자취도 해 보고 통학도 해 봤지만 결국 기숙사를 선택하게 되는 걸 보면, 정말 기묘한 매력을 가진 봉룡학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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