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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인재를 위한 안식처 성균관대학교 기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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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기숙사의 발견
번호 : 200 등록일 : 2014-11-20 조회수 : 3642

전에는 몰랐다. 기숙사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이렇게나 많은 줄, 또 재미까지 있을 줄이야. 입대하기 전만해도 기숙사는 자는 곳, 식당은 밥 먹는 곳이었는데 이번 학기는 다를 것 같다. 출입 시스템의 변화, 기숙사 식권 지불의 변화에 놀라는 것에 익숙해 질 무렵, 식당을 지나다가 이달의 생일 이벤트가 있길래 9월생이기도 하고 '되면 좋고 안 되도 그만'이란 생각으로 이름을 올렸더니 며칠 뒤 문자가 왔다. 당첨이란다. 점심 때 친구들 여럿 데리고 오라고 해서 케이크 하나 주려나 하는 생각으로 갔더니 그런 생각 자체를 했다는 게 이분들에게 실례가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가 받은 건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그날 점심밥에 생일상이라고 미역국, 소불고기도 모자라 탕수육, 과일까지 그리고 대망의 케이크가 딱! 맛도 정말 맛있어서 다들 하나도 안남기고 먹었고 집 밖에서 생일은 보내게 됐는데 이렇게 담당자분과 식당 아주머니들이 챙겨주시니 준비해주신 분들에게 정말 고마워서 눈물이 날 뻔했다. 물론 생일 축하노래를 남자들끼리 불러서 그 감동이 깨지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게 나의 기숙사에서의 첫 번째 행운이었다.

생활문화특강도 신청해보았다. 뭉크전 탐방부터 불량헬스 작가님 강의, 문혜주밴드의 재즈특강 3개 강의를 들어봤는데 그중에서도 문혜주밴드와 함께한 Fall in Jazz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지쳐있던 차에 친구가 재즈 공연한다고 힐링하러 가자고 거의 강제로 끌고 가는 바람에 참석하게 됐지만 공연이 시작하자마자 깨달았다. 완전 오길 잘했다고. '재즈는 어렵다.' '재즈는 아무나 못한다.' 이런 편견들을 무대를 통해 직접 깨주었으며 'Dancing queen' 같이 유명한 곡을 재즈로 편곡해 쉽게 느껴졌고 'Fly me to the moon' 등 다양한 곡들을 연주해 즐겁게 감상할 수 있었다. 연주하시는 분들 중에 할아버지가 계셨는데 큰 실로폰을 엄청 즐겁게 연주하셔서 나도 따라 즐거워지고 마지막까지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다. 중간에 소개를 하셨는데 그 악기의 이름은 비브라폰이라고 했다. 순간 부끄럽긴 했지만 비브라폰이 전에는 이름만 들어봤던 악기였다면 이제는 저분이 연주하는 악기로 제대로 기억에 남게 될 것 같아서 괜찮아졌다. 다른 분들은 피아노, 콘트라베이스, 드럼을 각각 연주하셨는데 재즈 공연의 특성상 중간중간 애드리브를 하기 때문에 개인의 연주를 다 들을 수 있어서 좋았고 특히 피아노는 정말 최고였다. 마치고 나오면서 친구랑 계속 좋았다고 이야기했고 인터넷으로 검색도 해봤고 너무너무 만족스러웠다.

방학 중에 친구들과 찍은 재미있는 사진을 보내면 추첨을 통해 식당에서 직접구운 피자를 준다고 해서 친구들과 다 같이 보내놓고 소식이 없어서 떨어졌나보다 하고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또 연락이 와서 당첨이라고 한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표현하자면 뜻밖의 피자였다. 당일 날 오후에 찾아갔더니 설레서 일찍 도착했는지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신다. 기다리는 동안 친구들과 어떤 피자가 나올 지 상상했는데 누구는 도미노 피자를 주려고 했는데 아직 도착을 안 해서 기다리라고 한 것 아니냐, 누구는 냉동피자일 것이다, 누구는 다 필요 없고 배고파 죽겠다 빨리 나와라면서 울상을 짓고 난리가 아니었다. 잠시 후 피자를 갖다 주셨는데 완전 대박이었다. 비주얼에 한 번, 크기에 한 번, 맛에 또 한 번 놀래면서 순식간에 피자 한 판을 다 해치워버렸다. 여태까지 먹은 피자 중에 거의 최고라고 할 수 있는 맛이었다. 피자를 받으면서 알게 된 건데 지관에서 당첨자는 나와 다른 한 명 총 두 명이 끝이었다. 같이 피자를 먹던 친구들도 응모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많이 응모했을 텐데 두 명 중 한 명에 뽑히는 행운의 주인공이 되어 매우 기분이 좋았다. 담당자 분께서 사진을 찍어주며 저번에 생일 때에 이어서 또 뽑힌 걸 축하해 준다고 하셨는데 그 때를 기억해 주시니 더욱 더 기숙사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것 같았다. 내가 너무 많이 얻어가나 싶기도 한데 그만큼 기숙사 내의 행사에 관심을 가졌고 참여를 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좋은 결과로 인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되고 친구들에게도 권유하며 선순환이 일어난다. 더욱 좋은 현상이다.

탁구에 미친듯이 빠진 적이 있었는데 시작은 친구들이 밥 먹고 한 판 하자고 한 거였지만 한 판이 끝나니 또 새로 시작하고 한 판이 두 판이 되고 쭉쭉 늘어났다. 특히 시험기간에는 절정이었다. 당장 내일모레가 시험인데 그래서 절제를 해야 할 상황인데 그놈의 의리라는 게 이럴 때만 나온다. 탁구를 쳐줘야 공부도 잘 된다며 슬슬 구슬리더니 나도 모르게 넘어가버렸다. 승부욕도 발휘된다. 다들 실력이 비슷하다보니 그 판을 지게 되면 다시 하자고 해서 꼭 이기고야 만다. 그러다 보면 공부한 시간보다 탁구를 한 시간이 더 많아 진다. 조금 과장해서 탁구장이 비어 있을 때마다 친 것 같다. 탁구채도 비치가 되어 있어서 공만 있으면 언제든 칠 수 있으니 더욱 그랬던 것 같다. 한 번은 우리끼리 치고 있는데 외국인 학생이 들어와서 같이 하자고 했다. 처음엔 그 상황이 되게 당황스러웠는데 역시 탁구를 치다보니 그런 어색함 따위는 사라지고 없었고 서로 웃고 칭찬하고 있었다. 그렇게 몇 판을 하고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에 또 하자고 약속을 했는데 탁구로 이런 인연까지 생겨 보람찼다.

이렇게 밖에서 재밌게 보내도 방에 들어왔을 때 룸메이트랑 어색하면 다 소용이 없다. 이전의 기숙사 생활에서 한 번 그런 적이 있었는데 룸메이트랑 거의 한 마디도 안하고 지내서 방에 있기가 조금 불편했고 기숙사를 자주 비우는 일이 있었다. 그 분이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 다가가기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나도 불편한 티를 많이 내서 서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때의 기억을 되새기며 이번에는 내가 들어오자마자 새로운 룸메이트에게 말을 걸었고 시작만 어렵지 한 번 시작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이 생각나게 할 정도로 친해졌다. 공통점도 되게 많았고 직접적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알아서 서로 배려해주니까 괜히 더 챙겨주게 되었다. 이후에 밥도 같이 먹었고 탁구도 같이 쳤는데 둘 다 서로의 실력에 놀랐다. 운동은 별로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탁구는 잘 친다. 들어보니 어릴 때 배운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건후에게 많이 배웠다. 많이 물어봐서 귀찮았을 텐데도 잘 알려줬다. 주말에 서로 약속이 없으면 치킨을 시켜 먹거나 나가서 술을 먹으면서 같이 위로해주고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은 건후가 먼저 여자 이야기를 꺼냈다. 도움 될 만한 이야기나 조언이 있으면 말해줬고 나도 여자 이야기로 상담을 받고 이러면서 진정 우리 사이가 가까워진 것 같았다. 이후로 솔직한 얘기들, 심지어 과제 도와달라는 소리 등등 진짜 형동생 사이처럼 의리가 돈독해졌다. 처음에 내가 말을 걸었을 때 어려워하지 않고 잘 받아준 룸메이트에게 고맙고 모든 것이 그때부터 잘 돼서 지금까지 다른 것들도 이렇게 잘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이전의 기숙사 생활의 내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나를 바꾼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 계속 룸메이트와 친구들, 기숙사 사람들, 그리고 앞으로 살게 될 룸메이트들과도 좋은 관계로 지내며 의리를 마음껏 뽐내보고 싶다.1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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