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닫기
통합검색
 

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COMMUNITY

  • home
  • 커뮤니티
  • 콘텐츠 공모전
  • 과거 수상작
  • 2018년 이전

커뮤니티

과거 수상작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글의 상세 화면
[2015]새내기의 룸메 나이는 27 28 29
번호 : 214 등록일 : 2015-11-23 조회수 : 4010

학생증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새내기이다.

대학 입학전, 고등학교 3년간 기숙사 생활을 해 온 탓에, 대학교에서 기숙사 생활하는 것에는 별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들과는 어떤 식으로 놀지 매우 궁금하고 설?다. 그래서 기숙사 신청할 때, 인원수도 최대한 많게 41실을 우선순위에 넣었다.

새내기 배움터에서 돌아와 처음 입사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저녁때 즈음이었는데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각 책상마다 포스트잇으로 잘 부탁한다고 간략하게 메모해 놓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친구들이랑 저녁을 먹고 돌아왔더니 룸메 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소한 같은 학년은 아니더라도 1~2살 차이 정도는 될 줄 알았다.

웬일, 2708학번 사람이었다. 게다가 직책은 기숙사 조교라니...

험난한 기숙사 생활을 보내게 될듯한 불길한 예감이 주마등처럼 흘러 지나갔다.

잘 부탁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나니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게다가 약간 거리감을 두시려는지 초반에는 나한테 존댓말을 했다. 게다가 이름도 가르쳐 주시지 않으셨다.

너무 갑갑한 느낌이 들어 후에 진지하게 룸메를 바꿔달라고

신청할까도 고민할 정도였으니, 이때가 제일 고비였다.

 

며칠을 어색하게 보내고, 29살 형님이 입사하셨다.

처음에 형 자리를 보니 농구 관련 책이 있어서, 말로만 듣던 체대 형님인 줄 알았다.

실제로 포스트잇에 체대 형님 잘 부탁드린다고 써놨었다.

초면에 자기소개를 할 때 체대생 맞느냐고 물으니 아니라 해서

서로 당황해했었다.

알고 보니 이 형은 약대에 재학 중이시고 성격이 매우 따뜻하고 정말 말을 나긋나긋하게 하셔서 약간의 냉랭함이 흐르던 방에 온기가 도는 듯했다.

 

또 며칠 후에 28살 형이 들어왔는데, 어찌 보면 이 형 덕분에 4명이 재밌는 기숙사 생활을 보내게 된 것 같다. 4학년으로 취업 준비하며 마지막 학기를 보내기 위해 기숙사에 들어오셨는데, 성격이 매우 쾌활하셔서 방에 들어오시자마자 형들이랑 통성명을 하시더니 냉큼 번호를 교환했다. 나도 한 며칠 넘게 같이 지냈는데, 처음으로 번호를 교환했고 그때 조교형의 이름을 처음 알았다.

 

그리고 며칠 후에 술자리 한번 가지자고 약속을 잡으셨다.

 

초반에 조교 형이 계속 존댓말을 해서 너무 불편했다.

그래도 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일부러 동아리 어디 들어가는 게 제일 좋아요?’, ‘문제 모르는 것 좀 물어봐도 될까요?’ 하며 말을 계속 걸었다.

며칠 후 형들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알게 된 건데, 카투사 출신이었다.

내 목표가 영어 프리토킹이어서, 형이 우상처럼 느껴졌다.

 

조교 형, 취준생 형 그리고 나 이렇게 3명은 공통적인 취미가 있었다.

바로 요즘 젊은 남자라면 누구나 다 하는 League of Legend라는 게임이다.

게임 내의 실력 순으로 치자면 조교 형, 나 그다음이 취준생 형 순이었는데,

초반에 조교형이 내 실력이 떨어져서 같이 하면 재미가 없다고 내가 같이 하자고

해도 잘 안 껴주셨다. 나중에 일대일로 게임을 붙었는데 내가 이겨서 매우 통쾌했다.

형들이랑 같이 밤새 피시방에서 게임도 했었고, 방에선 한 판만 이기고 자자 해놓고는

밤을 새는 경우도 허다했다. 남자는 게임으로 친해진다 했던가,

 

 

이때 형들이랑 서로 장난도

치고 많이 친해졌다.

 

조교 형이 정말 좋았던 점이 밤에 잘 때 음악을 트시는데 그 선곡이 기가 막혔다.

30만 원에 육박하는 스피커의 훌륭한 품질도 한몫했다.

형 덕분에 명곡들을 알게 되었다.

형이 비가 척척히 오는 여름밤에 이문세의 옛사랑 이란 노래를 틀어주셨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정말 아련해지고 감성적으로 풍부해지는 밤이었다.

또 적막이 흐르는 깜깜한 밤에 인터스텔라의 ost를 들으면 내 눈앞에 장황한 우주가 펼쳐져 있는 느낌이 들었고, 별이 보이는 듯한 착각에 빠지곤 했다.

 

또 형들의 나이가 많아서 좋았던 점은 맛 집을 정말 잘 아시는 것이었다.

형들이랑 갔었던 술집을 친구들끼리 다시 가면 애들이 정말 좋아했다.

어느 한 음식점에서 파전이 정말 두 팔로 만든 원 크기만 했었는데,

말을 해도 믿지를 않아 직접 데려가니 눈이 휘둥글해져서 나를 받들었다.

취준생형은 내게 정말 무언가를 잘 사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미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새내기의 위대함을 느꼈다.

 

여름방학이 가까워 오면서 슬슬 고향에 내려갈 준비를 할 때였다.

조교 형이 하나 제안을 했는데 여름방학에 기숙사에 살면서 계절학기를 듣거나

영어나 컴퓨터 공부를 하라고 했다. 딱히 할 게 없어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형들도 여름 방학 때 기숙사에 산다고 해서 이렇게 4명이 그대로 같이 여름방학을

보낼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차, 여름방학 기숙사를 신청 날짜를 착각해서 신청을 못 했다.

진짜 너무 당황해서 형들한테는 뭐라 말하지 골머리를 앓았는데,

자세히 알아보니 2차 신청도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4명의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나의 계획은 원래 계절 학기를 들으며 영어학원에 다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역시 공부는 전혀 하지 않았고 게임만 했다.

그런데 내 인생 통틀어 가장 잘한 일을 여름방학 기간 내에 해냈다.

바로 체중 감량이다,

3 수능을 본 직후 몸무게가 거의 110에 육박했는데, 여름방학 동안에 정말

혹독한 수련을 했다.

조교형이 정말 많이 도와줬는데 매일 헬스를 같이 가서 운동을 알려주고 계획도 짜주었다.

그리고 정말 도움이 컸던 게, 조교 형이 매일 밤마다 나를 감시하고 있으니 절대로

야식을 꿈에 도 못 꾸었다.

그 결과 약 20kg을 넘게 빼었고, 여름 방학을 보내고 대학 친구들을 보니

나의 바뀐 모습에 다들 놀랐다.

 

여름방학이 끝날 때 즈음, 슬슬 2학기는 어?게 할지에 대해서 말이 나왔다.

우선 취준생형은 막 학기를 연장, 2학기는 통학을 하게 되었고, 약대생 형 또한

2학기는 기숙사에 살지 않는다 하셨다.

그리고 나는 1학기에 열심히 놀아서 성적 때문에 기숙사를 못 들어올 판이었다.

그래서 혹시 붙으면 형이랑 같이 방을 쓰게 될 줄 알았다.

기숙사 발표 날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니 합격이라 쓰여 있었다.

그래서 형에게 합격 소식을 전달했는데, 다른 기숙사 조교의 자리가 나서 형이 그쪽으로

가게 되었다.

뭐 담담한 척은 했지만, 내심 아쉬웠다.

2학기에는 어떻게 또 사람들이랑 친해질까 막막했다.

그래도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기숙사 이삿날에 형들의 짐을 빼는 걸 도와줬다.

웃긴 게, 보통 사람의 짐은 보통 4~5개 되는데, 조교 형 짐은 대체 다 어디서 나온 건지

다 모아보니 상상을 초월했다.

마지막으로 조교 형의 짐을 빼는 것을 도와주었다.

헤어짐은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던가, 북적북적 4명이 떠들던 방에 이제 나 혼자 밖에 없

으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입사했을때, 형들이랑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함, 같이 모여 술 마셨을 때, 게임을 하며 밤새웠던

나날들......

시원섭섭했다. 그래도 아예 얼굴을 못 보고 사는 건 아니고

약간의 아쉬움은 새로 만날 룸메 들에 대한 설렘으로 바뀌었다.

 

형들이 다 가고 2학기가 되어 새로 들어올 룸메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내 또래 애들이 들어오겠지? 하는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방에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다.

누가 봐도 새내기는 아니었다.

서로 자기소개를 했는데 27살 화학공학과 다니는 형이었다.

한 명이 또 들어왔다. 26살 건축학과 형이었다.

데자뷔 인가? 게다가 취미 또한 게임으로 같았다.

2학기에도 형들과 피시방에서 게임을 하며 보내고 있다.

이렇듯 나의 기숙사 생활에서 형님들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인가 싶다.

나의 나이 많은 형들과 함께 하는 기숙사 생활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콘텐츠 공모전 | 과거수상작 | 2018년 이전 게시판의 이전글 다음글
다음글 [2015]봉룡학사의 4대 버뮤다지역 2015-11-23
이전글 [2015]비와 기숙사 2015-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