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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인연’이라는 반응의 촉매가 된 Dormate
번호 : 205 등록일 : 2014-11-26 조회수 : 4875

“형 Dormate 신청 해볼래요?”
‘기숙사’에 살게 되면 반드시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이번 학기에는 어떤 룸메이트와 함께 생활할지 설레기도 하지만, 자칫 트러블이 일어날까 두렵기도 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기숙사 생활을 해왔지만 여전히 새로운 룸메이트를 만나는 일은 늘 익숙하지 않다. 어색한 침묵.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한 학기동안 같은 공간을 공유하기만 하지, 아예 거의 남남인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이런 점이 껄끄러워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룸메이트를 원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를 바라왔다. 그러던 어느 날, 봉룡학사에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름하여 'Dormate'.

'Dormate'. 'Dormitory'와 'Roomate'의 합성어인데, 쉽게 말해서 기숙사 룸메이트 신청 제도였다. 새로운 제도 도입이라 소수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는데 1학기 동안 생활하면서 꼭 같이 생활하고픈 형이 있었다. 가장 첫 만남이 1학기 기숙사 생활강좌 특강으로 ‘성악’에 관한 강좌였다. 이렇게 보니 기숙사 덕분에 얻은 인연이다. 그 뒤 늘 면대면으로만 만났던 터라, 황랑한 카카오톡 메신저로 형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형 이번에 룸메이트를 선택하는 것이 있는데……. 같이 룸메이트 하지 않을래요?”

너무 뜬금포로, 그것도 Dormate 신청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보냈던 메시지라서 사실 거의 승낙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포기할 찰나였다. 그 때,

“그래. 근데 그거 신청 기간 짧더라. 빨리 신청해.”

형의 승낙으로, 그렇게 나의 2학기 기숙사 생활은 'Dormate'라는 제도와 함께 시작했다. 솔직히 걱정이 앞섰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생활 공간을 함께 쓰면 불편해질 수 있다는 주변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친한 사이일수록 하루 종일 생활을 함께 하면 껄끄러워질 수 있다는 모순적인 논리.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루만에 떨쳐낼 수 있었다. 입사 첫날, 이삿짐 옮기기부터 방청소, 짐 풀기를 함께 하면서 ‘역시 Dormate 신청하길 잘했다’는 생각과 함께, Dormate의 패널티로써 지관 11층이라는, 가장 높은 층에 방이 배정되었어도 1학기 때 생활했던 1층보다 훨씬 편하였다. 함께 방에서 생활하고, 밥도 먹고, 스터디도 같이 가고……. 그렇게 생활하다보니 어느덧 시간이 훌쩍 지나 학기말이 다가왔다. Dormate 없이는 전혀 알 수 없던 점을 알아간다는 점이 참 새롭다. 단순 스터디 모임 외에도 계속 함께 생활하다보면 재미있는 일화도 많아진다. 형의 발명품 공모전을 돕기 위해 발명품 동작 원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밤을 지새웠던 일. 이 때 발명품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고치고, 몇 번이고 다시 시연동영상을 찍었던 일이 아직도 머릿속에 생생하다.

이렇게 발전적인 모습과 상반되게, 상대방이 술에 절어서 오면 뒤처리 하면서 흑역사도 각자 하나씩 가지게 되었다. 좋은 룸메이트는 이런걸 꼬집지 않는 법이라면서, 서로서로 우스갯소리로 가끔씩 이야기하곤 한다. 시험기간에는 함께 밤을 지새우면서 매점에서 라면을 하나씩 사서 먹고, 냄새가 빠지지 않는다며 춥고 습한 날 창문과 문을 열어놓고 다닌다고 서로 고생했던 점도 기억에 남는다. 참, 자기 전에 서로 관심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일상생활에 대한 푸념을 하면서 잠드는 것은 웬만히 룸메이트와 친해지지 않는 한, Dormate만의 장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고학번이나 나이가 많은 룸메이트와 같은 방을 쓰면서 신입생인 우리들이 청소를 도맡아해야하는 끔찍한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는데, Dormate로 잘 아는 형과 함께 같은 방에서 생활하면서 1층에서 청소기를 빌려서 시원하게 방을 한 번 밀어본 적도 있다.

이번 학기에 수강신청을 잘못했는지 유독시리 월화수목 모두가 1교시이다. 정반대로 룸메형은 금요일만 1교시라서 서로 아침에 일어나기가 정말 애매모호하다. Dormate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서로 맞출 수 있고 이해를 해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까지 생각하고 Dormate를 신청했던 것은 아니지만, 취침시간이 늦던 이르던 나에게는 늦게 일어나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다. 반면 룸메이트 형은 잠을 늦게 자거나 일찍 자거나 상관없이 일찍 일어난다. 심지어 1교시가 없는 나보다. 덕분에 마치 중학교를 등교하기 싫어하는 학생과 어머니의 풍경이 아침마다 일어난다. 귀찮을텐데 매번 아침 같이 먹으러 갈 건지 물어보는 룸메이트 형이 이럴 때면 정말 고맙다. 그 와중에 11층에 사는, 같이 Dormate를 신청한 다른 형이 이 모습을 보고 딱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고 했는데 그 장면이 아니나 다를까, 등교하는 학생 깨우는 부모님 같단다. 그 연장선으로 엔트로피가 증가한 나의 책상을 치우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은 룸메이트형이 부모님이고 나는 아들인 그런 풍경을 자아낸다고 한다.

2학기에 들어 부쩍 기숙사 생활강좌에 참석하는 일은 적어졌지만, 룸메이트형과 함께 지관 헬스장과 탁구장은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거의 ‘애용’ 수준이다. 몸짱, 핑퐁의 전설이 되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함께 운동하고 경기해서 내기를 하니, 자연스레 실력도 붙는 것 같았다. 같은 방에서 생활하다보니, 밤낮 구분 없이 기숙사 시설을 손쉽게 이용하는 점은 Dormate, 아니 룸메이트형과 최고의 추억을 만들도록 도와주었다.

두서없이 Dormate를 통해 즐겁고 재미있던 이야기를 소개했던 점은 기숙사가 단순히 생활 공간임을 넘어 룸메이트와 함께 기본 생활을 만들어가는 공간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이런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부드럽게 흘러나가면 더욱 학교 생활을 즐겁고 편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그 사람과 더욱 돈독히 지낼 수 있는 Dormate. 함께 생활해나가다 보면 그 사람의 작은 점 하나하나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고, 오히려 자신과 더 잘 맞아 더욱 친근해질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기숙사 덕분에 얻은 인연, 기숙사 덕분에 이어갈 수 있었다. 룸메이트를 서로서로 하고 싶은 이와 신청을 하면서 즐거운 학교생활을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내년부터는 Dormate 제도가 시범이 아닌 정상 운영으로 들어갈 것이기에 다들 신청할 수 있다고 하니, 봉룡학사만의 혜택을 꼭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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