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닫기
통합검색
 

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COMMUNITY

  • home
  • 커뮤니티
  • 콘텐츠 공모전
  • 과거 수상작
  • 2018년 이전

커뮤니티

과거 수상작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글의 상세 화면
[2015]두개의 갈색
번호 : 216 등록일 : 2015-11-23 조회수 : 3625

두 개의 갈색

 아직 쌀쌀한 겨울 공기가 가시지 않았던 어느 2월, 잠깐 한국 출장을 오신 아버지와 함께 방문한 기숙사는 낯설기만 했다. 택시 기사 아저씨께서 “말씀하신 주소지에 도착했는데요?” 라고 말씀을 먼저 꺼내시기 전까지 여기가 내가 앞으로 1년간 지내야하는 기숙사와 그 동네라는 사실을 예상하지도 못했다. 먼저 학교와 거리가 있을 뿐만 아니라, 대로변 이였고, 주위는 일요일 아침이여서 그런지 고요했다. “아…….네, 저희도 처음 오는 거여서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라고 짧게 인사하며 아빠와 나는 짐을 내렸다. 기숙사 건물은 주위 환경을 위압할 정도로의 규모를 자랑했다. 갈색 대리석을 연상케 하는 건물이 우중충하게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기숙생 여러분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이 외롭게 펄럭이고 있었다. 오랜 해외 생활 후, 가족 없이 혼자 한국에서 지낼 나의 미래를 암시하는 것 같아, 나는 한동안 나의 유일한 소지품인  캐리어를 꼭 붙들고 있었다.
  

 


 그러나 내부는 외부와는 다르게 따뜻하고 밝았다. 경비 아저씨는 친절하게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셨다. 호실을 배정 받고, 엘리베이터를 타 9층으로 올라가, 끝 방에 다다르자 난 점차 걱정보다는 기대감을 부풀고 있었다. 혹시나 룸메이트가 미리 들어가 있을까,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지만, 텅 비었었다. 며칠 동안 사용되지 않은 방은, 깨끗함을 넘어 냉기가 돌았다. 그래도 벽의 싱그러운 초록색과 방의 크기와 구성이 맘에 들었던 나는 연연치 않고 난방을 틀고 더 둘러보았다. 창밖에는 신기하게 내가 책에서만 봐왔던 한국의 전통성을 뽐내는 궁이 보였다. 궁 안에는 가족 나들이와 동호회 모임을 위해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보였다. 나는 궁이 보이는 책상자리로 위치를 잡고 짐을 정리하면서 저기 보이는 궁처럼 내 앞으로의 대학 생활도 활기차며 굳건하게 보낼 것을 다짐했다.

누구는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 또는 기본 벨소리가 알람이라면 나는, “너 9시 수업이라 하지 않았어? 지금 8시에 일어나”의 룸메이트언니 목소리가 나의 3월 달 알람이었다. 운 좋지 않게 영어 발표 수업이 월요일, 수요일 9시부터 잡힌 나는 아침이 나와의 전쟁이었다. 그 전날 술자리로 채 속도 못 겨누고, 다시 일어나 치약을 나도 모르게 삼키며 해장을 했다. 기숙사의 가장 좋은 장점 중 하나가 학교로 바로 가는 셔틀 버스가 있다. 아직 다 말리지 않은 머리카락을 쌀쌀한 3월 아침바람에 말려가며 노란 셔틀이 오기까지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렸다. 그리고 수업을 다 마친 후, 새터 조 조인트며, 학회 모임이며, 술자리를 빠짐없이 참석했다. 그 한 달 내에 학교 내 모든 맛집과 술집을 다 방문했던 것 같다. 그러나 재미도 잠시, 기숙사 통금이라는 것이 서서히 내 엉덩이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옆에 앉아서 아무 걱정 없이 감자튀김을 야금야금 먹는 자취친구를 보며 부러워했다. “야 그냥 너도 자취하지 그래?”라는 말을 수 없이 들었지만, 나는 그래도 “기숙사 통금만 불편하지, 진짜 살기 좋아요”라고 웃으며 답했다. 1시 통금에 맞춰 12시 반에 벌떡 일어나, 그 술 모임에 항상 어딘가에는 나와 같이 기숙사에 사는 친구를 뽑아내, 황급히 계산을 하고 시원한 밤공기를 맞으며 빠른 걸음으로 갔다. 밤공기를 맞으니 술이 깨고, 옆에 친구랑 함께 웃으며 걸어가니 상쾌한 행복함이 느껴졌다. 이때 항상 지나는 건물이 처음 기숙사 들어왔을 때, 창밖으로 보인 창경궁이다. 비록 늦은 시간이여서 정문이 굳게 닫혀있지만, 달빛에 비추어진 처마 끝을 보면서 기숙사 덕분에 이렇게 고귀한 광경을 매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왁자지껄한 3월 달이지나 기력을 충전하고 다시 놀려고 보면 중간고사가 섬뜩하게 웃으며 서 있다. 그 전 중앙 도서관을 이용해 보지 못한 나는, 자리 부족으로 항상 자리가 없으니 공부는 내일 하자! 라고 혼자 위안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막상 중간고사가 코끝까지 다가오니,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기숙사 방안에서 공부를 하려고 하면, 못 다한 청소가 눈에 밟혀 한밤에 옷을 개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한번은 음료수를 뽑아 마시려고 지하에 내려갔을 때, 복도 끝에 노트북이며, 책이며, 공책을 슬리퍼 차림으로 질질 끌고 방안에 들어가는 학생을 봤다. 나는 궁금증에 그 학생 뒤를 따라가 봤을 때 나는 허탈함에 웃었다. 거긴 기숙사생들을 위한 독서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정갈한 책상에, 각 책상 마다 배치된 작은 램프 그리고 충전 대까지 다 제공되어있었다. 그동안 나는 이런 장소도 모르고 중앙 도서관에서 자리를 찾으려고 전전긍긍했으며, 자리가 없다고 핑계되며 허비했던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러나 그 마음도 잠시, 지금은 늦었다고 마시던 음료수를 다 마시고 올라가 잠자리에 들었고 그 다음 날부터 그곳을 애용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그곳은 도서관 못지않게 조용했으며, 무엇보다도 편한 옷차림으로 공부 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편했다. 또한 기숙사 내에 있는 공간이었기 때문에, 통금을 위해 하던 공부를 중간에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너무 편리했다.    

       

 한국의 문화 중 내가 가장 극찬하는 것은 배달음식 문화이다. 해외에서는 느껴 보지 못한 맛과 속도에 나의 전화부에는 배달음식점의 번호가 쌓여갔다. 기숙사는 배달음식에 적합한 환경이었다. 배달음식을 갖고 지하에 내려가 휴게실에 놓인 편리한 의자에 앉으면서 포장지를 신나게 뜯는 순간에는 나보고 각주를 잘 못 달았다는 팀플 선배 언니의 딱딱한 꾸지람 문자도 잊을 만큼 행복했다. 룸메이트와 수업이 없는 오후에는 같이 보쌈을 시켜먹었다. 보쌈에 떡을 싸먹을 수도 있다는 신세계를 경험하면서 나는 아직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목이 마를 때는 옆에 배치된 음료수 자판기를 통해 식사의 마무리도 만족스럽게 하고, 포만감을 갖고 위층으로 올라가 수업 전까지 한숨 자기도 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나의 배는 점차 수면위로 올라왔지만, 기숙사 덕에 느껴지는 대학생활의 만족함으로 옷깃을 스윽 내리면 그만이었다.

 이번 공모전은 나에게 기숙사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항상 현관문을 들락거리면서 기숙사가 참 좋다는 것만 느꼈지, 실제로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접 글을 쓰며 사진을 찍기 전까지 간파하지 못했다. 어쩜 삭막하고 외로울 뻔 했던 나의 대학생활을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처음 택시를 타고 내린 나를  무섭게 내려 보았던 사나운 갈색 곰 같은 기숙사는 이제 몽개몽개 피어오르는 핫 초코 같은 따스함을 품은 집 같은 곳이다. 팀플이나 시험 등 대학 생활에 시달려 터덜터덜하게 걸어온 나나, 술자리나 좋은 성적을 받고 경쾌하게 걸어온 나를 두 팔 벌려 맑은 삐익! 현관 키 열림 소리를 내며 반겨주는 곳이다.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2015]어리버리한 입사 & 반도의 흔한 룸메이트... 후쿠시상?? 2015-11-23
이전글 [2015]봉룡학사의 4대 버뮤다지역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