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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기숙사의 행복한 어린왕자
번호 : 204 등록일 : 2014-11-26 조회수 : 7445

  머리칼을 스치는 바람에 머리가 얼얼한 게, 으슬으슬 감기가 오려는 모양이다. 옷깃에 추위가 뚝뚝 묻어나는 채로 신관 유리문을 힘겹게 열고 들어오니, 늘 그렇듯 경비 아저씨께서 인자하게 반겨주셨다. 추위도 잠시 잊고 반갑게 인사를 건넸더니, “날씨가 매섭게 춥죠?” 라며 콧물을 찔찔거리는 나를 걱정해주셨다. 온기가 전해지는 한마디에, 괜히 아저씨께 우스갯소리로 올해 추위를 탓하는 너스레를 떨며 방으로 들어왔다.

  역시나 감기에 걸렸다. 이런 환절기마다, 그러니까 일 년에 두 번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리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었다. 멍하니 방안에 누워있으니, 첫 입학의 초봄 때도 이렇게 아팠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른 봄의 추위는 이 낯선 곳에 채 적응하기도 전에 독한 감기를 주었고, LC 친구들도 새터 사람들도 아직 어색했던 나는 넓은 방에 혼자 남겨져 감기와 싸워야 했다. 아니 사실은, 아파도 함께해 줄 그 누구도 가까이 없다는 외로움, 서러움과 싸웠다. 그때 나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를 떠올렸다. B612행성에 홀로 존재하는 외로운 어린왕자의 모습, 마치 지금의 나 같았다.

  기숙사 생활 6년차, 고등학교 3년과 대학교 3년 동안의 경력으로 없는 물건이 없고 웬만한 기숙사 생활 노하우는 다 꿰고 있는 나는, 이름하야 ‘기숙사 고수(!)’라 자부할 수 있다. 그런 나라도, 감기와 세트로 찾아오는 외로움은 혼자서 해결할 도리가 없다. 다만 오랜 기숙사 생활로, 이제는 이를 함께해줄 ‘의리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집이 그립고 가족의 손길이 필요한 내게, ‘가족’의 역할을 해주는 고마운 사람들! 바로 이 사람들을 소개해볼까 한다.

  첫째로, 예과너일때도 신과너일때도 늘 ‘다정한 경비아저씨’가 계셨다. 기숙사를 오며가며 내가 해드릴 수 있는 건 인사뿐이었는데도, 아저씨께선 항상 따뜻한 인사와 함께 뭉클한 정까지 덤으로 얹어 주셨다. 기숙사에 살다보면 등기를 받으러 갈 때, 안 챙겨온 열쇠를 받으러 갈 때, 몸살이 나 약을 받으러 갈 때 등 경비아저씨께 신세를 질 일이 흔하게 있다. 그 때마다 툭툭 건네시는 농담이나, 가끔씩 “학생, 이리와 봐~” 라고 부르셔서 주시는 고구마, 떡 같은 먹을거리들에는 사소한 것인데도 그 속의 큰 온정에 가끔씩 찡한 감동을 느끼게 된다. 나처럼 먼 타지에서 올라온 학생들이 측은하면서도 대견하셨는지, 나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의 이런저런 얘기도 해주시곤 하셨는데 그럴 때마다 경비아저씨와 기숙사의 모든 학생들이 사실 가족은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경비아저씨의 모습에는 우리 아버지가 늘 담겨있다. 딸에게 장난 거는 걸 좋아하시고, 투박하면서도 따뜻하게 항상 챙겨주시는, 놀리는 말 속에서도 늘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있는 그 모습이!

  둘째로, 이름만 들어도 포스가 느껴지는 ‘멋진 언니들’이 있다. 대학 오면 진실한 마음을 공유할 수 있는 인맥을 얻기가 참 힘들다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래서인지, 새내기시절의 나는 사람과의 관계에 신뢰를 갖지 못하고 겉돌기만 했었다. 그런 나에게 먼저 마음을 열어준 게 바로 이 3명의 언니들이다. 새내기 시절 처음 살게 된 방에서 옆방, 앞방에 살았던 기숙사 언니들이었는데, 우연히도 같은 동아리원이 되었다. 그렇게 알게 된 언니들은, 손위 형제가 없는 나에게 정말 친언니처럼 챙겨주었다. 같은 기숙사 층이라는 장점을 이용해, 휴일엔 함께 기숙사 휴게실에서 컵라면을 끓여먹으며 수다를 떨고, 서로의 룸메이트와도 친해져서 방에 놀러가기도 하며 정을 깊게 쌓아갔다. 이런 게 바로 기숙사만의 묘미지 않을까! 통학이나 자취를 했더라면 느끼지 못했을 ‘함께할 수 있다는 즐거움’을, 정 많고 유쾌한 ‘층메이트’ 언니들을 만나 누구보다 많이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관계를 형성함으로서, 나도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 더 진실해지고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 내 스스로가 타인에게 마음을 활짝 열수 있는 계기는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아낌없는 정을 주는 이 언니들 때문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방학이 되면 서로의 집에도 놀러가고, 부모님께서도 언니들을 알 만큼 편안하고 가까운 사이가 내게 있다는 게 가족만큼이나 든든하다. 이런 언니들을 보면, 철없고 멋모르는 딸을 물가에 내놓은 것 같아 마음이 늘 쓰이면서도, 바깥에서 힘든 일을 겪어오면 무조건 좋은 말보다는 쓰더라도 뼈와 살이 되는 충고를 해줄 수 있는 우리 어머니의 모습과 똑 닮았다.

  셋째로, 내게 성장의 디딤돌과 배움을 얻게 해주는 ‘다양한 룸메이트들’이 있다. 여름학기, 겨울학기에도 늘 집에 안 내려가고 학교기숙사에서 살아 ‘기숙사 지박령’으로 불리는 나는 총 11학기동안 7명의 룸메이트들을 만났다. 학과도 약학과, 스포츠과학과, 화학공학과, 자연과학계열, 공학계열 등 다양했고 나이도, 살던 곳도 정말 다 달랐다. 생각이나 행동 모두 비슷한 룸메이트도 있었지만, 그동안의 나의 세계와는 정반대의 세계를 가진 룸메이트도 있었다. 이런 다양한 사람들과 삶의 공간을 공유하고, 나를 보여주고, 때로는 부딪히는 일은 매학기 겪음에도 항상 새로운 걱정과 설렘을 내게 주었다. 그리고 이런 룸메이트들을 만나면서 나는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알아가게 되었다. 그러고 나니 우리는 서로에게 배울 점이 참 많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학점이 좋고 성실한 스과 언니, 외국인과 다양한 교류를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배우는 데 성취감을 얻는 화공과 언니, 계획에 따라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다녀오면 무용담을 들려주던 자과 친구, 책이나 영상매체를 많이 읽고 보는 공대 동생, 모두에게서 여러모로 배울 점이 많았고,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경험을 하며 내 가치관 또한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단점이 눈에 안 들어올 수는 없다. 청소를 안 하고,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타자를 치거나 전화하고 배려심이 없고, 기숙사 규칙을 어기는 룸메이트들은 스트레스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모습에서 ‘혹시 나도 그동안 그러진 않았을까?’, ‘나로 인해 그들의 안락한 기숙사생활이 방해되지는 않았을까?’하며 반성할 점들을 찾게 되고, 결과적으로 더 좋은 룸메이트가 되도록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 룸메이트 간에 생기는 감정의 갈등과 문제에 대해서도 한발 물러서서 원활하게 해결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이렇게 매일을 함께하면서 점점 서로를 존중하게 되고, 서로의 경험담을 나누며 함께 성장할 수 있게 해주었던 룸메이트들은 내게 형제자매와도 같았다.

  되돌아보면, 나의 기숙사생활에서 함께해주었던 이 사람들 덕분에 많이 성장했음을 나 스스로도 종종 느끼곤 한다. 사실 학년이 올라갈수록 고민과 스트레스가 많아졌고, 때문에 무례하게 굴고 배려하지 못했던 적도 많다. 그럼에도 계속 함께해주고 변함없이 옆에 있어주었던 ‘의리 있는’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이 크다. 가족이 멀리 떨어져있는 내게 아버지, 어머니, 형제자매의 역할을 해주었던 기숙사의 사람들! 이들이 내게는 또 하나의 ‘가족’이었다.

  기숙사의 가족들과 함께인 나는 더 이상 외로운 어린왕자가 아니다. 마치, 혼자였던 어린왕자에게 친구가 되어준 한 송이의 장미꽃처럼 이들은 나에게, 또 나는 그들에게 서로의 외로움을 가져가고 따뜻함을 선물해주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만약 네가 4시에 온다면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라는 장미꽃의 대사처럼, 나도 이제는 앞으로 만나게 될 기숙사에서의 또 다른 인연들에 설렘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두근거리는 인연에 행복해왔고, 앞으로도 더 멋진 만남이 계속될 것이기에 나는 기숙사의 행복한 어린왕자가 아닐까!

 

'의리있는'언니들과 그동안 함께한 사진들 ! (2013년)

 

언니들이 서프라이즈로 챙겨준 생일파티 !(2014년)

 

기숙사 나오는 순간 몰래 당한 도촬 ! (2013년)

 

언니들과 함께했던 가을(2012년)

 

기숙사에서 맞은 겨울과 첫눈 !(2013년)

 

기숙사 앞에서 맞은 봄의 향기(2014년)

 

노을지는 기숙사의 가을밤 (2013년)

 

기숙사 입사할 때 깨끗이 정리한 내방 !깔끔깔끔!!(2013년)

 

기숙사 앞에 무지개가 피었던 날 ! (201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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